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한국의 패닝? 과찬이에요!

입력 2011-04-1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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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론, MBC‘내마들’서 아이답지 않은 감정연기 선보여

원빈과 호흡을 맞춘 영화 ‘아저씨’로 대한민국영화대상신인여우상을 받은 김새론. “아이답지 않은 명품 연기를 펼친다”는 평가를 받는 김새론은 ‘한국의 다코타 패닝’으로 불린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2학기엔 임원 선거에 다시 나갈 거예요. 이번 학기엔 촬영 때문에 못 나갔거든요.”

초등학교 5학년생. 새까만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던 꼬마 아가씨는 씩씩하게 출마 의사를 밝혔다.

MBC 주말극 ‘내 마음이 들리니’(내마들)에서 어린 봉우리 역을 연기한 김새론(11)을 만났다.

봄날 병아리처럼 노란 재킷을 입고 나온 김새론은 인터뷰를 하려고 6교시 체육 수업을 빠지고 왔다며 아쉬운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어쩐지 빈 교실에 숨어들어가 풍금을 두드릴 정도로 학교를 좋아하는 드라마 속 모습과 닮았다.

“어릴 적부터 반장도 해봤고, 운동회 계주도 했어요. 오전 7시까지 촬영을 해도 학교에 가요. 친구들과 노는 것도 공부도 재미있어요. 작년 임원 수련회도 대종상 시상식 때문에 못 갔죠. 이상하게 겹쳐요.” 학교 얘기를 할 때는 차분했던 말투가 빨라진다.

극중 봉우리는 가난한 청각장애인 미숙(김여진)의 딸이다. 아홉 살까지 아빠도 이름도 없이 ‘작은 미숙이’로 살며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그런 우리에게 천사처럼 착한 일곱 살 지능의 새아빠 봉영규(정보석)가 나타난다.

“찬희(차동주 역)와는 촬영 중간에 얘기를 많이 했어요. 정보석 아빠도 담요도 덮어주고 잘해주셨어요. 드라마라는 걸 처음 찍어서 그런지 추억이 많이 생겼어요.”

기억나는 대사가 있느냐고 묻자 아이는 혀에 모터라도 단 듯 빨리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 잘하죠? 거꾸로도 잘해요. 하파타카차자아사바마라다나가!”라고 말했다.

봉우리 가족의 행복도 잠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만다. 화장품 공장에 일하러 간 엄마가 화재로 숨진다. 잿더미가 된 공장에서 엄마를 찾느라 얼굴에 그을음이 잔뜩 묻은 우리가 눈물 콧물을 흘리며 오열하는 모습은 시청자를 크게 울렸다.

“아이답지 않은 명품 연기”, “눈물이 주룩주룩…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라는 시청소감이 홈페이지에 줄줄이 달렸다.

“대본을 받은 순간부터 나는 없어요. 이제 나는 김새론이 아니라 봉우리예요. 촬영이 끝날 때까지 봉우리처럼 막 들떠서 행동해요.”

아직 어린아이지만, 프로다웠다. 엄마와 수화로 대화하는 신을 연기하기 위해 10∼15시간 수화를 배우기도 했단다. 시간 날 때마다 수화 애플리케이션을 보며 복습했다고 한다. 생후 9개월부터 아기모델로 활동한 김새론은 2009년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프랑스 합작 영화 ‘여행자’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연기자가 됐다. 이 영화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김새론은 지난해 원빈과 호흡을 맞춘 ‘아저씨’로 대한민국영화대상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환자, 인질, 고아 등 힘든 연기만 골라 하는 점이 아역 출신 할리우드 배우 다코타 패닝을 닮았다고 해서 ‘한국의 패닝’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는 “연기할 때 부모님이 있는 게 신경 쓰여서 불편했던 적이 있다”며 “이제는 괜찮다”고 말했다.

“‘여행자’를 찍는 동안 내내 추웠어요. 땅에 묻히고, 전봇대에 올라가고…. 이젠 웬만한 어려움은 참을 수 있어요. ‘여행자’에서 아빠로 나온 설경구 아저씨에게서 진짜 연기자가 뭔지 많이 배웠죠.”

10일 방송을 끝으로 김새론은 ‘내마들’에서 하차한다. 16일부터는 성인 연기자 황정음이 바통을 이어간다. 그 대신 스크린에서 김새론의 모습을 더 볼 수 있다. 최근 영화 ‘나는 아빠다’에서 김승우의 아픈 딸로 출연하기 때문. 그의 분량은 ‘아저씨’ 때보다는 적다. 이 때문에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김새론을 더 보고 싶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키 144cm, 몸무게 25kg. ‘작지만 큰’ 배우 김새론은 “깊이 있는, 마음에 울림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길에서 알아보는 분들도 있어요. 노력한 보람을 느껴 기쁘죠. 무슨 역이든 열심히 했어요. 그건 차이가 없어요. 앞으로 어른이 돼도 연기로만 평가받고 싶어요.”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김윤지 동아닷컴 기자 jayla30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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