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오카다 매직

입력 2010-06-2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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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네덜란드에 0-1 졌지만 잘싸워
25일 덴마크전 비기기만 해도 16강
남미식 축구에 유럽식 압박 가미
선 수비-후 역습 전술 먹혀들어가
‘블루(우울한) 사무라이’라고 놀림받던 일본이 확 달라졌다.

일본은 19일 남아공 더반 모저스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 E조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접전 끝에 0-1로 석패했다.

우승 후보 네덜란드의 간담을 서늘케 한 경기였다. 일본은 공 점유율이 39%에 불과했지만 슈팅 10개를 기록하며 네덜란드(9개)와 대등한 경기를 했다. 같은 조 덴마크가 2-1로 카메룬을 이기면서 일본은 25일 덴마크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월드컵 개막 전만 해도 비난을 퍼붓던 일본 언론도 180도 달라졌다. 아사히신문은 “세계적인 강팀과 실력차가 줄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보도했고, 요미우리신문은 “조직적인 수비로 네덜란드의 공격 리듬을 방해했다”고 치켜세웠다.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다섯 차례의 평가전에서 1무 4패를 기록하며 사면초가에 몰렸던 일본의 환골탈태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오카다 다케시 감독(54)의 전술 변화를 첫손에 꼽는다. 이른바 ‘오카다 매직 효과’라는 것.

일본은 전통적으로 남미식 축구를 구사한다. 미드필더진의 세밀한 패스로 상대 수비를 하나씩 벗겨나가는 전술을 주로 쓴다. 수비도 강력한 압박보다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하는 지역방어에 중점을 뒀었다.

그러나 오카다 감독은 유럽식 압박 축구를 가미했다. 미드필드에서부터 두세 명의 선수가 협력수비로 상대를 압박하며 강팀에도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것. 서형욱 MBC해설위원은 “압박수비와 협력수비가 한국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일단 수비를 두껍게 한 뒤 상대가 지쳤을 때 역습하는 전술도 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후반에 체력이 급속히 떨어지던 단점도 사라졌다. 일본은 2006년 독일 월드컵 첫 경기에서 호주에 1-0으로 앞서나가다 후반에 내리 3골을 내주며 패배했다. 당시 거스 히딩크 호주 감독은 “후반에 체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단점을 노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19일 일본은 골을 허용한 뒤에도 수비수 다나카 마르쿠스 툴리오를 공격진으로 올려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등 네덜란드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전술 변화가 성공을 거두며 일본 특유의 조직력도 함께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일본이 수비만 한 건 아니다. 정교한 패스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공격을 펼쳤다”며 “약팀이 강팀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해법을 제시한 경기”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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