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베테랑 선발투수의 불펜전환 왜?

입력 2009-12-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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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흐름을 보면 선발투수는 계속 선발로 남으려고 한다. 하지만 단장이나 감독은 선발투수로 부적격하다고 판단되면 불펜투수로 전환시키려고 투수를 설득한다.

선발투수가 고집을 부려 선발로 남게 되는 경우 대부분 슈퍼스타급이다. 은퇴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확률이 높은 투수들이 이에 속한다. 존 스몰츠가 올해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선발 부적격 판정을 받고도 팀을 이적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선발을 유지한 예가 대표적이다.

300승투수 랜디 존슨(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구원투수를 하라고 종용한다고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존슨의 구위는 예전같지 않다. 구속이 현저히 떨어졌다. 구원투수로는 최소 2∼3이닝은 너끈히 버틸 수 있는 구위를 갖추고 있다.

지난 2년 구원투수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박찬호가 선발을 고집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소방수로 활약했던 김병현이 선발을 그렇게 고집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투수는 거의 모두 선발을 원한다. 승패를 책임지고 불펜투수보다는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는 위치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가 구원으로 보직을 바꾸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다. 베테랑 투수의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보직을 바꾸는 경우다. 또 하나는 젊은 투수이며 구위가 좋은데도 선발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다. 박찬호와 LA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에릭 가니에가 그랬다. 가니에는 선발투수보다 마무리로서 더 진가를 발휘했다.

박찬호는 전자다. 최근 텍사스 레인저스와 1년 350만 달러에 계약한 좌완 대런 올리버, 다저스에서 올해 불펜투수로 활약한 제프 위버 등도 마찬가지다. 선발 베테랑들이었지만 구위에서 전성기 때와 차이를 드러내 구단은 이들의 경험을 살리려고 불펜투수로 활용했고 성공했다. 올해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로 트레이드된 뒤 프리에이전트가 된 쿠바출신의 호세 콘트레라스도 여기에 포함된다. 박찬호가 2010시즌 선발투수로 복귀를 꿈꾸는 근거는 올해 완전히 회복된 구위 때문이다. 평균 150km에 가까운 구속을 항상 유지했고, 불펜투수로서 방어율 2.52를 마크했고, 이닝(50이닝)보다 많은 삼진(52)을 낚은데 크게 고무됐다고 할 수 있다.

베테랑들이 선발투수를 유지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타자들과의 두번째, 세번째 상대 때 무너지기 때문이다. 첫번째 상대 때는 큰 어려움 없이 넘긴다. 하지만 타자가 두번째 타석에 들어설 때 위기에 몰린다. 게다가 누상에 주자를 두면 적시타를 허용한다. 에이스급 투수들도 호투를 하다가 세번째 타자와 상대 때 실점을 허용하게된다. 그래서 7회부터 불펜투수들이 투입되는 것이다. 이닝이 지나면 구속은 줄고 타자는 집중력이 커져 어려움을 겪는다. 투수의 분업화를 하는 이유다.

박찬호는 지난 2년 동안의 활약이 불펜투수로 재평가받는 계기가 됐다. 통산 120승 가운데 선발로 113승을 거둔 박찬호로서는 선발로 복귀해 150승쯤 거두고 싶을 것이다. 어느 팀이 그의 희망을 채워줄 수 있을지, 아니면 불펜투수로 새로운 팀에서 2010시즌을 열게될 지 궁금하다.

LA(미국) |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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