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윌은 최근 발표한 두 번째 미니 앨범에서 전혀 다른 분위기의 ‘가슴이 뛴다’와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를 더블 타이틀 곡으로 내세웠다. 이번 앨범을 발표하면서 선보인 ‘발 댄스’는 케이윌의 ‘비장의 무기’라 할 수 있다. 사진제공=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진지함과 밝음. 케이윌(30)과 대화를 나누며 떠올린 두 가지 단어다. 그는 노래와 관련된 질문은 진지하게 듣고 신중히 답했다. 노래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인간 케이윌에 관해서는 호탕한 웃음과 적절한 농담을 섞어가며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케이윌은 최근 발표한 두 번째 미니 앨범에서 전혀 다른 분위기의 '가슴이 뛴다'와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를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그동안 인기를 끈 케이윌 표 진지한 발라드곡과 밝은 분위기의 곡을 동시에 내세운 것은 마치 이번 앨범에 케이윌 자체를 반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2007년 1집 앨범 '왼쪽 가슴'으로 데뷔해 이제 5년차 가수. 범람하는 아이돌 그룹의 가세로 한층 더 치열해진 가요계에서 케이윌은 어느덧 자신만의 스타일을 천천히 구축하고 있었다.
▲[O2]‘물 오른 男子’ 케이윌 “이성이 웃는 모습에 가·슴·이 뛴·다”
▶"민망한 발 댄스…쑥스럽고 엄청난 부담"
그에게 신곡 '가슴이 뛴다'가 댄스, 뮤직비디오까지 반응이 좋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라며 웃었다. 그저 봄에 어울리는 따뜻한 노래를 준비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했다.
"봄에 어울리는 무언가를 준비해야 했다. 그래서 춤이라고 표현하기 민망한 '무브먼트'(movement)를 무대에서 처음으로 했다. 관심 있게 봐주셔서 너무 의외고 기분 좋다. 뮤직비디오는 아무래도 아이유가 출연하니까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 줄 거라고 생각은 했다."
화제가 된 '가슴이 뛴다' 뮤직비디오에는 케이윌 본인이 출연하지 않았다. 대신 소녀가수 아이유와 엠블랙의 이준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직접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 안한 이유가 뭔가?
"회사 측의 반대를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다. (웃음) 가수를 하는 동안에 있어 (뮤직비디오 출연은)소원이자 열망이다. 보통 가수들이 뮤직비디오에서 본인 립싱크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번이 없다. 한두 번 당한 게 아니다. 이번에도 뻔한 스토리가 이어졌다. 촬영 콘티도 보여줬는데 그냥 없는 걸로… 기대감만 주고 넘어갔다. 그냥 뮤직비디오에 좀 나왔으면 좋겠다."
이번 앨범을 발표하면서 무대 위에서 선보인 '발 댄스'는 케이윌의 '비장의 무기'라 할 수 있다. 마치 춤을 못 춰서 붙여진 이름 같지만, 그동안 '러브 119', '선물' 같은 밝은 발라드곡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지만, 발라드 가수라는 이미지에 머물러 있지 않기 위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밝은 노래를 부르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보여주는 것보다 노래를 들려주는 게 우선이니까 가만히 서서 했다. 하지만 가만히 서서 하는 건 곡 분위기에도 어울리지 않고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가 있는 게 좋지 않겠냐?'라는 생각을 나도 회사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떤 게 좋을까 생각하다 결국 도달한 것이 '무브먼트'다.(웃음)"
-무대에서 춤을 춘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부담이 엄청 심했다. 내 노래에 안무동작을 만들어서 방송국에서 그것도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상황에서 춤을 춘다는 건 엄청난 부담이었다. 보시는 분들도 좀 그렇게 느끼시는 거 같다. 지금도 쑥스럽고 어색하고 부담스럽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점차 ‘훈남’이 되어가는 케이윌. 급속도로 늘어난 여성팬들은 ‘내 남자 케이윌’을 외치곤 한다. 사진제공=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이성이 웃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뛴·다"
'3단 진화'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점차 '훈남'(?)이 되어가는 케이윌. 급속도로 늘어난 여성 팬들은 '내 남자 케이윌'을 외치곤 한다.
노래 잘하는 인기남이니 어깨에 힘도 들어갈 법한데 케이윌은 "노래를 제외한 특별한 매력은 없다"며 "중2때부터 얼굴이 그대로"라고 겸손을 잃지 않았다.
-요즘 물오른(?) 미모의 비결은 뭔가?
"노래를 빼면 정말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무대에 서다 보니까 좋게도 봐주시고 멋있게 보이고 하시는 것 같다. 좋게 보시는 분들의 콩깍지를 안 벗겨지게 하려면 진짜 멋있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일 노력으로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이 몸 관리였다. 운동도 많이 하고 다이어트도 했다. 큰 변화는 없지만 좋게 봐주시는 게 아닐까."
- 외모 얘기를 하자면 빅뱅의 멤버 대성을 뺄 수가 없다. 비슷한 얼굴인데 누가 낫다고 생각하나?
"인터뷰 할 때마다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대성 씨랑 비교을 해주신다. 덕을 본 부분이 있고, 나도 감사하다. 요즘은 더 닮아졌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아니라는 분들도 계신다. 이제는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당연히 대성 씨 얼굴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이 말을 마친 케이윌은 "(인터뷰에) 표정까지 담기는 건 아니죠?"라며 뭔가 또 다른 진심이 내포된 표정을 내비쳤다.
-신인시절부터 비, 동방신기 등 화려한 인맥을 자랑했다. 특별한 인맥관리 비결이 있나?
"인맥관리 같은 것을 할 줄 알았으면 훨씬 친했을 텐데 잘 못한다. 인맥관리를 위해서 쉽게 해야 하는 것들을 되게 못한다. 그냥 의식해서 하는 것들도 잘 못하고…. 연락을 먼저 하는 타입의 사람이 아니다. 알려진 것 보다는 사실은 좀 외롭게 사는 타입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만나서 얘기를 하거나 했을 때 좀 더 진실하게. 그게 나의 진심이니까 그 정도다."
-소녀시대 티파니-유리, 아이유 등 함께 작업한 여자 연예인들과 연락 같은 건 안하나?
"먼저 연락하고 이런 일을 잘 못한다. 아이유는 전화번호도 모른다. 먼저 선뜻 물어보고 이런 것도 못한다. 내가 보이는 거랑은 좀 다른가? 워낙 어린 친구들이 많으니까 나랑 달라 보인다. 그들을 보면 좀 신기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이성을 봤을 때 가장 가슴이 뛰는 순간은?
"이성이 웃을 때 느낀다. 하지만 행동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닌 것 같고 갑자기 내 눈이 번쩍 떠지는 순간이 있다. 첫 눈에 반해도 그런 순간이 있을 거고 그냥 친구로 대하다가 어느 순간 여자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을 텐데….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나는 가수다' 출연? 잃을 건 없다"
-가수지만 예능 프로그램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압박감은 없나?
"당연히 없을 수는 없다. 노래 하나만 믿고 가수의 꿈을 키웠고 다른 것도 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지만 어쨌든 중심이 되고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게 노래인데 예능은 외적인 부분이니까. 하지만 인간 케이윌을 보여주려면 예능도 라디오도 몇 안 되는 통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갈 때마다 기회가 되면 나가서 유쾌하게 좀 노력을 해서 잘 하려고 하고 있다. 전보다는 그래도 한 두 번이라도 더 뵙고 하니까 얘기하는 게 편해지긴 했는데 그래도 많이 어색하다."
-M.net '슈퍼스타K', MBC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등 음악 관련 서바이벌 프로가 인기를 끄는데 가수로서 어떻게 보나?
"'내가 데뷔하기 전에 저런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일단 쉽게 기회를 찾기 어려운 분들한테는 좋은 일 같다. 실력 있는 후배들이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위대한 탄생' , '슈퍼스타K'는 아무래도 프로그램 자체가 이슈고 화제다 보니까 프로그램을 하는 사이에 그분들의 삶에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상황의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고 적응해서 멋진 가수로 오래 살아남았으면 하는 게 있다. 또 그런 것들을 보면서 나도 자극을 많이 받는다. 나도 아마추어로 공연을 했던 시기가 분명히 있고 길게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입장과 상황이 달라졌으니까. 그들을 보면서 옛날 생각도 많이 난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서 엄청난 파장과 논란을 일으킨 '나는 가수다'에 대해서는 케이윌은 꽤 긍정적인 자세였다.
"'나는 가수다'는 일단 이런 거 저런 거 다 떠나서 그 프로그램의 취지만은 감동적이다. '무대에서 퍼포먼스 적인 요소가 아닌 노래 자체로 감동을 줄 수 있다' 그런 걸 보여 주겠다는 차원에서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다 떠나서 시청자들께 좋은 무대와 감동적인 무대를 보여줄 수 있다는 무대가 생겼다는 건 좋게 본다."
-'나는 가수다'에 섭외 받지는 않았나?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 섭외 받은 적 없다. 질문 굉장히 많이 받는데 생각이 계속 바뀐다. 처음에는 워낙 쟁쟁한 큰 선배님들이 많이 나오셔서 내가 볼 때도 어떻게 봐야 할지 몰랐다. 존경하는 선배님들이 등수가 나온다는 게…. 나가면 굉장히 부담스럽고 긴장은 많이 되겠지만 그런 선배님들과 함께 자리에 선다면 나한테는 영광스러운 자리가 될 것 같다. 내가 나가서 잃을게 없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당연히 가지게 될 테고 그래서 더 긴장하게 될 것 같다. 막상 또 나가면 승부욕도 생길 것 같다."
"하지만 일단 '내가 여기서 혼자 망치면 안돼'라는 생각을 할 것 같다. 처음 아마추어 공연할 때 그랬다. 길거리 무대에 올라갈 때는 '내가 잘하나 못하나 봐 주세요'지만, 유료관객 앞에서 공연할 때는 '여러분 제가 못하지만 들어 주세요'라는 자세는 말이 안 된다. 아마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면 그런 생각이 들 것 같다."
노래 잘하는 가수 케이윌.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서 엄청난 파장과 논란을 일으킨 ‘나는 가수다’에 대해서 그는 꽤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만약 출연제의를 받는다면 긴장하겠지만 막상 또 나가면 승부욕도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재채기와 사랑은 숨길 수 없다'는 말이 있듯 노래를 사랑하는 케이윌의 마음은 인터뷰 내내 전해졌다. 그가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노래가 좋아 죽겠어요'라는 어쩔 줄 모르는 감정이 묻어났다. 가수가 아니었다면 지금 뭘 했을 것 같으냐고 묻자 "가수만 보고 달려와서 잘 그려지지 않는다"라고 답할 정도다.
"나는 어딘가에 미치지 못하는 성격이다. 근데 유일하게 하나 딱 미쳤던 게 노래다. 노래로 여기까지 왔다는 게 신기하고 행복하다." 케이윌은 천상 가수다.
동아닷컴 조윤선 기자 zowoo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pyw06@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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