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의 직설도 안성기의 눈물도… ‘살아있는 열정’이었다

입력 2011-1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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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영화판 25인의 이야기 ‘나는 영화가 좋다’ 펴낸 이창세 대표

박찬욱·강우석 감독, 안성기 등
대표적 영화인들의 인터뷰 담아


“그만둘 수 있을 때 어서 그만두세요. 그만두기에 늦었다면 나가서 뭐라도 찍으세요. 이 찬란한 디지털 시대에, 돈 없고 인맥 없어서 영화 못 만든다고 하면 누가 불쌍히 여겨줄 것 같습니까? 그런 정신상태라면 당장 그만두세요.”

비수처럼 날카롭고, 냉소적이며 직설적인 언사는 ‘공동경비구역 JSA’의 연출자 박찬욱 감독의 말이다.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은 “아! 죽어라 하지 않으면 개뿔도 없겠구나”라며 자신의 깨달음을 전한다. ‘공공의 적’의 강우석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며, “카메라 앞에 설 수 있는 힘이 있고,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가겠다”겠다는 배우 안성기와 뜻을 함께한다.

20년 동안 영화기자로 살았고, 이제는 영화 제작자로 또 배우로 살아가며 여전히 ‘영화판’을 지키고 있는 ‘글쟁이’ 이창세 퓨처필름 대표 프로듀서.


그의 눈에 영화 현장은 바로 이들의 끓어넘치는 열정으로 “늘 펄펄 살아 움직인다”. 이창세(사진) 대표가 배우와 감독, 제작자 등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인물 25인을 인터뷰해 펴낸 책 ‘나는 영화가 좋다’로 이들의 그 열정과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담아냈다.

저자가 보기에, 박찬욱의 칼 같은 냉소의 직설도, 이준익이 나이 먹어 얻은 깨달음도, 강우석의 영화 혹은 현장에 대한 무한한 애정도, 안성기의 평생 꾸준함도 모두 열정과 땀과 눈물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에는 영화로 밥먹고 살아가는, 하지만 밥 이상의 무언가로 그들에게 영양분이 되어주는 영화와 ‘영화판’의 속살이 그대로 담겼다.

영화로 살아가는 이들만이 간직한 경험과 꿈과 희망, 좌절과 실패의 경험은 영화를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도 오롯이 현실로서 영화와 ‘영화판’을 바라보게 하는 귀중한 계기. 배우 최진실과 이은주, 정승혜 프로듀서 등 세상을 미리 떠난 이들에 대한 추억담도 결국 영화와 사람과 세상에 대한 열정으로 일하는 충무로 사람들에 대한 또 다른 애정의 시선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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