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돈’ 의혹 1조8000억원… 스위스 거쳐 국내증시 유입

입력 2011-06-16 03: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위스 당국, 투자수익 배당세 58억 국세청에 환급

국내에서 불법으로 반출한 자금을 해외 금융기관에 유치했다가 다시 국내 주식시장에 우회 투자한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머리 외국인’들의 정황이 드러나 국세청이 정밀 조사에 나섰다.

15일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초 스위스 국세청은 복수의 제3국적자가 스위스에 있는 은행계좌를 통해 한국 상장주식에 투자한 후 배당으로 받은 수익금의 5%(58억 원)를 배당세로 거둬 한국 국세청에 넘겨줬다.

이번 조치는 1981년 맺은 한국과 스위스 간 조세조약에 따라 스위스 거주자나 스위스 은행을 거친 제3국적자가 한국 주식에 투자해 받은 배당금에 대한 세금은 한국 국세청이 원천징수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한 것이다. 배당금을 받은 사람이 스위스 국적자이면 배당세율은 배당금의 15%이고, 제3국적자이면 20%이다. 스위스 국세청은 징수한 배당세액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제3국적자로 확인된 납세자들에 대해 20%와 15%의 차이인 5%포인트를 추가로 징수한 뒤 한국 국세청에 보내준 것이다. 양국 간 조세조약 체결 후 스위스 정부가 추징한 세금을 국내에 보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무업계에서는 스위스가 보내준 58억 원이 2006∼2008년 3개년 치 배당금의 5%에 해당한다면 코스피 평균 시가배당률(2.14%)을 적용할 경우 주식 시가총액은 약 1조8000억 원일 것으로 추정했다.

국세청은 일단 이 자금이 케이맨제도나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본사를 둔 투자회사의 투자금일 가능성이 높고 상당 부분이 한국인의 ‘검은돈’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스위스가 아닌 다른 나라를 통해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했다면 배당세율이 10%로 스위스보다 낮은데도 굳이 스위스를 이용한 것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의 음성적인 자금이 스위스를 이용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국내서 불법반출 가능성… 국세청 출처조사 나서 ▼

이런 경우라면 국내 납세자가 스위스 은행에 익명으로 예치한 음성적인 비밀자금을 국내에 반입해 투자한 것으로, 포괄적인 역외탈세에 해당돼 법인세나 소득세를 추징할 수 있다. 국세청은 이런 이유로 스위스 정부에 계좌 명세 등 납세자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 주도록 수차례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정부는 현재 한-스위스 간 조세조약에 금융정보 교환 규정을 추가하기로 합의하고, 관련 규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한 상태다. 국세청은 “국회가 연내 관련 규정을 비준해 준다면 내년 중 해당 계좌에 대한 정보 공개를 다시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세청은 이달 말까지 해외 금융계좌 신고 접수를 진행 중이어서 스위스 국세청이 통보한 계좌의 소유자들이 이번에 자진 신고를 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신고 접수 대상은 국내에 1년 이상 살았거나, 국외에 직업이 있더라도 가족 및 자산 등이 국내에 있는 거주자나 내국법인으로, 지난해 해외 금융계좌 잔액 합계액이 연중 하루라도 10억 원을 넘는 경우가 해당된다. 따라서 이번에 드러난 스위스 은행을 이용한 납세자라면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국세청은 미신고자에 대해 올해는 신고하지 않은 금액의 5% 이하, 내년부터는 10% 이하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정상적으로 신고하지 않는다면 수백억 원의 과태료를 납부하게 될 개연성이 높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