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들 새 화두 ‘호통에서 소통으로…’

입력 2011-11-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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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이만수 감독-롯데 자이언츠 양승호 감독-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 스포츠동아DB

■‘예 아닌 왜?’ 세대에게, 자율 속 책임을 묻다

류중일·이만수 감독 등 탈권위적 리더십
김기태 감독은 마무리 훈련도 ‘알아서’로…
선수의견 귀기울여 스스로 움직이게 지도

‘카리스마의 시대는 가고, 소통의 시대가 도래 했다.’

‘혼창통’이라는 책이 있다. 자기 일에 혼을 갖고, 자발적으로 완벽을 구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의 소유자들이 놀라운 성공을 해낸다는 요지의 자기계발서다. 어느 프로야구 감독이 이 책에 ‘꽂혀서’ 선수단 전체에 소통을 테마로 내걸었다. 그런데 이 팀의 성적은 신통치 못했고, 그 감독은 물러났다. 책이 잘못 됐을 리는 없을 터. 문제는 소통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부분이었다.

소통을 리더(감독)가 자기 생각을 팀원에게 전파하고, 컨센서스를 확보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지극히 부분적이다. 이것은 결국 일방통행이기 때문이다. 보다 완벽한 소통은 팀원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고, 아무리 터무니없게 여겨지더라도 그런 견해를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을 이해하고,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2011년 프로야구는 그런 소통의 리더들이 일제히 약진한 ‘트렌드 교체’의 시대이기도 했다.


● 예가 아니라 왜

김인식 감독이 이 시대의 명장인 이유는 카리스마형 리더임에도 소통능력이라는 덕목을 겸비한 때문이다. 김 감독은 요즘 선수들을 이렇게 평한 적이 있다. “예전에는 시키면 ‘예’였다. 그러나 요즘은 시키면 ‘왜?’다. 그 왜를 납득시켜야 움직인다.” 즉, 어설픈 카리스마로는 절대 선수들을 감화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리더 노릇이 피곤해졌지만 역설적으로 납득만 시키면 그 이상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자발성에 바탕을 둔 팔로우십을 끌어내는 탈권위적 리더십이 요즘 세대에 먹힌다는 것이다.


● 작은 정부가 더 무섭다?

실제로 2011년 1위 삼성 류중일 감독, 2위 SK 이만수 감독, 3위 롯데 양승호 감독은 소통형 리더다. 하나같이 전임감독이 워낙 출중해 의혹의 시선을 받고 출발했지만 ‘선수들의 도움’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프런트가 덜 부담을 느끼는 대목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LG 김기태 신임 감독, 두산 김진욱 신임 감독도 소통을 테마로 내걸었다. 진짜 소통은 선수들의 얘기를 듣고, 그렇게 움직여 주는 것이다. 근본은 자율이다. LG는 마무리훈련부터 ‘알아서’로 바꿨다. 그러나 자율의 이면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규율은 느슨하되 신상필벌의 책임은 개인에게 묻는 것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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