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이대호 캐낸 ‘미다스의 손’…이젠, LG의 보석을 캔다!

입력 2011-11-11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무관 타격코치가 진주 마무리훈련에서 본격적으로 LG 선수들을 지도하며 또 한번의 ‘무관 매직’을 준비하고 있다. 진주|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 LG 타격코치로 새 둥지 튼 김무관


전준우 손아섭 등 공포의 롯데타선 만든 조련사
김기태 감독 부름 받고 LG서 새로운 도전 나서
“이대형 오지환 보석감”…원포인트 레슨 스타트


어느새 그에겐 ‘무관매직’이라는 칭호가 붙었다. 그의 눈길을 받으면 원석이 보석으로 변했고, 그의 손길을 거치면 유망주가 강타자로 성장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롯데를 최강타선으로 만들어낸 주인공, 김무관(56) 타격코치가 쌍둥이 유니폼을 입었다. 6일부터 시작된 LG의 진주 마무리훈련에 참가해 타자들을 만지기 시작했다. LG팬들은 벌써부터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 공포의 롯데 핵타선을 만든 미다스의 손

2006년 그가 롯데 타격코치로 다시 부임한 뒤 지지부진하던 롯데 타선은 공포의 핵타선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2002년부터 한번도 2할5푼대 이상을 기록하지 못하던 팀타율은 2007년부터 올시즌까지 단 한번도 2할7푼대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2007년 0.270으로 도약했고, 2008년 0.282, 2009년 0.277, 2010년 0.281, 2011년 0.288을 기록했다. 올시즌 팀홈런은 185개로 1위였고, 팀장타율은 무려 0.461에 이르렀다. 그의 손길 아래서 이대호는 최고 타자로 성장했고, 전준우와 손아섭 등 젊은 타자들도 급성장했다.

그래서인지 유니폼을 갈아입었지만 그는 롯데 제자들과 롯데팬들을 먼저 떠올렸다. “롯데 타격이 좋아 저에 대한 평가도 좋았지만 사실 롯데에는 원석과 보석이 많았어요. 롯데팬들한테도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죠. 저한테 상도 주더라고요. ‘불빠다상’이래요. 화보처럼 책자를 만들어 주시더라니까요. 고맙죠.”


● 도전하고 싶어 LG에 왔다

고생해서 갈고닦은 평탄한 길, 땀을 흘려 지어놓은 안락한 집을 마다하고 앞길이 불투명한 모험을 선택했다. 주변에서 “나이 먹고 왜 힘든 길을 가느냐”며 소매를 붙잡는 지인도 있었다. 그는 “언젠가는 LG에 한번 오고 싶었다. 그런데 김기태 감독이 나를 원해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웃었다.

“롯데는 이제 안정적인 팀입니다. 타격이 궤도에 올라왔죠. 거기 있으면 저도 안정적이죠. 직장을 옮길 때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그러나 안주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순간에 LG에서 제의가 왔어요. 도전하고 싶었어요. 여기 와서 좋은 성적을 내면 또 다른 보람도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1986년부터 코치 생활을 시작해 지도자로 명성을 쌓아왔다. 태평양과 현대에서, 그리고 롯데를 거치면서 최고의 타격코치로 주가를 높였다. 그러나 자칫 여기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동안 쌓아올린 명성이 허물어질 수도 있다. 그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LG팬들도 롯데 못지않게 열성적인 팬들이 많잖아요. 기대가 많다는 것도 알아요. 당장 LG팬들이 ‘김무관이 왔으니까 이대형도 3할타자 되겠다’고 하는 얘기도 들었어요. 잘못하면 ‘김무관도 별거 아니네’ 할 거 아닙니까. 솔직히 부담도 됩니다. 그러나 저는 늙은 말입니다. 늙은 말이 뭐예요. 경험을 통해 길은 안다는 것이죠. 잘못된 길로 인도하지는 않도록 해야죠.”


● LG에서 보석과 원석을 찾아보겠다

LG 유니폼은 처음이다. 외부에서 LG 타선을 볼 때 어떻게 느꼈을까. 그는 “LG 타자들도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타자들의 전체 분포를 놓고 봤을 때 중간층이 두꺼운 마름모꼴이 가장 이상적인데, LG는 중간층이 약한 것 같다. 그래서 안정적인 팀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페넌트레이스는 마라톤이기 때문에 타선을 이끄는 주력타자들이 부상 등으로 이탈했을 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층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편차를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LG에서 원석에 머무는 선수를 보석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LG에서 욕심나는 원석은 누가 있을까. 그는 이대형과 오지환을 지목했다.

“이대형은 좋은 1번타자감이지만 출루율이 낮더라고요. 3할을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1번타자라면 출루율이 중요하죠. 누구나 약점은 있어요. 그런데 발이 빠르다고 너무 맞히는데 급급해서는 안 됩니다. 오지환은 신체적 조건은 좋아요. 유격수라는 것이 타격에 장애가 될 수 있지만 확률을 높이도록 해야죠.”

그러나 그는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기술적인 부분 외에 심리적인 부분도 만나야 선수를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도 각오했다. “제가 잘 모르는 선수들이라 파악하는 데 시간도 걸릴 겁니다. 성격부터 공격적인지, 소극적인지 알아야죠. 결국 소통이 필요하죠. 말로 선수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지도자가 돼야합니다. 코치와 선수는 신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LG는 최근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결과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고난이 있겠지만 잘 됐을 때 희열은 그만큼 더 크다”면서 도전의식을 드러냈다. 진주에서 LG 타자들의 타격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그는 원포인트 레슨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을 듣던 윤상균은 “많은 말씀은 하지 않는데 이해가 쉽게 잘 짚어주시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LG에서도 과연 ‘무관매직’은 이어질까.

진주|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