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최용석기자의 남아공 24시] 재정위기 그리스기자 “하루 세탕 기본”

입력 2010-06-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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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훈련장을 가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 이들이 있다. 바로 그리스 기자들이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기사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한다. 자세한 정보까지는 공개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선에서 정보를 나누며 월드컵을 취재하고 있다. 같은 숙소를 사용하고 있어 하루에도 여러 번 마주친다. 적과 제대로 동침(?)을 하는 셈이다.

이번 월드컵을 위해 그리스에서 날아온 기자는 25명 내외다. 한국 취재진은 100여명에 가깝기 때문에 규모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리스에서 축구 인기가 없는 게 아니다. 그리스 기자단 규모가 작은 이유는 그리스의 경제 사정 때문이다.

그리스는 올해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유럽연합(EU)의 도움과 IMF 기금을 통해 일단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그리스의 경제 위기는 유럽 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그리스가 16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지만 국민들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위기로 자금사정이 좋지 못한 그리스 언론사들도 취재단 규모를 줄였다.

여기에 온 기자들은 선택받은 이들. 하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한 매체만을 위해서 남아공에 온 게 아니다. 2개 혹은 3개 언론사가 연합을 해서 기자 1명을 남아공에 파견하는 비용을 지불했다. 때문에 그리스 기자들은 대부분 기사 쓰랴 방송하랴 쉴 새 없이 뛰어다닌다. 한 기자는 기사 원고 마감을 마친 뒤 곧바로 전화기를 들고 방송 녹음을 했다. 그는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동시에 출장비를 받아서 온 주인공이었다. “돈 많이 벌 것 같다”라고 농담을 던지자 그는 “그렇다고 월급이 2배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노트북과 방송 장비를 함께 들고 다녀야 하지만 내가 반드시 해야 할 몫이다”고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이득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IMF를 겪던 시절 박찬호, 박세리 같은 스포츠 스타들의 선전이 국민에 큰 위안이 됐다. 그리스 기자들도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경제 위기에 신음하는 국민들이 잠시나마 큰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레하겔호의 선전을 기원했다.

더반(남아공) |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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