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랙] 박한이, 그는 방망이로 말한다 “날 따르라!”

입력 2010-10-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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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0프로야구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4차전에서 8회초 1사 2,3루때 파울타구를 날리고 있다.

피말리는 8회초 1타점 희생플라이
1차전 대역전포 이어 천금 결승타
또 한번 그가 해냈다. 1차전 1번타자에서 4차전 3번타자로-. 플레이오프(PO) 들어 삼성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로 돌변한 박한이(31)다. 박한이는 ‘전설’ 양준혁(41)의 퇴장으로 포수 진갑용(36)과 더불어 젊어진 삼성의 야수진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떠안고 있다. 리더라면 말보다는 행동으로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래야 한마디 말에도 묵직하게 힘이 실리는 법이다.

3차전 연장 혈투의 후유증 탓에 11일 4차전을 준비하는 삼성 선수들의 몸은 모두 천근만근 무거워 보였다. 박한이 역시 입술이 부르튼 상태로 묵묵히 경기 전 훈련을 마쳤다. 그러나 입가에는 엷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또박또박 자신의 입장을 털어놓았다. ‘이번 PO에서 삼성 타자들 중 가장 잘 맞고 있는데 오늘 혹시 3번으로 올라가지 않느냐’고 묻자 감추지 않고 “맞다”고 답하기도 했다.

1번이나 3번이나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3번은 결정을 지어줘야 한다. 그래서 클린업 히터다. 3번에 가서도 박한이는 제몫을 충실히 해냈다. 1회 2사 후 우전안타는 상큼한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 이어 두산 야수진의 실책성 플레이가 잇따른 덕에 2-0으로 앞선 3회 무사 1·3루서는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뒤를 훌륭히 받쳤다. 5회에도 우전안타.

그리고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던 8회 1사 2·3루 찬스서 그가 타석에 들어섰다. 7-2, 5점차로 앞서가던 경기를 7회말 불펜, 그것도 철벽으로 여겨졌던 안지만의 난조로 동점을 허용한 직후에 맞은 기회였다. 꼭 살려야 했다. 놓치면 두산으로 흐름이 완전히 넘어갈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 두산도 3번 박한이와 4번 최형우를 겨냥해 좌완 왈론드를 등판시켰다.

볼카운트는 2-1으로 불리해졌지만 박한이는 침착했다. 왈론드의 손을 떠난 4구째가 포물선을 그리며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찰나(커브·구속 122km), 그의 방망이는 힘껏 돌았다. 타구는 곧장 좌측 외야로 날아갔고, 약간 전진수비를 펼쳤던 두산 좌익수 김현수가 후진하면서 가까스로 건져내야 할 정도로 컸다. 3루주자 이영욱은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또 한번의 명승부, 케네디 스코어(8-7)로 삼성의 승리를 결정지은 결승타였다.

1차전에서도 박한이는 8회말 거짓말 같은 역전 결승 우중월3점홈런으로 삼성에 첫 승을 선사했다. 2·3차전을 내줘 삼성으로선 자칫 마지막이 될 뻔한 4차전. 그러나 박한이가 또 한번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분전해준 덕에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제 13일 대구에서 펼쳐질 운명의 5차전. 팀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떠오른 박한이의 방망이가 불을 뿜는다면 SK가 기다리고 있는 한국시리즈 진출은 그에게도, 삼성에게도 결코 욕심이 아니다.


박한이 말: 팀이 잘해서 결승타 된것

뭐. 제가 잘 쳤다고 하기보다는 팀이 잘했기 때문에 제가 결승타가 됐는데요. 팀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잠실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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