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베이스볼] A구단엔 ‘스파이 명월’ 이 있다?

입력 2011-08-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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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승처럼 파르라니 머리를 깎은 LG 오지환의 헤어스타일이 화제다. 그러나 새벽에 잠을 잘 자고 있던 선배 이대형은 오지환의 삭발소식에 가슴이 철렁했다. 잠실 | 박화용 기자 (트위터 @seven7sola) inphoto@donga.com

동자승처럼 파르라니 머리를 깎은 LG 오지환의 헤어스타일이 화제다. 그러나 새벽에 잠을 잘 자고 있던 선배 이대형은 오지환의 삭발소식에 가슴이 철렁했다. 잠실 | 박화용 기자 (트위터 @seven7sola) inphoto@donga.com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해요. 그럼 야구단은 뭘까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아요. 욕심과 경쟁, 모함 그리고 헌신과 해탈, 복잡한 인간관계까지 모두 녹아있어요. 적자생존, 살아남으려면 상대를 이겨야 하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 그라운드는 냉혹하다지만 그래도 비열함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쉿! 말 한번 잘못하면 곧바로 2군행

○A구단 내부에는 스파이가 있다?

‘수도권’ A구단 얘기에요. 주전 경쟁에서 밀린 한 베테랑 선수가 자신의 자리를 뺏은 젊은 선수 이름을 들먹이며 “내가 누구 ‘따까리’냐?”고 화를 내며 신세 한탄을 하더래요. 평소에도 자신의 자리가 없어진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던 이 베테랑은 그런데 묘하게도 그렇게 말한 이튿날 갑자기 2군행을 명 받았대요.

누군가 그의 발언을 감독실로 보고했고, 그 보고를 받은 감독이 분노하며 그를 2군으로 내려 보냈다고 해요. 이 구단에 관한 뒷얘기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데 이 ‘스파이 설’도 그런 거라고 봐야죠. 감독이 선수단 내에 누군가 스파이를 심어놨다는 게 그 근거에요. 이 말을 전하는 타구단 감독은 혀를 끌끌 차며 한마디 해요. “그러니 팀이 잘 굴러갈리 있겠어?”


조범현감독 머리 쥐 나게 하는 부탁

○KIA, 왜 우리하고 할 때만…

26∼27일 SK에 연승을 하고 기분 좋은 밤을 보내고 있던 KIA 조범현 감독의 휴대폰 벨이 울렸어요. 놀랍게도 ‘적장’ SK 이만수 감독대행이었어요. 28일 선발로 예고했던 글로버가 팔꿈치가 아파서 선발을 이승호로 바꿔야 될 것 같으니 양해해달라는 얘기를 전하기 위해서 전화한 것이었어요.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사안의 성격 상, 그 자리에서 판단할 일이었는데 조 감독은 바로 흔쾌히 양해를 해줬어요.

고마웠는지 이 대행은 28일 경기를 앞두고도 또 KIA 감독실을 찾아와 20분 넘게 ‘상담’을 하고 돌아갔어요. 조 감독은 “감독 오래하다 보면 내가 그런 양해를 구할 일도 있을 것이니까”라고 말해요. 그러나 왜 KIA하고 하면 유독 이런 일이 잦은지는 탐탁치 않은 기색이에요. 얼마 전 넥센전에서는 김성태가 1회초 개시 직전 몸을 풀다가 어깨 통증을 호소해 김수경으로 투수가 바뀌는 황당 사태도 일어났죠. 사정이 딱해 봐주곤 있다지만 데이터에 기초해 타선에 변화를 주는 조 감독 입장에서는 머리에 쥐가 나는 사태인가 봐요.

그래서 이런 말도 나와요. “어쩔 수 없어서 선발투수를 교체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우투수면 우투수 식으로 비슷한 스타일의 투수로 바꿔주는 것이 예의 아닌가?”라고요. 넥센처럼 김성태에서 김수경이면 그나마 혼동이 덜한데 우완 글로버에서 좌완 이승호로 바꾸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가벼운 어필이었겠죠. SK는 전에도 삼성전에서 우완 송은범에서 좌완 고효준으로 1회초 돌연 선발을 바꿔서 말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이래서 ‘전과’가 무서운가 봐요.


“삭발했어요”…막내의 반전 한마디

○오지환의 새벽 전화에 화들짝 놀란 이대형


LG 이대형은 지난주 새벽 전화 한통에 화들짝 놀랐어요. 발신자는 야수 막내인 오지환. 대뜸 “저, 사고 쳤어요”라는 한 마디. 잠결에 전화를 받은 이대형은 머리가 하얘졌어요. “너, 무슨 사고 친 거야? 지금이 어떤 시국인데….” 성난 LG팬들은 요즘 경기에 패하기만 하면 연일 야구장 정문에 진을 치고 청문회를 요구하고 있어요.

일부 극성팬들은 경기 후 LG 어린 선수들이 인근 식당가에서 국밥으로 허기 달래는 모습조차 꼴 보기 싫은지 인터넷 게시판에 “지금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며 질타하는 상황. 이대형은 가슴이 철렁할 수밖에 없었어요. “처음엔 그냥 짧게 자르려고 했는데 기계가 머리카락을 움푹 파면서 삭발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라는 오지환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이대형은 그냥 웃고 말았아요.

오지환으로서는 혹시나 주위에서 “반향 하냐?”는 말이 나올까봐 걱정됐지만, 24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동자승처럼 파르라니 깎은 민머리로 야구장에 나타나자 선배들이나 코치들이 너도 나도 귀엽다며 머리부터 매만졌어요. 재미있는 장면도 속출해요. 26일 대전 한화전에서 정성훈이 홈런을 치자 오지환은 덕아웃 앞에서 하이파이브 대신 머리를 내밀고, 정성훈은 삭발한 오지환 머리에 박치기를 하는 세리머니를 펼쳤죠.

정성훈은 “원래 둘 중에 누군가가 홈런을 치면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기로 했는데, 오지환 민머리가 불쑥 나와 순간적으로 놀라 합장 대신 박치기를 해버렸다”며 웃더군요.


임원 한명 때문에…B구단 프런트 한숨

○B구단 고위임원의 눈치 없는 행보

프로야구 감독 거취만큼 요즘 구단 프런트들도 술렁여요. 지난해부터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구단 인사가 꽤 많았거든요. 하지만 B구단의 인사이동은 고개를 갸웃하게 해요. 과연 한 건지, 안 한 건지 잘 모르겠어요. 분명히 ‘이름’은 바뀌었는데 전과 변한 게 없어요. 아랫사람에게 참견하는 횟수도 변함없다나 봐요. 물론 명함만 봐서는 직위가 높아진 게 사실이이에요.

하지만 제3자가 봐도 예우차원에서 해준 것일 뿐, 사실상 물러나달라는 요청이에요. 그런데 이 사실을 당사자만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요. 버젓이 사무실에 나타나 여기저기를 활보하고 다녀요. 다른 직원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봐요.

타 구단 관계자도 마찬가지예요. “기업에서 ‘임원’자를 달기 시작하면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직함을 높여준 것은 상당한 예우를 해준 것”이라며 “그러면 일선에서 물러나서 전체를 아울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이전과 똑같이 행동하고 있어 아랫사람들만 고생하고 있다”고 혀를 끌끌 차요.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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