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의 V리그 스펀지] 배구는 왜 세터놀음일까?

입력 2011-11-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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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터는 경기 도중 감독을 대신해 작전권한을 갖고 있어 플레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아무리 뛰어난 공격수도 좋은 토스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LIG손해보험 세터 황동일(오른쪽)이 토스하는 장면. 스포츠동아DB

야구는 ‘투수놀음’, 배구는 ‘세터놀음’이라고 한다. 두 종목에서 해당 포지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배구에서 세터는 왜 중요할까. 세터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감독도 판단 못하는 코트 작전권한 있어
반드시 한번은 세터 손 거쳐야 공격 가능
경기비중 50% 넘어…임기응변 등 능해



● 절반 이상의 비중 차지

대한항공 신영철 감독은 “중학교까지는 키 크고 잘 하는 공격수 한 명이 게임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에서 세터 비중은 60% 이상이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역시 “배구는 볼을 3번 터치해 넘기는 스포츠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 중 반드시 한 번은 세터를 거친다. 즉 세터 비중이 기본 33.3%는 된다. 아무리 뛰어난 공격수도 좋은 토스를 받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50%는 넘는다”고 설명했다.

세터는 코트 안의 지휘자다. 리시브를 받아 누구에게 어떤 형태의 토스를 해 줄지 감독이 판단해 결정해 줄 수 없다. 오로지 세터의 몫이다. 경기 중 작전권한을 갖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신치용 감독은 “좋은 세터가 있는 팀치고 약 팀은 없다”고 단언했다. 국가대표 급 최태웅과 권영민을 보유한 남자부 현대캐피탈, 한선수가 있는 대한한공, 여자부 김사니가 버틴 흥국생명은 세터의 존재만으로도 다른 팀이 부담을 느낀다.

좋은 세터가 좋은 서브리시버를 만나면 금상첨화다. 나쁜 리시브를 좋은 토스로 연결하는 것도 세터의 능력이지만 좋은 리시브가 좋은 토스가 될 확률이 높은 건 당연한 이치. 최태웅이 삼성화재 시절 리시브가 좋은 여오현, 석진욱과 전성시대를 이끈 건 다 이유가 있다.


● 세터는 슈퍼맨?

세터는 논리적 사고력을 갖춰야 함과 동시에 임기응변에도 능해야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가장 적절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 세터 출신 감독 중에 명장이 많은 것도 연관이 있다.

세터 중에서는 고집 센 선수가 많다. 누가 뭐래도 저 선수에게 올리면 포인트가 난다고 판단했을 때 올려줄 수 있는 뚝심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독불장군이어선 안 된다. 동료들의 경기 당일 컨디션을 잘 살피고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를 독려하고 이끌 수 있는 섬세함과 배려심이 있어야 한다.

세터 출신 신영철 감독은 제자 한선수에게 “고집은 갖되 절대 객기는 부리지 마라.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좋은 세터다”고 늘 충고한다. 이쯤 되면 ‘세터는 슈퍼맨이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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