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학 “‘과거’ 모두 버리고 트로트에 인생 건다”

입력 2012-04-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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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곡 ‘이대팔’로 20년 만에 돌아온 가수 이범학.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20년 만에 트로트가수로 돌아온 ‘이대팔’의 이범학

2:8 가르마, 큼지막한 뿔테 안경. 나비넥타이.

일단 스타일부터 범상치 않다. 특이한 모습 때문에 남의 시선을 한몸에 받아도 머뭇거림이 전혀 없다. 마치 쭉 이런 스타일을 유지해온듯 당당한 걸음걸이에 시선은 정면을 향하고 있고,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번졌다.

‘설마?’하는 호기심으로 다시 보게 되는 이 남자. 바로 이범학이다. 1991년 ‘이별 아닌 이별’로 여자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던 그가 20년 만에 돌아왔다. ‘내 사랑 굿바이∼ 굿바이∼ 어디서나 행복을 바라는 내 맘은∼’라는 노랫말의 느낌을 떠올릴만한 달콤한 발라드를 기대했지만, 이런 예상을 확 깨고 트로트 곡 ‘이대팔’로 다시 팬들 앞에 섰다.


● “가수로서 배수진을 친 것”

이범학은 “(트로트 가수로)변신을 고민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며 “한 것도 없는데 20년이 흘렀고, 다시 발라드로 돌아온다면 경쟁력이 없을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이번 변신에 대해 “가수로서 인생에 배수진을 친 것과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1994년도 소속사와 계약이 끝난 뒤 직접 음반 제작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독립했다. 하지만 게으름도 피우고, 처음 하는 것이라 금전적인 문제와 시행착오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20년이 훌쩍 지났다.

“부업이나 다른 쪽에 눈을 돌리지도 않았고, 바보처럼 우직하게 음악만 만들었어요. 간간히 뮤지컬도 출연하고, 드라마와 영화에도 조금씩 얼굴을 내밀었죠. 그러다가 지난해 우연히 바이브의 윤민수를 만나게 됐어요. 소주 한두 잔 기울이면서 친해졌는데, (윤)민수가 ‘형 나이에 맞는 음악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했는데, 정말 곡을 만들어왔더라고요. 귀에 쏙 들어오는 게 ‘그래! 이거다. 가자’라고 마음먹고 도전하게 됐어요.”

그의 컴백곡 ‘이대팔’은 나이 든 아저씨들의 상징인 2:8비율의 가르마를 뜻한다.

‘거울 앞에서 뽀마드 기름 손에 붓고 이대팔 머리 넘기고/배바지 입고 빽구두 신고/얄라리 얄라리 얄라리 얄라셩’이라는 구성진 가사에 트로트의 묘미인 ‘꺾기’와 ‘콧소리’도 일품이다.


● “한 번만 살려 주세요.”

그래도 한 시대를 풍미한 히트곡 ‘이별 아닌 이별’의 주인공이지만, 이범학은 ‘내가 과거에 잘나간 가수다’라고 거들먹거리거나 으쓱거리지 않는다. 새 앨범의 재킷에 보면 “한번만 살려 주세요”라는 솔직한 그의 마음이 쓰여 있다. 그의 심정에 어울리게 소속사 이름도 ‘생존기획’이다.

“‘왕년에’ 잘 못 나간 사람이 어디 있어요. 부모님도 ‘네가 언젯적 이범학이냐’고 하시더라고요. 맞는 말이죠. 지금 경차 타고 다녀요. 주차도 편하고, 기름값도 절약되고요. 자동차가 언제부터 연예인 얼굴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차는 차일 뿐인데 말이죠. 스타일리스트도 없어요. 인터넷 쇼핑에서 무대 의상을 골라요. 하하하”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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