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의 0.03초…이승훈 “아깝다 4관왕”

입력 2011-02-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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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빙속 팀추월서 아쉬운 은메달…동계 AG 사상 첫 대기록 놓쳐
한국, 금13·은12·동13 목표치 넘어…일본에 은메달 밀려 3위
새 메달밭 설상종목서 금4…세대교체 쇼트트랙 종합 1위 지켜
4관왕 꿈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하지만 3관왕 만으로도 그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임을 증명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승훈(23·한국체대)이 6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실내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제7회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에서 이규혁(33·서울시청), 모태범(22·한국체대)과 함께 출전해 3분49초21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추가했다. 한국은 아시아기록을 세우며 금메달 가능성을 키웠지만, 이어 뛴 일본이 기대 이상으로 레이스를 잘 펼쳐 한국에 0.03초 앞섰다. 이로써 5000m, 매스 스타트, 1만m에서 3관왕에 오른 이승훈은 한국의 사상 첫 동계아시안게임 4관왕 달성에 실패했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4관왕에 오른 한국선수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양궁의 양창훈과 테니스의 유진선, 그리고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볼링의 황선옥 등 세 명뿐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하계대회에서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은 6일 폐막한 이번 대회에서 목표치(금11개)를 상회하는 성적(금13·은12·동13)을 거두며, 2위 일본(금13·은24·동17)에 간발의 차로 종합3위를 차지했다. 종합 1위의 영광은 개최국 카자흐스탄(금32·은21·동17)에게 돌아갔다. 제8회 동계아시안게임은 2017년 일본 삿포로와 오비히로에서 열린다.


○이승훈 웃고, 이상화·모태범 울고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남자스피드스케이팅 1만m금메달리스트 이승훈은 이번 동계올림픽도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한국은 쇼트트랙에서는 김기훈(1990년), 채지훈(1996년), 안현수(2003년) 등이 3관왕을 차지한 적이 있다. 하지만 동계아시안게임 역대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부문 3관왕은 이승훈이 처음이다.

반면 밴쿠버올림픽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500m금메달리스트인 모태범(22·한체대)과 이상화(22·서울시청)는 이번 대회에서 아쉬움만 남겼다. 모태범은 500m에서 5위에 머물렀고, 1500m에서는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상화 역시 500m에서 동메달에 그쳤다. 두 선수 모두 대회를 앞두고 입은 부상 후유증이 부진의 원인이었다.

모태범은 2010년 11월 월드컵 1차 네덜란드 대회를 앞두고 덜컥 오른쪽 아킬레스건을 다치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이상화 역시 1월 초 회장배 전국대회를 앞두고 갑자기 발목을 다쳤다.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해 대표팀 내부에서도 금메달을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상화는 경기를 마친 뒤, 아이스하키 선수 이상엽(연세대)과의 열애설로도 곤욕을 치렀다. 이상엽은 연인관계를 인정했지만, 이상화는 “친구사이일 뿐”이라며 이를 부정했다.

한편 2003년과 2007년 대회 1000m·1500m에서 연속 2관왕을 차지한 이규혁도 이번 대회를 ‘노골드’로 마쳤다.


○메달레이스의 새 동력…설상종목의 대약진


한국이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설상(雪上)종목이었다. 이미 한국의 ‘전통적 강세종목’ 쇼트트랙과 ‘새로운 텃밭’ 스피드스케이팅에서의 선전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하지만 스키에서는 잘해야 금메달 2개를 바라 볼 뿐이었다.

‘깜짝 금메달’은 1월31일 알파인스키 여자활강에서 제일 먼저 터져 나왔다. 김선주(26·경기도체육회)가 ‘카자흐스탄의 스키여제’ 루드밀라 페도토바를 꺾은 것이다. 김선주는 슈퍼대회전에서도 우승하며 2관왕에 올랐다. 남자 슈퍼복합에서도 정동현(23·한국체대)이 1위에 오르며, 한국 알파인스키는 이번 대회에서 금3개·은1개·동3개를 획득했다. 한편, 2일 크로스컨트리 여자 10km 프리스타일에서도 이채원(30·하이원)이 한국 크로스컨트리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메달레이스에 힘을 보탰다. 한국 스키는 ‘스키 강국’ 카자흐스탄은 물론, 이웃 일본과 비교해도 등록 선수가 10분의 1에 불과하다. 설상종목의 지속적인 선전을 위해 ‘스키의 저변 확대가 절실하다’는 해묵은 과제도 다시 한번 고개를 들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고의 성적 거둔 쇼트트랙


쇼트트랙은 최악의 조건에서도 값진 성과를 일궜다. 한국 쇼트트랙은 1996년 삿포로 대회를 시작으로 2007년 창춘 대회까지 4회 연속으로 아시아 최고 자리를 지켰지만, 이번 대회는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짬짜미 파문’으로 이정수(단국대)와 곽윤기(연세대)가 낙마하는 등 올림픽메달리스트들이 대거 불참했고, 엄천호(한국체대), 조해리(고양시청), 박승희(경성고) 등은 부상에 시달렸다. 하지만 대회 첫날 남녀 1500m에서 가볍게 금메달 2개를 수확한 한국은 여자 1000m와 남자 5000m 계주까지 제패했다. 결국 금4개·은4개·동1개를 수확하면서 중국(금4·은1·동2)을 제치고 쇼트트랙 종합 1위를 지켰다. 또, 엄천호와 노진규(경기고), 황현선(세화여고), 김담민(부림중) 등 어린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를 이끌 대들보로 성장한 것도 큰 성과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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