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메시를 막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입력 2011-06-05 12: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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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최고의 축구스타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 연합뉴스

현역 최고의 축구스타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24). 그는 과연 '축구 황제'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메시는 올해 소속팀 바르셀로나를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으며 각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는 이미 4~5년 전부터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축구대표팀의 주전 선수로 활약하며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의 이름 앞에 '축구 황제'라는 칭호를 붙이기에는 아직 좀 어색한 게 사실.

축구 역사를 통해 '황제'라는 수식어가 붙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로는 브라질의 펠레(71), 네덜란드의 요한 크루이프(64),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51)를 꼽을 수 있다.

이중에서도 '황제 중의 황제'는 펠레. 각종 언론 매체의 조사에서 20세기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최고의 스타로 뽑힌 펠레.

20세기를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이자 '원조 축구황제'인 그는 브라질을 월드컵 정상에 3번이나 올려놓았고, 선수 생활 동안 무려 1281골을 기록했다.

'백색 펠레'로 불린 크루이프는 유럽이 배출한 '축구 황제'. 그는 현대축구의 근간이 된 '토털사커'의 창시자로 불린다.

네덜란드대표팀의 중심축을 맡았던 그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그라운드에서 나머지 선수를 리드하며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토털 사커'를 완성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미드필드부터 상대 수비수 5명과 골키퍼까지 제친 뒤 골을 넣는 환상적인 장면을 세계 축구팬의 머리에 각인시킨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마라도나.

1970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포효하고 있는 펠레(위). 동아일보DB


그 역시 아르헨티나의 '탱고 축구'를 이끌며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은 불세출의 축구스타다.

이런 3명의 '축구 황제'에 비해 메시는 아직 작아 보인다.

메시는 "팬들이 저를 '마라도나의 재림'이라고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마라도나는 내가 하늘같이 존경하는 조국의 축구 황제"라고 한 인터뷰에서 겸손하게 말한 바 있다.

아직 '축구 황제'라는 칭호를 붙이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는 해도 요즘 메시의 플레이를 보면 3인의 '축구 황제'와 닮은 게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상대 수비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막으려 해도 막기가 거의 힘든 공격수라는 점이다.

펠레, 크루이프, 마라도나가 전성기 때에도 그랬다. 상대 팀에서 수비수 한명을 붙여 밀착 마크를 시키고, 그것도 안 되면 이중 삼중의 방어벽을 쳐도 좀처럼 막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수비진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도 펠레는 통산 1281골을 터뜨렸고, 크루이프는 네덜란드대표로 A매치 48경기에서 33골을,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의 프로팀인 아르헨티노스 소속일 때는 166경기에서 116골, 이탈리아 프로축구 나폴리 소속일 때는 188경기에서 무려 115골을 기록했다.

메시 역시 올 시즌 스페인 프로축구 정규리그에서 31골, 스페인국왕컵 7골, 슈퍼컵 3골, 챔피언스리그 12골 등 총 53골을 터뜨렸다.

이렇게 뻔히 알고도 이들을 막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게 생각하면 이들이야말로 수십 년 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선수들이라는 칭송을 들을 만큼 기량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른 뒤 우승컵에 입맞춤하고 있는 마라도나. 동아일보DB


하지만 이 보다 더 큰 이유는 이들의 주변에 이들에 버금가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펠레의 전성기 때 브라질대표팀 공격진에는 리벨리노, 토스땅, 자이르징요가 있었다. 그리고 크루이프의 옆에는 네스켄스와 렌 젤 브링크라는 최고의 공격수가 포진했다.

아르헨티나대표팀이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우승할 때 마라도나는 발다노, 부루차가와 공격 3인방을 이뤘다.

펠레나 크루이프, 마라도나의 기량이 워낙 뛰어난 것도 있지만, 주변에 그에 못지않은 초특급 공격수들이 있었기에 수비수들이 한 명만을 봉쇄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던 이유다.

메시의 주변에도 이런 초특급 공격수들이 포진하고 있다. 다비드 비야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메시와 함께 바르셀로나 유소년팀부터 호흡을 맞춰온 재간둥이들. 이들 4명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바르셀로나의 공격 편대를 효과적으로 막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메시는 아르헨티나국가대표로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대표팀에는 비야와 이니에스타, 에르난데스 같은 초특급 동료가 없었다.

거의 고군분투를 해야 했던 메시는 남아공월드컵에서 무득점에 그치며 4강전에서 독일에 0-4로 완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축구 황제'의 칭호를 받으려면 최고의 경연장인 월드컵에서 뛰어난 활약을 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보면 메시가 '축구 황제'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여부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판가름 날게 틀림없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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