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율화의 더 팬] 홈런세리머니 선수에게 맡기자!

입력 2011-08-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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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두 나라 야구 문화의 차이에서 빚어지는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2일 두산과 KIA의 경기에서는 홈런을 친 양의지가 그라운드를 너무 천천히 돌았다는 이유로 상대 투수 트레비스의 항의를 받았으며, 지난달 29일 KIA와 넥센 경기에서는 만루홈런을 친 나지완의 홈런 세리머니가 지나치게 과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분분했다.

돌이켜보면 오프시즌 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각 구단 단장들로 구성된 실행위원회 의결을 통해 물통 등을 이용한 과격한 세리머니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바도 있다.

물론 미국 야구에는 선수가 응당 지켜야 할 몇 가지 에티켓이 존재한다. 이를 그대로 한국 야구에 적용한다면 홈런을 치고 지나치게 좋아하거나 끝내기 홈런, 안타 등을 기록한 선수를 과도하게 환대하는 것은 매너가 아니거나 배려 없는 행동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그 매너와 배려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만약 홈런을 친 타자가 삼성 오승환 선수와 같은 무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전력 질주한다면, 상대 투수의 기분이 좀 나아질까? 끝내기 승리를 거둔 선수들이 애써 웃음을 참으며 그다지 기쁘지 않은 척 덕아웃으로 들어가 버리면 패배한 팀 팬들의 아쉬움이나 분이 조금은 사그라질까?

에티켓, 배려, 매너 등은 철저하게 그 사회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며 미국 야구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은 미국 사회의 특성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다. 다민족·다문화 사회이며 셀 수도 없이 많은 선수들이 야구계에 몸담고 있으니 위계질서 및 지연·학연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러운 예의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불문율처럼 에티켓이 발생했으리라. 하지만 한 다리 건널 필요도 없이 모조리 선·후배이며 친구가 되는 한국 야구에서 꼭 미국 야구의 에티켓을 교과서처럼 따라야 할까?

선수의 자율에 맡겨 두어도, 좁디좁은 프로야구판에서 지킬 것은 지켜야 존중받고 살아남는다는 것을 선수들 모두 인지하고 있을 텐데 말이다.

홈런, 기록, 승리는 선수의 노력의 산물이며 땀의 결과다. 그러니 멋진 성과를 거두는 순간 기쁨을 분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게다가 과하다, 또는 적당하다는 판단의 기준은 저마다 제각각이며 각자의 감정에 온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가장 적나라하며 원초적인 기쁨의 표현까지 규제하거나 억누를 것이 아니라 선수들 개개인의 소양과 인격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

여성 열혈 야구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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