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의 오늘] 1961년 ‘마부’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입력 2011-07-0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마치 ‘올림픽 중계’하듯 한국영화 혹은 배우나 감독의 수상에 ‘국가적 쾌거’를 운운하는 보도가 나오곤 하지만 한국영화의 해외 영화제 수상은 여전히 반가운 뉴스이다. 아직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름이 ‘전쟁’ 말고는 해외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때의 기쁨은 어땠을까.

1961년 오늘, 제1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린 가운데 ‘마부’가 은곰상을 수상했다. 그해 6월23일 개막한 이 영화제는 스물아홉의 젊은 연출가 강대진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김승호가 주연한 ‘마부’에 이 같은 영광을 안겨주었다.

영화 ‘마부’는 아픔 속에 세상을 떠난 큰딸을 포함해 고시 준비생인 장남, 싸움질로만 소일하는 둘째 아들, 말하지 못하는 장애를 지닌 작은딸을 둔 아버지의 이야기. 마부라는 직업을 가진 아버지의 눈물겨운 부성애와 서민의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신영균 엄앵란 황정순 등과 주연한 김승호가 서민적 연기의 정수를 보여준 영화이기도 하다.

‘마부’의 베를린 국제영화제 상영 그리고 수상을 지켜본 한 유학생의 글은 당시의 풍경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베를린 유학생 문한규 씨는 그해 7월19일자 동아일보에 게재한 글에서 ‘마부’는 “그 타이틀이 주는 인상부터가 각박한 서민의 생활감이 나는 것이어서 호화로운 문명의 전시장인 영화제에서는 색다른 관심”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상영 당시 “많은 관객을 예상하던 기대와는 달리 장내에는 불과 몇십 명 밖에 되지 않았고 나머지 객석은 텅텅 비었다”면서 “후진국으로서 비애”와 “선전의 불충분과 문화외교의 빈곤”을 탓했다. 그래도 “눈물을 적시는 서양 여인”이 있었고 “동양적 미덕과 생활풍정에 대한 감동”도 적지 않았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