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냉정한 서바이벌 세계 ‘나가수’만 몰랐나…

입력 2011-03-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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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노래할 무대를 원한 가수, 높은 시청률의 프로그램을 욕심 낸 방송사는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그 틈에서 시청자는 철석같은 믿음 탓에 더 큰 배신감을 느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졌다.

MBC ‘우리들의 일밤’ 코너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인 공정성 시비를 일으키며 방송 3회 만에 책임 프로듀서가 경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를 두고 온라인의 각종 포털 사이트와 트위터, 페이스북에는 ‘나는 가수다’를 향한 비난과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유명 가수 일곱 명이 가창력으로 대결을 한다고 했을 때 음악 팬들은 열광했다. 좀처럼 한 무대에서 볼 수 없는 자존심 높은 가수들을 가창력으로 순위를 매긴다는 사실 자체가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의 의도는 첫 방송부터 적중했고 이는 시청률이라는 수치로 드러났다. 방송 3회 만에 ‘우리들의 일밤’ 시청률은 개편 전과 비교해 세 배 가까이 치솟았다. 광고 수익도 완판의 기록을 세웠다.

시청률과 수익만 따지면 성공했지만 ‘나는 가수다’는 여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노래할 무대를 원했던 가수들은 ‘나는 가수다’가 근본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이란 함정을 간과했다. 냉정한 서바이벌에 나선 각오가 부족한 탓인지, 첫 번째 결과부터 승복못하는 미숙함을 보여 그동안 가요계에서 쌓은 신뢰마저 스스로 깎아내렸다.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일반인 평가위원들을 뽑아놓고 그들의 평가를 위반해 프로그램 위상을 떨어트린 건 물론이고 결과를 손꼽아 기다리던 시청자들의 기대까지 배신했다.

리얼리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은 그동안 자의적인 설정으로 웃음을 만들어왔다. 물론 그런 설정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온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가 공정한 평가를 앞세운 서바이벌이란 점을 잊은 건 가수와 방송사가 각자의 목적만 갖고 ‘동상이몽’에 빠진 결과일 수 있다.

이해리 기자 (트위터 @madeinharry)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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