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규 KBO 심판위원장의 이것이 야구다] Q. 엔트리 누락된 타자가 안타 치면?

입력 2012-0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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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정선수 알지 못한 플레이는 유효
광저우아시안게임 때의 일이다. 2010년 11월 13일 예선 1차전에서 대만에 6-1로 앞서던 7회초 한국은 선발 류현진에 이어 윤석민을 2번째 투수로 등판시켰다. 그러나 윤석민은 마운드에 올랐다가 공은 1개도 던지지 못한 채 몸만 풀고 내려와야 했다. 윤석민이 경기 전 제출한 출전선수명단(24명)에서 누락된 탓에 대회 공식기록 관계자가 그 사실을 구심에게 지적해 전달했고, 구심이 이를 근거로 윤석민의 등판을 막아선 것이다. 경기개시 1시간 전 제출된 한국의 출전선수 엔트리는 총 24명이 아니라 윤석민이 누락된 23명뿐이었다. 대표팀의 엔트리 등록을 관리하던 관계자가 출전선수를 확인하지 않고 명단을 제출해 생긴 해프닝이었다. 2011년 한국프로야구 대회요강 제14조 ‘현역선수 등록’을 보면 26명으로 한다고 돼 있다. 등록선수가 26명이지만 당일 경기에 출장할 수 없는 1명의 선수를 따로 명기하므로 경기당 출장인원수는 25명이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부정선수 해프닝은 지금까지 모두 2차례 있었다. 1983년 5월 17일 잠실 롯데-MBC전 때다. 9회말 2-4로 뒤지던 MBC가 2사 후 볼넷으로 출루한 유승안 대신 대주자 조호를 기용했다. 그러나 다음 타자 김정수의 안타로 2루까지 진루한 조호가 당시 25명 엔트리에 들어있지 않은 사실이 발각돼 부정선수로 현장에서 그대로 아웃 처리되고 경기도 종료됐다. 이것이 최초의 부정선수 사례다.

2번째 사례는 2004년 5월 22일 대전 KIA-한화전에서 일어났다. 3-3 동점이던 12회말 2사 1·2루서 2번 대타 엔젤(한화)이 볼넷을 얻어 만루가 되자 한화 유승안 감독은 1루에 대주자로 투수 김해님을 내보냈다. 문제는 김해님이 이날 26명 엔트리에는 등록돼 있는 선수였지만 세모표시의 출장제한선수로 오더상에 기재돼 있던 선수임이 경기 종료 후 발각된 것이다.


Q. (1)가정이지만 만일 엔트리에 등록돼 있지 않던 윤석민이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고 투구를 시작한 뒤에야 부정선수인 것이 발견됐다면 그 후속 조치는 어떻게 되었을까?

(2)유승안의 안타로 대주자가 된 조호가 후속타자인 김정수의 안타로 2루를 밟고 나서 어필에 의해 아웃이 된 것은 정당한 판정인가?

(3)대주자로 나온 김해님은 정당한 출장이 되는가?



A.


(1)의 경우 금메달로 향하던 우리나라 대표팀의 목표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뻔했다. 아마추어와 프로야구에서의 규칙 적용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아마 경기에선 부정선수가 출장해서 경기를 하다가 발각되면 그 팀이 몰수패를 당하게 된다. 만약 아시아게임 대회요강에 ‘부정선수의 출장 때는 몰수게임을 명한다’는 조항이 있었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때 다행인 것은 윤석민이 마운드에 올라가 몸을 풀고 내려왔을 뿐 타자를 상대로 투구를 하지 않아 야구규칙 3.05(c)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3.05 선발투수 및 구원투수의 의무=(c) 규칙에 의해 교체가 허용되지 않는 투수가 출전하였을 때 심판원은 이 규칙에 합당한 준비가 이루어질 때까지 정규투수에게 다시 등판하도록 명하여야 한다. 만약 잘못으로 출전한 투수가 지적당하지 않은 가운데 타자에게 1구를 던지거나 또는 베이스에 있는 주자가 아웃되었을 경우 그 투수는 정당화되며 다음의 플레이는 모두 유효하게 된다.’


(2)는 판정이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규칙 3.08(b) 교체가 발표되지 않은 선수가 하나의 플레이를 펼치거나 그 선수에 대하여 플레이가 이루어지면 모두 정규의 것으로 된다’를 적용하면 주자의 진루는 이루어져야 한다. 야수 및 타자나 주자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에 나올 수 없는 선수였음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플레이는 모두 유효가 된다.


(3)의 경우 김해님은 정당한 출장이 된다. 잘못에 대한 어필도 하지 않았고 경기가 끝난 후에 발견된 사항이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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