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김태균이 이승엽에게 묻다

입력 2011-01-10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국을 대표하는 두 강타자가 만났다. 오릭스로 이적한 이승엽이 스포츠동아 릴레이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퍼시픽리그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칠 지바롯데 김태균과 대화를 나눴다. 경산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상상을 초월하는 日 투수들 포크볼, 어떻게 훈련하셨어요?
치지 말고 다음 공 기다려 나도 포크볼에는 약해 ㅋ
이승엽(35·오릭스)과 김태균(29·지바롯데)은 공통점이 많다.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 출신으로, 일본 진출 첫해 소속팀이 똑같다.

이승엽은 2004년, 김태균은 지난해 지바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이승엽이 홈런왕(5개)과 타점왕(10개)에 오르며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고, 2009년 제2회 WBC에서는 김태균이 홈런왕(3개)과 타점왕(11개)의 바통을 이어받아 한국을 준우승 고지에 올려놓았다. 지난해에는 리그가 달랐지만 올해는 같은 퍼시픽리그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김태균은 릴레이 인터뷰 대상자로 고민 끝에 이승엽을 지목했다. 이승엽은 후배가 자신을 택하자 “태균이가 왜?”라고 놀라면서도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다음 릴레이 인터뷰 대상자로 이승엽은 삼성 시절부터 호형호제하며 절친하게 지낸 삼성 배영수를 지목했다.


○김태균이 이승엽에게

승엽이 형, 저 태균입니다. 후배고 동생이면 먼저 살갑게 다다가고 그래야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전 선배님을 너무 존경하고 높게 생각해서인지 항상 어려웠던 것 같아요. 때론 (이)대호나 (류)현진이가 허물없이 다가가고 지내는 걸 보면 부럽기도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건 제 잘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전 형을 그만큼 존경하기 때문에 감히 접근하지 못했던 거에요. 한화 후배인 최진행이 제가 롤모델이라며 릴레이 인터뷰를 청해 와 저도 망설임 없이 제 롤모델인 형을 인터뷰 대상자로 정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올 겨울 잘 보내시고, 새 시즌에 좋은 모습 보여주시리라 믿습니다.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승엽이 김태균에게

우선 태균이가 살갑게 다가서지 않은 게 아니라 내가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200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처음 함께 뛰었는데 그동안 함께 할 기회가 많지 않았네. 내가 일본에서 오래 생활했는데, (작년에) 야구장에서 만났을 때 내 입지가 넓지 않아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어.

내가 선배인데 오히려 미안하고, 릴레이 인터뷰 신청해줘서 고맙다. 만나서 대화할 기회가 적었는데 이렇게 신문을 통해 대화를 나누니까 기분이 묘하네. 이제 야구장에서 만나면 반갑게 얘기하자. 또 퍼시픽리그는 프리한 편이니까, 작년에 못 다한 얘기를 올해는 해보자. 그리고 올해는 둘 다 좋은 성적을 내자.


Q1 어떻게 하면 일본서 성공할까요?

A1 선수들이랑 맥주도 마시며 잘 어울려야해
첫해 올스타 뽑혔잖아 정말 대단한 일이야


-잠시 어려움을 겪으셨지만, 전 일본에서 선배님이 성공하셨다고 생각합니다. 홈런도 많이 치시고. 전 이제 일본생활 2년째가 됩니다. 제가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조언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기술적으로 내가 조언할 게 없고, 반대로 내가 조언을 받아야 할 것 같구나. 야구도 중요하지만, 생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사람은 물만 바뀌어도 힘든데, 태균이는 그런 가운데서도 지난해 참 잘 했던 것 같아.
내가 봤을 때 선수들간의 대화가 중요해. 나는 (일본에서) 첫해 잘 못했는데, 선수들이랑 자주 어울리면서 맥주도 한잔 하면 생활면에서 여러 조언을 들을 수 있어. 사실 그래야 원정에 가서도 잘 지낼 수 있어. 호텔 방에만 있으면 몸도 무거워지고 힘들어.
태균이는 지난해 막판에 좀 부진했지만 첫해 가서 올스타 뽑힌 건 대단한 일이야. 나도 못해봤는데. 나보다 어리지만 기특하다.”


-저는 치다가 보면 홈런이 나오지만, 형은 홈런을 만들어 치신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특별한 비결이나 기술이 있나요? 저도 따라해 보려고 노력해봤는데 안 되더라고요.

“시각적으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노려서 치는 건 절대 없어. 예전 같은 경우 한번씩은 나한테 궁합이 맞는 투수가 나오면 노리기도 했어. (2006년) 한신 이가와한테 끝내기 홈런 쳤을 때가 그랬어. 이와가는 참 어려운 투수인데 이상하게 내 눈에는 그 공이 잘 보여. 그래서 그때 내가 돌리려고 마음 먹었는데 잘 맞았지.
투수에 따라 다른 것 같아. 공이 크게 보이는 투수들이 있는데, 그건 아주 특별한 경우야. 난 오히려 태균이처럼 치다가 보면 홈런 나오는 경우가 발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해.”


-1년 뛰어보니 일본 투수들의 포크볼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더라고요. 포크볼을 치기 위해 어떤 훈련을 하셨어요? 어떻게 연습이 필요한지 말씀 해 주세요.

“나도 포크볼에는 약해. 사실 포크볼을 잘 치는 타자는 없어. 스윙하지 않고 기다려야 다음에 포크볼이 안 들어와. (타격 컨디션이) 좋을 때는 괜찮은데, 안 좋을 때는 다 스윙을 해버려. 그래서 볼을 보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 훈련 때 유심히 보면서 어느 지점에서 떨어지는지 봐둬야 돼.
일본 타자들처럼 배트를 짧게 잡고 치는 스타일이 아니라 아무래도 포크볼은 힘든 편이야. 태균이는 선구안이 좋으니까 잘 대응할 수 있을 거야. 거꾸로 내가 질문해야 될 것 같은데.”


-일본어를 잘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전 지난해 첫해라 그런지 언어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요?

“4∼5년 됐을 때 약간씩 트였어. 원래 내가 밝은 성격이 아니고 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 힘들었지.
그러나 일본말을 못하면 답답하고 해서, 지금 있는 통역한테 자꾸 물어봤어. ‘어디서 듣긴 했는데 이게 무슨 단어냐’고 물어보곤 했는데 그게 귀에 들어오더라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을 거야. 일본 선수들과 많이 대화하는 게 제일 좋고.”


-형은 ‘인격적으로 정말 훌륭하다’고,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하더라고요. 저도 나름대로 예의 바르게 하려 하지만, 아직 부족한 듯합니다. 어떤 마음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떻게 보면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어. ‘왜 말을 안 하고 삭이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네 의사표현을 하라’고 하지. 그런데 이런 성격은 어렸을 때부터도 그랬어.
지금이야 많이 바뀌었지만 말이야. 야구선수로서 꼭 좋은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 문제가 있을 때는 감독이나 코치한테도 말 할 수 있는 배포가 있어야 돼.
나는 속으로만 끙끙 앓는 스타일이라. 정답은 없어. 지금도 태균이는 훌륭해. 지금 이 정도로만 가면 되고. 지금도 완벽하지 않나. 난 완벽하지 못해.”


Q2 박찬호 선배님과 제가 대결하면?
A2 홈런을 치든 삼진을 당하든 마음 아프겠지


차라리 둘 다 응원하지 않고 나를 응원할래


-일본에서 앞으로 몇 년 더 뛰실 생각이세요? 마지막엔 한국에 다시 돌아와 뛰실 생각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항상 말해왔듯이 삼성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으니까 마칠 때도 삼성에서 하고 싶어. 하지만 그건 혼자 욕심일 수 있어.
또 (삼성에) 돌아오려고 했을 때 지금처럼 1루수가 많으면 곤란하지. 어쨌든 2년 뒤 내가 원하고 삼성이 원했을 때는 꼭 복귀하고 싶어.”


-너무 무거운 질문만 드린 것 같아서요, 하하. 형하고 저하곤 맞붙을 때가 없겠지만 저는 박찬호 선배님과 그라운드에서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박찬호 선배님에게 홈런을 치던가, 아니면 삼진을 당하고 들어가면 형은 어떤 생각이 드실 것 같으세요? 누구를 응원하실지 질문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건 아직 경험하지 못한 현실이라 잘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들 것 같아. 태균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찬호 형이랑 나는 같은 팀이니까 팀이 이겨야겠지. 어쨌든 너무 민감한 질문이다.
하지만 태균이가 중요한 순간에 홈런을 치든, 반대로 2사 만루에서 삼진을 당하는, 어느 경우든 마음은 아플 것 같아. 차라리 둘 다 응원하지 않고, 나를 응원할까. 어쨌든 경기 끝나고 함께 밥이나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자.”


이승엽은?
▲생년월일=1976년 8월 18일 ▲학교=중앙초∼경상중∼경북고 ▲키·몸무게=183cm·85kg(좌투좌타) ▲프로 데뷔=1995년 삼성 1차 지명 ▲일본프로야구 경력=지바롯데(2004∼2005년)-요미우리(2006∼2010년)-오릭스(2011년∼ ) ▲2011년 오릭스 이적(계약기간 2년·연봉 1억5000만엔) ▲통산성적=한국 9년 타율 0.305(4211타수 1286안타) 324홈런 948타점, 일본 7년 타율 0.267(2274타수 607안타) 144홈런 388타점
정리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