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학 개론] ‘제5 내야수’ 그물수비, 발 위치에 달렸다

입력 2011-07-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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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는 야수이기도 하다. 그래서 수비능력은 빠뜨릴 수 없는 미덕이다. 한화의 ‘200승 레전드’ 송진우는 지금까지도 투수 수비의 모범으로 꼽힌다. 스포츠동아DB

14.투수의 수비훈련
땅볼 잡을 때 두 발, 목표지점과 일직선 돼야

번트타구는 자세 만든 후 뒷쪽 발에서 잡아야

오버핸드로 변화 적은 포심 송구 습관화 필요
보통 투수를 제 5의 내야수라고 한다. 투수는 피칭 동작 이후에는 곧바로 내야수처럼 수비의 임무에 돌입해야 하는데, 피칭에만 집중하는 투수들 가운데는 수비로서의 역할에 소홀한 선수도 없지 않다. 특히 타구가 투수를 향하는 경우는 대개 아주 잘맞은 강한 타구가 대부분이다.(타격에서 가장 정통으로 맞은 타구는 투수와 중견수를 잇는 센터쪽으로 향하는 직선타구다) 따라서 단순히 경기에서의 수비라는 측면 뿐만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도 투수의 수비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 프로야구에서 가장 수비를 잘했던 투수 가운데 하나는 은퇴한 한화 송진우(현 2군 투수코치)다. 송진우가 현역 시절 투수 쪽으로 향하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잡기 위해 동물적인 감각으로 점프하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 투수의 수비는 투구 못지않게 중요하고, 팬들에겐 그것이 또다른 볼거리다.

1.투수 수비의 기본은 두 발의 위치

투수들의 수비연습을 PFP(Pitcher’s Fielding Practice)라고 한다. 투수는 제5의 내야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수비능력과 내야수와의 호흡 그리고 유기적인 능력이 중요하다. 특히 일반 아마추어나 학생선수들은 이런 중요한 역할을 무시하거나 그냥 스쳐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마운드에서 던지는 것이 우선이지만 이후 필딩(수비) 능력도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이번 주에는 투수의 수비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설명해 보기로 하자.



앞발의 방향이 송구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림의 땅볼(ground ball)을 잡을 때부터 가능한 한 두 발의 위치가 던지고자 하는 목표점의 방향과 일직선 위에 있는 것이 좋다. 특히 앞발은 정확하고 확실한 송구를 위해 목표점을 향해 내밀어줘야 한다. 앞발이 목표로 지향하는 방향이 송구의 방향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만큼 발의 방향과 자세가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앞발의 정열이 불규칙하거나 흐트러지게 되면 야수들의 송구미스가 나오게 되는데 그건 투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내야수들도 정확한 송구를 위해 일정하고 확실한 스텝 풋워크(Step Footwork)를 만들어줘야 한다.

2. 송구땐 어깨선이 지면과 평행 이루어야


어깨선이 지면과 평행이 되도록 해야 한다. 첫째 스텝이 목표지점을 향해 있어야 하고, 다음은 어깨선이 지면과 평행을 이루어야 한다. 정말 급하다고 느낄 때는 자세가 흐트러지더라도 빠른 동작에서 송구를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서는 정확한 자세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 때도 앞쪽 발처럼 앞쪽 어깨도 던지고자 하는 목표점을 향해 있어야 하며 목표지점을 낮게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림처럼 항상 오버핸드(정상적인 송구동작)로 송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두산의 손시헌처럼 일정한 동작으로 강한 송구를 한다) 투수들은 임기응변에 약하기 때문에 이런 송구동작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사이드암 투수는 굳이 이렇게 (오버핸드로)던질 필요는 없으며 자신이 편하게 송구할 수 있는 동작이 좋겠다. 그리고 가능하면 투구를 할 때처럼 포심(four-seam)으로 공을 잡고 던지는 것이 좋다. 투심(two-seam) 그립은 공의 변화가 많아지기 때문에 그 공을 잡는 야수가 혼란스러울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실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3.번트 타구 처리의 정석


[그림 A]번트타구(느린 땅볼)를 잡을 때: 공을 잡기 전에 두발의 자세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림 B] 번트타구는 뒷발에서 잡아야 한다.

4. 공을 땅속으로 집어넣는 느낌으로 잡아야


투수들이 느린 땅볼을 잡을 때는 공을 먼저 집어 올린다는 생각이 아니라, 공을 땅속으로 집어넣는다는 기분으로 공을 잡아야 한다. 보통 투수들은 마음이 급하게 되면 공을 잡기도 전에 던지는 자세를 만들면서 실책이 나오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포구와 송구(catch&throw)의 기본적인 이론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급하다고 제대로 잡지도 못한 공을 송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다른 실책은 공을 잡기 전에(그림과 같은 좋은 그립) 주자를 보게 되는 경우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투수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더라도 언제나 그림처럼 공을 잡을 때 집어 올린다는 생각보다 공을 잡고 땅속에 넣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실책은 없앨 수 있다.


위 그림 A처럼 정상적인 동작에서 공을 잡고 던지는 자세를 만들 때 아직도 두팔이 밑에 있게 되면 또 한번의 던지기 위한 스텝을 해야 한다. 그림 B처럼 공을 집고 두 팔이 먼저 올라오게 되면 목표를 향해 던지는 자세가 빠르고 쉽게 만들어진다. 그러면 송구동작도 정확하고 빠르게 연결될 것이다.

5.번트 타구 처리 스텝과 수비자세 고찰


▲ 좌투수의 1루 쪽 번트타구의 대응 스텝


▲ 우투수의 3루 쪽 번트타구에 대한 스텝

번트타구가 3루 쪽이나 좀 더 라인 쪽으로 향할 때는 투수는 공이 멈추기를 기다려서는 안 되며 빨리 뛰어야 한다. 물론 공을 잡는 순간 전부터 짧은 스텝으로 속도를 줄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오른손투수는 공을 잡고 3루 쪽으로 던지려고 몸을 회전시키는 동작에서 오른 발이 중심축이 되어야 하고, 이 때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고 몸이 3루 쪽으로 자연스럽지만 균형을 유지하도록 잘 버텨줘야 한다.

오른쪽 발은 기둥처럼 회전하더라도 몸의 균형을 잡아주어야 하고 왼발을 3루 쪽보다 약간 라인 쪽으로 향하도록 하여 정확한 송구를 할 수 있는 위치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번트타구를 잡을 때는 자연스럽게 몸의 전체적인 위치가 낮을 것이다. 낮아진 몸 상태에서 던지는 순간 너무 빨리 일어서면 정확하게 송구하기가 쉽지 않다. 번트타구를 잡을 위치가 3루까지 그렇게 멀지 않기 때문에 낮은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전 롯데 감독·고려대 체육교육과 석사

편집|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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