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드라마는 왜 실패를 모를까?

입력 2011-11-0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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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死의 긴박감… 진한 휴머니즘… 시청자 시선 집중MBC‘심야병원’ 호평… KBS ‘브레인’ 내주 첫선… SBS ‘제3병동’ 내년초 방영

새 메디컬 드라마 ‘브레인’. CJ E&M 제공

“레스퍼러토리 어레스트(호흡정지)야. 인튜베이션(기관 내 삽관) 준비해.”

“트래키오(트래키오스토미·기관절개)해야 돼요. 트래키오가 낫잖아요.”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눈을 뗄 수 없다. 의식을 잃은 환자를 놓고 의사들이 주고받는 전문 용어가 긴박감을 더한다. MBC ‘심야병원’이다. 밤에만 문을 여는 병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드라마로, 일반 병원에서 일하기 힘든 ‘사연’을 지닌 남녀 외과의사(윤태영, 류현경 분)가 주인공이다.

이 드라마는 대체로 시청률이 4% 정도 나오는 토요일 심야 시간(0시 20분)에 방송되지만 5.9%의 시청률을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도 욕은 거의 없이 칭찬이 많아 ‘청정 게시판’으로 불린다. “재미있는 스토리와 명품 주연, 명품 조연의 조화”(이민재) 같은 호평과 함께 “재방송 해달라”(윤종근) “방영 시간을 10시대로 옮겨 달라”(홍정아)는 요구가 이어진다.

‘심야병원’ 외에도 지상파 방송사들이 줄줄이 메디컬 드라마를 선보이거나 준비하고 있다. KBS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14일부터 메디컬 드라마 ‘브레인’을 방송한다. 월화극인 ‘포세이돈’ 후속작인 ‘브레인’은 뇌를 다루는 대학병원 신경외과 의사들이 주인공이다. 40억 원을 들여 세트를 만들었고, 주인공 신하균은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강석구 교수에게 지난달 초부터 한 달 동안 일대일로 수술을 배웠다. SBS도 내년 초 메디컬 드라마 ‘제3병동’을 방영할 계획이다.

메디컬 드라마는 제작자와 배우 모두에게 힘든 장르로 통한다. 사전 자료조사와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고, 수술실 같은 세트 구성과 특수 분장에도 제작비가 많이 든다. 병원이라는 특성상 출연 인물의 수가 많다는 점도 제작진에게는 부담이다.

그럼에도 메디컬 드라마가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실패 없는 장르’로 꼽히기 때문. 케이블 채널 OCN이 최근 시즌 2를 방영한 메디컬 범죄수사극 ‘신의 퀴즈’는 ‘신퀴폐인’이라는 조어를 낳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한국 메디컬 드라마의 효시인 MBC ‘종합병원’(1994년)은 전국 시청률이 집계되지 않던 당시 서울지역 평균 시청률이 24.5%였다. SBS ‘뉴하트’(2007년)는 24.6%였고 △MBC ‘하얀거탑’(2007년) 14.2% △SBS ‘외과의사 봉달희’(2007년) 19.5% △MBC ‘종합병원2’(2008년) 15.6% 등 메디컬 드라마는 대부분 시청률 15% 이상을 기록했다(AGB닐슨미디어리서치 자료).

이처럼 메디컬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드라마적 매력을 다양하게 배치할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방송가 안팎의 설명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극단적 상황이 시청자들에게 긴장감을 주고, 진한 휴머니즘이 가미되며 긴박한 수술 장면이 눈과 귀를 붙잡는다. 이 모든 요소를 충족하기 위해 메디컬 드라마는 대부분 외과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심야병원’ 연출자인 권성창 PD는 “분초를 다투는 이야기 구조가 긴박감을 주는 데다 누구든 안 아파본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는 게 메디컬 드라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브레인’을 제작한 CJ E&M의 배익현 PD는 “메디컬 드라마에 대한 수요는 항상 있는데, 제작 기획부터 방영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주기를 두고 몇 편씩 몰려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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