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리포트] 농담 속 4번 박석민의 절박함이…

입력 2010-10-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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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수들은 8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 대비해 가볍게 훈련하고는 쏜살처럼 라커룸으로 들어가 한가롭게 휴식을 취했다.

하루 전 1차전 때는 자못 긴장한 표정들이었지만 박한이의 3점홈런 한방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덕분인지 이날은 라커룸에서 식사를 마친 뒤 삼삼오오 모여 농담을 주고받으며 한결 홀가분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의 중심타선을 이루고 있는 최형우와 박석민도 마찬가지. 하지만 박석민을 바라보는 최형우의 눈은 이글거렸다.

최형우는 대뜸 “1차전에서 왜 중심타선이 부진했다고 하는 거야? 난(5번타자) 2안타를 쳤는데 말이야. 부진했던 건 3타수 무안타였던 4번타자(박석민)뿐인데”라며 박석민을 째려봤다. 1차전 직후 일부에서‘삼성 중심타선의 부진’을 거론한데 따른 반응.

박석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러더니 “3타수 무안타였어도 사실 내용은 괜찮았는데”라며 옹색하게 변명을 했다. 그러자 최형우는 “중심타선이라고 묶지 말고 그냥 4번타자만 부진했다고 하면 되는데…”라며 재차 반격했다

더 이상 할말이 없어진 박석민은 최형우의 시선을 피하면서 말꼬리까지 돌렸다. 박석민은 “사실 (박)한이 형 홈런 덕분에 (차)우찬이랑 (정)인욱이, 나는 묻혔어”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1차전에서 패했더라면 자신뿐만 아니라 4이닝 5실점한 선발투수 차우찬 등이 함께 비난을 받았을 텐데 운 좋게 모면했다는 얘기다. 한두 경기쯤 부진해도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 정규시즌과 달리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포스트시즌은 다르다.

비록 유쾌한 농담 공방이었지만 포스트시즌에 들어서면 조그만 플레이 하나에도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선수들의 절박감이 묻어나는 대화였다.대구|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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