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 기자의 호기심 천국] 야구공, 누가 얼마나 멀리 던졌나?

입력 2011-05-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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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진우. 스포츠동아DB.

120m훌쩍…철완 송진우, 던져서 홈런!

구속보다 회전! 홈서 던지면 펜스 넘어가
양승관·신언호 잠실 외야석 중단에 꽂아
이정호·추신수 고교때 멀리 던지기 내기
한 때 ‘어린이 멀리던지기’는 프로야구단의 5월5일 주요행사였다. 하지만 공을 멀리 보내고 싶은 꿈은 비단 어린이 만의 것은 아니다. 강한 어깨는 모든 선수의 로망이다. 과연 야구공을 얼마나 멀리 던질 수 있을까. 기네스북에는 글렌 보고스(캐나다)의 이름이 올라 있다. 보고스는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1957년 8월, 이벤트에서 445피트10인치(약 135.8m)를 던졌다. 이 정도면 한국의 웬만한 구장에서는 장외홈런감이다. 역대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장 멀리 던진 ‘철완’은 누구일까. 또 비거리는 얼마나 됐을까.


○대표적 강견들, 좌우측 담장(약100m) 넘겼다

한국에는 보고스의 사례와 같은 실측자료가 없다. 프로초기에는 강견들끼리 멀리던지기 내기도 종종 했지만, 최근에는 이 또한 자취를 감췄다. 부상 염려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름난 강견들이 100m이상의 비거리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홈플레이트에서 좌우측담장을 넘기는 정도다.‘무쇠팔’ 최동원, ‘유격수계보의 시조’ 김재박, ‘올스타3루수’ 한대화(한화 감독), ‘앉아쏴’조인성(LG) 등은 “100m정도는 던졌다”고 했다. 주변증언도 일치한다. 빅리그 시절 세이브를 기록한 뒤, 공을 양키스타디움 외야 담장 너머로 던져 화제를 모았던 김병현(라쿠텐)도 마찬가지다. 성균관대 시절 김병현과 배터리를 이룬 현재윤(삼성)에 따르면, “김병현도 100m이상”이다.


○‘전설의 어깨’양승관-신언호, 중앙담장(약120m)도 넘길 비거리

하지만 “중앙담장을 넘겼다”는 야구인은 한 손으로 꼽는다. 프로1세대의‘강견라이벌’양승관(전 인하대감독)-신언호(배재고 감독)가 대표적이다. 청보시절 양 전 감독의 동료였던 넥센 이광근 수석코치는 “도원구장 중앙담장을 넘기는 것을 똑똑히 봤다”고 전했다. 당시 도원구장 중앙담장까지는 110m, 담장위에는 4.8m의 철망이 있었다. KBO 윤병웅 기록위원장은 “약120m는 날아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양 전 감독은 “동대문구장 중앙담장(약110m) 뒤 백스크린을 넘긴 적도 있다. 군사훈련 때 수류탄도 70m 던졌다”고 회상했다.

신 감독 역시 만만치 않았다. 양승관-신언호는 1990년 LG우승직후 잠실에서 열린 팬서비스 행사에 참가했다. 프로그램 중에는 ‘멀리던지기’가 포함됐다. 당시‘양-신’이 던진 공은 나란히 좌측외야석 중단에 떨어졌다. 윤 기록위원장은 “약120m는 줄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목동(118m)·대전(114m)구장 등에서는 충분히 중앙담장을 넘기는 비거리다.


○송진우도 120m클럽, ‘강속구투수 아니어도 멀리 던질 수 있다.’

이론적으로 투사각이 같다면, 빠른 공이 더 멀리 나간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류현진(한화)은 “난 좌측도 못 넘기겠던데…”라고 했다. 양상문 해설위원은 “135km투수가 145km투수보다 더 멀리 던지기도 한다”고 했다. 한화 송진우 2군코치가 대표적인 경우다.

한화 정민철 코치는 “나도 (대전구장) 좌우측 펜스(98m)는 넘기고 중앙담장(114m)도 숏바운드로 맞혔지만, 송진우 선배는 따라갈 수가 없다. 내가 본 한국 선수 중 최고”라고 했다. 빙그레 시절 동료인 한화 이상군 운영팀장의 증언은 더 구체적이다. “당시 대전구장은 외야담장 너머가 잔디와 플라타너스로 덮여 있었고, 그 뒤에는 철조망이 있었다. 당시 송진우가 좌측으로 던지면, 그 철조망을 맞히곤 했다.” 윤 기록위원장은 “약115∼120m”라고 추정했다.

송 코치는 “내 최고구속은 141∼142km 정도였지만, 공에 회전을 많이 준 것이 멀리 던진 비결인 것 같다. 총열이 길면 탄환에 더 많은 회전을 줄 수 있어, 더 멀리 나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공의 회전은 손목이 중요하다”고 했다. 멀리던지기의 달인들은 한결같이 ‘타고난 어깨’, ‘하체사용’과 함께, ‘부드러운 손목동작’을 강조했다.


○‘누가 더 멀리 던지나’ 이정호와 추신수 일화

최근 선수 중에는 이정호(29·전 넥센)가 강자였다. 이미 고등학생 때 150km대를 던졌던 그는, 대구상고 중앙담장을 넘겨 백스크린을 맞혔다고 한다. 약120m의 비거리다. 청소년대표시절 추신수(클리블랜드)와 캐치볼 파트너를 하면서 서로 지기 싫어 거리를 늘려간 일화도 있다. 둘은 결국 원당구장의 좌측·우측 폴 앞에 나란히 서서 던졌다. 폴 사이는 약140m. 물론 둘 다 한참 달려 나와서 던졌지만, 승부욕만은 대단했다. 이정호는 “하늘위에 점을 찍고 그곳을 타깃삼아 던지면 공이 멀리 간다”는 노하우도 소개했다.


○135.8m도 꿈의 기록은 아니다?

철완들은 “투수의 구속은 향상됐지만, 야수의 송구능력은 떨어진 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결같이 말하는 바는 단련의 문제다. 해태시절, “광주구장 중앙담장(당시113m)까지도 넘겼다”는 이종범(KIA)은 “물론 어깨는 타고난다. 하지만 나 때만 해도 야수들이 배팅볼을 많이 던졌다”고 했다. 김재박 KBO 경기감독관은 “특히 외야수들의 경우, 타격이 강조되면서 송구에 들이는 공도 줄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송진우 코치는 “부상염려 때문에 자신의 맥시멈을 던져보려 하지 않는다”라고도 지적했다. 한국의 철완들은 ‘타고난 어깨, 후천적인 단련, 풍향·풍속들의 조건’이 덧붙여지면, “135.8m도 불가능한 수치는 아니다”라고 했다.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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