[그랑프리 5차대회] ‘최고점수’ 부담감에 발목 잡혔다

입력 2009-11-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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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프리서 엉덩방아 왜?
천려일실(千慮一失). 아무리 지혜로운 사람도 한 번 쯤은 실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피겨퀸’ 김연아(19·고려대)가 그랬다. 끊임없이 ‘월드 베스트’를 경신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지나친 부담감에 발목을 잡혔다. 그래도 여전히 우승자라는 점은 압도적인 기량에 대한 증거다. 김연아는 16일(한국시간) 끝난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플립 착지 때 넘어지고 점프 3개를 다운그레이드 받는 부진 끝에 111.70점으로 2위에 그쳤다. 하지만 전날 쇼트프로그램(76.28점)에서 격차를 크게 벌려둔 덕분에 미국의 레이첼 플랫(총점 174.91점)을 제치고 총점 187.98점으로 우승했다.


○지나친 긴장에 컨디션 저하까지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에서 110점대 점수를 받은 건, 2월 4대륙선수권(116.83점) 이후 처음이다. 계속된 최고점 경신과 200점대 유지에 대한 부담이 긴장과 체력 저하를 불러온 것이다. 김연아는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체력적으로도 부족했다. 전날 쇼트가 끝나고 나서 좀 피곤함을 느꼈다”면서 “아침부터 몸이 많이 무거웠다.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 “첫 번째 점프부터 흔들려서 끝까지 마무리를 잘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1차 대회 때보다 자신감과 컨디션이 떨어졌다”면서 “이번 기회에 많은 것을 배웠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스케이트 부츠까지 말썽

마음이 불안정하면 매사 예민해지게 마련이다. 김연아가 경기 직전 스케이트 부츠 끈을 고쳐 맬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김연아는 “자꾸 부츠가 헐렁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세세한 일에 신경을 썼던 게 아마도 긴장을 많이 해서 그랬던 것 같다. 연기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긴장의 원인은 다른 게 아니다. “1차 대회 때 성적(210.03점)이 너무 좋아 ‘최고점을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솔직히 관심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면서 “남은 대회에서는 점수를 생각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연기하겠다”고 털어놨다.


○스트레스 해소는 ‘훈련’으로

김연아에게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훈련’이다. 17일에 다시 캐나다 토론토로 돌아가 다음달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을 준비할 예정이다. 훈련 일정은 평소와 다름없다. 김연아는 “완벽한 경기는 연습에서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완벽한 연습이 점수와 우승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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