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포수들 “나 안잡고는 못 배길걸?”

입력 2011-11-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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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진갑용 LG 조인성 한화 신경현(왼쪽부터),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베테랑 포수 3인방이 FA를 선언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진갑용·조인성·신경현…노장 포수들의 이유있는 FA 선언


나이 들수록 가치 커지는 특수 보직
원소속팀 대안 없는 점도 믿는 구석


이치로, 마쓰이, 마쓰자카 등 미국으로 넘어간 일본야구의 스타는 많다. 그러나 진출 시점에서 성공 여부를 두고 가장 논란을 일으켰던 선수는 조지마 겐지였다. 왜냐하면 그의 포지션이 포수였기 때문이다. 조지마가 당시 일본 최고의 포수였다고 하더라도 메이저리그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단순히 수준이 높다는 차원이 아니라 야구관 자체가 다르고 언어가 달라졌기에 커뮤니케이션이 호환 가능하겠느냐는 근원적 의문에 휩싸인 것이다.

조지마는 시애틀에서 몇 년을 뛴 뒤 결국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로 유턴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도 용병 도입 이후 외국인 포수를 쓴 유일한 예외는 2004년 한화의 엔젤 페냐였다. 물론 전문 포지션은 포수가 아닌 3루수나 지명타자였다. 일본프로야구 역시 비슷하다. 포수라는 포지션의 특수함을 반증하는 사례다.


● 노장 포수들의 FA 선언

삼성 진갑용(37), 한화 신경현(36), LG 조인성(36) 등 자기 팀의 확실한 주전을 확보한 베테랑급 포수가 3명이나 FA 시장에 나왔다. 다른 포지션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것은 그 나이 때문이다. 보상금이나 보상선수 규정이 엄격한 한국의 FA 현실에서 나이 든 선수의 FA 선언은 자충수가 될 리스크가 높지만 포수는 오히려 나이가 들어야 일정한 가치를 띠기에 ‘특수 보직’이다.

왜냐하면 포수에서 나이는 ‘노쇠’가 아니라 ‘연륜’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연륜은 자기 팀으로 국한된다. 타 팀으로 이적하면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거의 소각하고, 새 데이터로 채워야 되기에 녹록치 않다. 포수의 이적이 잦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진갑용, 신경현, 조인성도 다른 팀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카드다. 득보다 위험성이 더 커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 소속팀은 완전히 얘기가 다르다. 이 포수들이 만에 하나 떠난다면 그 자리를 대체할 자원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세 팀은 실질적 주전포수인 이들을 놓친다면 백업 포수로 당장 2012시즌 전체를 꾸려야 되는데 답이 안 나오기가 십상이다.

베테랑 3인이 FA라는 도박을 감행한 것도 바로 이런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FA 우선협상기간, 구단과 베테랑 포수들의 밀고 당기기 수싸움이 한층 흥미로운 이유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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