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방망이의 힘은 야구동영상

입력 2012-03-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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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현수는 “타이밍을 잡는데 매니 라미레스의 방법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라미레스는 보스턴 등에서 활약한 메이저리그의 대표적 강타자. 최고 타자들의 장점을 흡수하기 위해 김현수는 그들의 타격영상을 보며 연구한다. 스포츠동아DB

대한민국 타격교과서의 공부법


한미일 가리지 않고 타격영상보며 열공

“야구동영상 찾기 대회 있다면 내가 1등
좋은 타자들 공통점 찾아 내것 만들 것”


전문가들은 두산 김현수(24)를 좋은 타자라고 말한다. 이유도 분명하다. ‘타격 메커니즘이 좋다’, ‘교과서적 타격을 한다’ 등이다. 하지만 야구는 단순히 기술 발현의 스포츠가 아니다. 멘탈 스포츠라고 할 만큼 심리적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메이저리그 최초로 70홈런을 친 마크 맥과이어도 “사람들은 모두 내 육체를 보지만 난 두 팔보다 마음을 더 사용한다”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김현수 역시 마찬가지다. 빼어난 기술만큼 강한 정신력과 명확한 타격론이 정립돼 있기에 지금의 그가 있다.


○“난 내가 못 치는 것을 인정한다!”

“모든 공을 잘 칠 수는 없어요. 못 치는 걸 인정해야죠. 인정은 하되 어떻게 하면 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거예요.” 김현수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다. 타석에서 노림수를 갖고 치기보다 볼 변화에 순간적으로 대처하는 타격을 한다. 지난 2년간 홈런을 치기 위해 스윙을 크게 하며 슬럼프를 겪었지만 콘택트 능력은 여전히 국내 최고로 꼽힌다. 물론 그에게도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가 있고, 도저히 못 칠 것 같은 볼이 있다. 하지만 ‘못 치겠다’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사람들이 대개 자신이 못 하는 것을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며 “난 못 치겠으면 ‘못 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그 볼을 어떻게 칠지 고민한다. 깔끔하게 인정하고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게 내 방식”이라고 말했다.


○“잘 칠 때는 볼넷, 못 칠 때는 안타”

고민은 연습 때까지다. 타석에 들어서면 오직 투수와의 싸움에 집중한다. 경기가 끝나면 그날, 한달, 그리고 한 시즌 동안 자신의 타격 그래프를 머릿속으로 그린다. 어차피 타격에는 굴곡이 있다. 매 경기 잘 칠 수 없다는 것을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적이 좋다고 자만하거나 좋지 않다고 좌절하지 않는다. 대신 한 가지만 기억한다. 그는 “잘 칠 때는 볼넷을 골라내려 하고 못 칠 때는 치려고 덤비는 편이다”며 “잘 맞을 때는 언제든지 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공을 참고 보는 게 중요하다. 안 풀릴 때는 안타를 치려고 공격적으로 나간다. 그래야 빨리 막힌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좋은 타자들의 공통점 찾기 ‘열공’ 중”

야구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임재철은 “(김)현수처럼 야구동영상을 많이 보는 선수는 아마 없을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실제 그는 한·미·일 가리지 않고 잘 치는 타자들의 타격영상을 반복해 보며 끊임없이 연구한다.

보고 배운 것은 실전에 적용해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폼을 찾고 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타자가 되기 위해 과정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는 “야구동영상 찾는 대회를 하면 내가 1등일 것”이라며 웃고는 “영상을 보면서 좋은 타자들의 공통점을 찾고 있다. 분명히 있을 거다. 꼭 찾아내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타격기계’, ‘타격의 교과서’, 최근에는 ‘김치로’까지 그에게 붙는 수식어는 많지만 본인은 그저 김현수다운 타자가 되는 게 유일한 목표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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