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칼럼]<조벡의 할리우드 in the AD>미셸 오바마

입력 2011-04-12 11: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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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달러 드레스’ 완판 시킨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2월 초 NBC \'투데이쇼\'에 출연하면서 저렴하면서 트렌드를 추구하는 브랜드H&M의 하얀색 물방울 무늬 블랙 쉬폰 드레스를 입어 화제가 됐다. 사진제공 조벡

지난 2월 말, 미국의 미디어들은 다시 한번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방송에 입고 나온 의상에 관련해 기사를 쏟아내었다.

평소에도 미국 언론들이 퍼스트 레이디의 스타일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이번 기사화가 뭐 그리 새로울 것도 없다고 생각 할지 모르겠지만, 이번 경우는 이전의 그것들과 특별히 다른 면이 있었다.

그것은 이전까지 미셸 오바마가 피로했던 대부분의 스타일들이 미국에 베이스를 둔 패션 디자이너나 브랜드의 의상들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에는 미국이 아닌 스웨덴을 기반으로 둔 거대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리테일 브랜드인 H&M의 신상품 드레스를 입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녀가 입으면 35달러짜리 드레스도 완판

그녀의 스타일에 세간의 관심사가 높으며, 그로 인해 그녀의 의상 하나하나가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미셸 오바마가 아침 토크쇼 프로그램 중에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NBC '투데이쇼'에 출연하면서 저렴하면서 트렌드를 추구하는 브랜드H&M의 하얀색 물방울 무늬 블랙 쉬폰 드레스를 입었다는 것은 분명 이례적인 일이었다.

특히 입이 쩍 벌어지게 놀라운 부분은, TV 화면에 비친 우아하고 멋져 보이던 그 퍼스트레이디의 드레스가 지금이라도 H&M매장에 가면 구입할 수 있는 35달러짜리 신상품이라는 것이었다.

그 기품 있게 보이던 퍼스트레이디의 드레스가 고작 35달러라는 사실은 수많은 미디어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유수의 정론지를 비롯한 뉴스 프로그램들은 미셸 오바마가 지금 같은 불경기에 대중의 마음을 읽어내어, 그녀만의 기품과 스타일로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의상을 격조 높게 표현해 대중들에게 더욱 근접해서 소통을 시도했다는 거창한 칭송이 이어졌다.

미셸 오바마는 버락 오바마(Barak Obama)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인 2008년 10월 말, NBC 인기 토크쇼 프로그램인 '제이 르노 쇼'에 미국의 대중적인 브랜드인 '제이크루(J.Crew)'의 가디건을 입고 나왔다. 사진제공 조벡

여성지나 패션과 스타일 관련 미디어 역시 미셸 오바마의 탁월한 선택과 표현력에 높은 점수를 매기며 다시 한번 그녀를 이 시대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명명하는 것에 서슴지 않았다.

사실 미셸 오바마가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 의상이 아닌 대중 브랜드의 의상을 입고 대중 앞에 나선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녀의 남편이자 현 제 44대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바로 직전인 2008년 10월 말, NBC 인기 토크쇼 프로그램인 '제이 르노 쇼(Jay Leno Show)'에 미국의 대중적인 브랜드인 '제이크루(J.Crew)'의 가디건을 입고 나온 적이 있었다.

당시 미셸 오바마가 TV프로그램에 노란색의 '제이크루' 카디건을 입고 나온 것은 상당히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어떤 퍼스트레이디도 대중적인 브랜드의 의상을 입고 대중 앞에 나선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일은 '제이크루 사건'이라고 까지 불리며, 각종 미디어들은 여러 가지 의견을 쏟아내기 시작다. 타임 지를 비롯한 정론지들은 장래의 퍼스트레이디가 죽어가고 있는 미국의 리테일 시장을 살리기 위해 솔선수범해서 값비싼 디자이너 의상이 아닌 누구나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친근한 브랜드의 제품을 구입해서 연출했다고 분석했다. '허핑톤 포스트' 같은 좌파 성향의 미디어들은 이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숨은 전략가인 미셸 오바마가 대통령 취임 직전의 대중을 아우르고 포섭하기 위한 포석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보그나 뉴욕 타임스의 스타일 섹션 등, 패션과 스타일을 주로 다루는 매체들은 설령 그런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 하더라도 관심조차 없으며, 그저 미셸 오바마의 패션에 있어서의 과감한 선택과 그녀만이 표현해 낼 수 있는 스타일에 조용히 뜨거운 박수만을 보낼 뿐이었다.

특히 당시 남편 버락 오마바의 상대편 진영이었던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였던 사라 루이즈 페일린이 뉴욕의 대형 백화점 바니스 뉴욕, 삭스 피프스 애버뉴, 버그도르프 굿맨 등을 돌며 15만 달러어치의 명품 의상을 쇼핑했다는 소위 '15만불 사건'으로 세간의 뭇매를 맞고 있을 때였기에, 미셸 오바마의 '제이크루' 니트 카디건은 더욱 빛을 발하기도 했다.

그녀의 125달러 상당의 카디건은 페일린의 15만 달러 명품보다 더 세련된 느낌과 컬러 매치를 보여주었으며, 트렌드였던 아메리칸 트래드 스타일이 하버드 출신인 그녀와 잘 맞아떨어진 것에 비해 우아함 만을 강조한 패일린의 클래식 스타일을 오히려 작위적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까지 더해져, 단숨에 그녀는 정치인의 부인을 넘어서 이 시대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그 '제이크루 사건' 이후, 브랜드는 매출이 급신장했고, 미국 국내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 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구매가 쇄도 하는 바람에 웹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하는 등 한차례 유쾌한 소동을 겪기도 했다.

미셸 오바마는 2009년 3월 패션잡지 '보그'의 표지를 장식했다. 퍼스트 레이디가 표지모델로 선 것은 1998년 힐러리 클린턴에 이어 두 번째였다. 사진제공 조벡

▶'이 옷 왜 디자인했나'부터 이해하는 패션 아이콘

그렇게 미셸 오바마가 이 시대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180cm가 넘는 모델 부럽지 않은 훤칠한 키와 잘 가꾸어진 멋진 몸매 때문만이 아니라, 그녀만의 발군의 스타일링 안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간 그녀는 줄곧 미국 패션계를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들의 의상을 각종 행사와 TV 프로그램들을 통해 대중들 앞에 피로해 왔고, 그로 인해 많은 디자이너들이 더욱 각광과 주목을 받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해 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그녀는 세계 패션계를 이끄는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 컬렉션인 뉴욕 패션 위크에서 주목 받는 신예 디자이너들의 의상을 눈 여겨 살펴보고, 그들의 의상을 공식 석상에 입고 등장함으로서 패션계에서 그들 디자이너의 이름을 직간접적으로 드높이는 역할을 하게 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로 한 발짝 더 다가서게 하기도 했다.

디자이너 타쿤과 제이슨 우가 그러했고, 선거 발표 당시에 입었던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레드 드레스, 취임식에서 피로한 이자벨 톨레도의 드레스는 물론이며, 앞에서 언급한 중저가 브랜드 제이크루와 탈보트의 의상들이 예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하나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의상들이 이미 훌륭한 것도 있지만, 미셸 오바마는 다양한 스타일의 의상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서 연출한 '패션에 관한 센스'가 있었기에 이 시대의 패션 아이콘으로 명명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의 H&M드레스도, 그저 H&M에서 판매하는 드레스만을 입고 TV 프로그램에 나온 것이라면, 정치가의 부인으로서 숨겨진 전략이 있지 않겠나 하는 예상에 힘이 실려질지도 모르나, 미셸 오바마는 기존의 드레스에 허리 전체를 감싸는 오렌지 빛 굵은 벨트로 마무리를 해서 새로운 스타일로 완성시키는 면모를 보였기에 패션 전문가들까지 그녀의 스타일에 탄복을 금치 못하게 되는 것이다. (방송 직후 옥션사이트 '이베이'에 그녀의 H&M드레스가 바로 등재되어 즉시 판매 완료되기 까지 했다고 한다)

미셸 오바마가 입은 디자이너 '타쿤'의 스타일을 연출한 유명 스타일리스트 티나 차이는 그녀가 스타일에 대해서 얼마나 세심한 신경을 쓰는 지를 이야기 해 주기도 했다.

"미셸은 디자이너가 왜 이런 룩을 만들게 되었는지부터 알고 싶어 하는 편이예요. 그것을 먼저 알아야지만, 자신이 다음 단계에서 어떤 스타일로 연출을 해야 하는 지에 관한 판단이 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스타일링의 첫번째라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말도 되고요. 그렇기에 미셸은 세간에서 말하는 전략적으로 패션을 이용한다는 말과는 거리가 멀죠. 그저 패션을 사랑하고, 어떻게 스타일링이 이루어져야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지를 알 뿐이죠."

미국판 보그지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와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 디자이너 캘빈 클라인,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베라 왕) 등 미국 패션계를 대표하는 인물들 중 다수가 오바마 캠프의 후원자이자, 미셸 오바바의 열렬한 팬일 정도로 그녀를 향한 패션계은 신망은 예상을 넘어선다.


▶패션계의 신망 온 몸으로 받는 두 번째 퍼스트레이디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배우 할리 베리 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의상을 다수 담당하는 유명 스타일리스트 필립 블록은 미셸 오바마를 '값비싼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하지 않고, 자신의 나이에 걸맞고 품위 있으며 세련된 스타일을 창출할 줄 아는 여인'이라고 평하며 '그녀야말로 시대의 아이콘이던 재클린 케네디를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사실 이전까지 그런 패션계의 신망을 온 몸으로 받은 퍼스트 레이디는 미국 역사상 단 한사람, 바로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케네디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미셸 오바마는 자주 재클린 케네디와 비교되곤 한다. 마치 남편인 케네디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도 그러한 것처럼.

어쩌면 그럴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패션계가 재클린 케네디를 생각하듯이, 훗날의 패션계는 미셸 오바마를 재클린 케네디 못지않은 스타일리쉬한 퍼스트레이디를 기억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라는. 아니 어쩌면 미셸 오바마는 스타일리쉬한 퍼스트레이디를 넘어서 스타일리쉬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지도 모를 일이고…

조벡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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