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 그 두목 붙잡혔다

입력 2010-04-0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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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파 이강환 봤다” 시민 신고로 44일만에 검거

함께 있던 변호사 “경찰서에 자수하러 가던 길”


부산지역 최대 폭력조직 칠성파 두목 이강환 씨(67)가 잠적 44일 만인 6일 경찰에 검거됐다. 이씨는 이날 오전 9시 42분경 부산 부산진구청과 이마트 서면점 사이 6차로 도로에 정차한 검은색 체어맨 승용차 안에서 “이 씨와 비슷한 사람이 보인다”는 시민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다. 이 씨는 검거 당시 휠체어에서 내려 모처로 이동하기 위해 승용차에 탔다. 변호사 1명과 조직원으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 2명이 함께 있었으나 별다른 저항은 하지 않았다. 이때 이 씨 변호사는 “부산 연제경찰서에 자수 의사를 밝히고, (경찰서로)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검거 당시 이 씨는 백발에다 휠체어를 타고 있었으나 깔끔한 양복차림에 수배전단보다 살이 많이 찐 모습이었다.


○ 칠성파와 이강환

칠성파가 유명해진 건 1988년 일본 야쿠자 방계 조직과의 의형제 결연식과 영화 ‘친구’를 통해서다. 칠성파는 주인공 준석(유오성 분)이 소속된 조직이다.

칠성파 정예 조직원은 55명. 하지만 광안칠성파, 재건칠성파, 온천칠성파, 완월칠성파 등 하위 조직이나 행동대원이 분가해 만든 조직도 있다. 서울에도 일부 조직원이 진출했다.

칠성파는 1960년대 신상사파 소속이던 이 씨의 손위 동서가 부산에서 ‘세븐스타’를 결성한 뒤 물려줬다는 설과 이 씨 등 7명이 함께 만들었다고 해서 칠성파라는 설이 있다.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는 이 씨는 중간보스를 내세워 뒤에서 조직을 관리한다. 그는 1990년 범죄와의 전쟁 때와 2000년 부산 나이트클럽 지분 싸움에 연루돼 10년 넘게 복역했다. 이 기간에도 중간보스를 매일 불러 조직관리를 해왔다. 1999년 2월 출소한 뒤에는 수표 한 장 없이 1만 원권 현찰로 2억 원이 넘는 벤츠 승용차를 구입하기도 했다.


○ 비호 세력 있나

경찰은 올 2월 22일 이 씨에 대한 법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부산 모 호텔 커피숍에 잠복했다. 하지만 이 씨는 30분 뒤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사라졌다.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도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칠성파에 수사정보가 유출된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부산지검이 칠성파 부두목의 성매매 알선 혐의 수사 과정에서 성매매 업소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당일 이 업소는 문을 닫아버렸다. 당시 검찰은 수사기관 등에 칠성파 비호세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이 씨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부산의 모 건설업체 대표 A 씨를 위협해 4억 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고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직원을 동원해 납치,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A 씨에 대한 경찰 조사결과 이 씨는 A 씨에게 10억 원을 강제로 맡긴 뒤 배당금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거액을 요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씨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가 실패한 뒤 물밑접촉을 통해 자수를 권유했으나 이 씨가 잠적하자 지난달 2일 전국에 공개 수배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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