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 사커에세이] 남태희 카타르행 ‘네가지 이유’

입력 2011-12-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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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희. 스포츠동아DB

유망주 남태희(20·발랑시엔)가 축구선진국 프랑스를 떠나 카타르로 전격 이적했다. 이번 일을 주도한 사람으로서 그 배경에 대해 팬들에게 한번쯤 소명할 기회를 가졌으면 했다. 선수 본인이나 필자에겐 장고의 시간과 고통을 요구한 결정이기에 더 그랬다.

우리의 판단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명분’보다는 ‘실리’였다. 프랑스 1부리그 클럽에서 교체멤버로 꿋꿋하게 버티며 주전도약을 노릴 것인가, 아니면 급을 한 단계 낮춰서라도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며 유럽 빅클럽 입성을 노릴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밤잠을 설쳐야했다. 그리고 끝내 ‘가지 않은 길’을 걷기로 했다. 이유는 다음 4가지다.

첫째, 선수 가치를 가장 잘 알아주는 감독이 있기 때문이었다. 카타르 레크위야의 감독인 자멜 벨마디는 남태희가 발랑시엔에 입단한 2009년 초 팀의 주장이었다. 이영표보다 불과 한 살 많은 35세이니 아주 젊다. 알제리 출신으로 파리 생제르망(PSG), 마르세유, 맨체스터시티, 사우스햄턴 등에서 활약한 그는 불과 2개월여 남태희와 함께 해본 뒤 그의 재능에 반했다고 한다. 2년 전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고 카타르로 건너가 감독이 된 뒤 지금껏 끊임없이 구애를 해왔다.

둘째, 클럽의 야심이 마음을 움직였다. 카타르 1부리그 승격 첫해인 2010∼2011 카타르리그를 제패한 이 클럽은 제2의 맨체스터 시티, 제2의 파리 생제르망을 지향한다. 넉넉한 재원을 바탕으로 아시아 최고구단을 넘어 세계적인 클럽을 꿈꾸고 있다. 파리 생제르망과 구단 소유주가 같아 남태희가 준비만 되면 PSG로 이적하는데 전폭적인 지원 약속이 있었다.

셋째, 새로운 리그에 적응이 어렵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남태희는 프랑스어 의사소통에 장애가 없다. 레크위야에는 바카리 코네(전 마르세유), 아루나 딘단, 캉가 아칼레(이상 전 랑스) 등 아이보리코스트 출신 선수들과 발랑시엔 팀동료였던 중앙수비 트라오레 등 프랑스어를 쓰는 선수들이 많다.

마지막으로 카타르 축구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주목했다. 2022년 월드컵 개최에 성공하면서 카타르 축구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리그 수준도 나아지고 있지만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럽의 명문클럽들을 하나 둘 사들이면서 양 대륙 사이에는 견고한 다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자멜 감독이나 바카리 코네가 그랬듯이 카타르 리그를 거쳐 유럽에 입성하는 선수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모든 조건이 완벽했음에도 주위에선 대부분 카타르행을 만류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젊은 선수가 돈을 찾아 중동으로 갔다는 편견을 극복하는게 쉽지 않았다. 물론 우리의 선택이 올바른 것인지는 앞으로 차츰 밝혀질 것이다. 그리고 그 숙제는 어린 남태희와 필자가 나란히 져야할 짐이다.

김동국 지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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