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발바닥에 웬 매니큐어냐고요?”

입력 2009-1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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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고양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지상에서 가장 힘 센 남자’로 등극한 안용권의 손(위)은 온통 굳은살 투성이. 역도선수에게 굳은살 관리는 경기력과 직결된다. 엄지와 검지 사이의 홈이 깊은 손은 모든 역도 선수의 꿈. 여자대표팀 김기웅 감독이 엄지와 검지 사이의 홈을 더 깊숙하게 만들기 위한 ‘볼펜 끼워 넣기’(아래) 시범을 보이고 있다. 고양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역도인들의 손 ‘굳은살과의 전쟁’
역도인들과 악수를 하면 우선, 크기에 놀란다. ‘아시아의 역사’ 김태현(40) 고양시역도연맹 회장의 손은 거의 곰발바닥(?) 수준이다. 2009고양세계역도선수권 남자최중량급(+105kg) 금메달리스트(용상·합계) 안용권(27·국군체육부대). 대표팀 후배 김선배(23·대전시체육회)는 “(안)용권이 형의 손은 흉기수준이다. 따귀라도 한 대 맞는 날이면, 세상 끝”이라고 농담을 던질 정도다.


○굳은살의 양은 체질 따라 제각각, 관리안하면 손바닥 찢어져

두 번째로 놀라움을 주는 것은 손바닥 곳곳에 새겨진 굳은살. 고된 훈련의 흔적이다. 남자77kg급 금메달리스트(용상) 사재혁(24·강원도청)은 “어떤 선배는 악수만으로 훈련에 충실한 정도를 판단할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사재혁처럼 굳은살이 잘 생기지 않는 선수는 억울하다. 선수들은 “피부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굳은살의 정도도 제각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도는 다르다고 해도 굳은살 관리는 모두에게 일상. 특히, 큰 경기를 앞두고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다. 굳은살을 제때에 없애주지 않으면 바를 잡을 때 손바닥이 찢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선배는 “입에서 저절로 욕이 나올 정도의 고통”이라고 했다. 통증에 신경이 쓰이면 훈련과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면도기로 굳은 살 제거, 매니큐어로 손톱관리도

선수들은 주로 사우나나 목욕탕에서 손바닥을 불린 뒤 면도기나 칼, 손톱 깎기 등으로 굳은살을 제거한다. 세계선수권 4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장미란(26·고양시청)은 면도기를 애용한다. 여자대표팀 김순희(32) 코치는 “아무래도 가장 많은 중량을 들다보니, (장)미란이가 여자선수들 가운데서도 가장 굳은살이 많다”고 했다. 수시로 손바닥에 로션을 발라, 건조함을 없애주는 것도 필수.

여자선수들은 ‘못난’ 손에 대한 한(恨)을 네일아트로 푼다. 여자53kg급 동메달리스트(합계) 윤진희(23·원주시청)가 대표적. ‘리틀 장미란’ 이희솔(20·한체대)은 “단지 미용 상의 문제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훈련 중 손톱이 깨지거나, 갈라지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에 예방차원에서 매니큐어를 바르기도 한다.


○손 크면 인상유리, 엄지와 검지사이 더 찢기도

손은 과연 역도선수에게 얼마나 중요할까. 남자대표팀 이형근(45) 감독은 “역도선수를 시킬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관절, 그 다음이 손”이라고 했다. 근력은 훈련으로 커버할 수 있지만, 손의 크기는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 특히, 손이 큰 선수들은 바를 넓게 잡는 인상이 유리하다. 엄지와 검지 사이의 홈이 깊다면 금상첨화. 바를 더 깊숙하게 잡을 수 있어 더 큰 힘을 쓸 수 있다. 여자대표팀 김기웅 (48)감독은 “씨름에서 샅바를 깊게 잡으면 유리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다. 포크볼을 던지기 위해 손가락을 찢었다던 어느 투수처럼, 엄지와 검지 사이에 볼펜을 끼우는 훈련으로 홈을 더 깊숙하게 만드는 선수도 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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