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사커] 김기희 “결승 데뷔골? 작전미스 덕분, 골 못 넣었으면 어휴…”

입력 2012-04-0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기희는 튀지는 않지만 대구의 수비라인을 지휘하며 K리그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기희. 스포츠동아DB

공격투입 순서 아니었는데
얼떨결에 지시 어기고 몸 날려
감독님 칭찬이요? 전혀, 하하
서운하지 않…조금은…음~

“의도한 건 아닌데, 그냥 어떻게 하다보니…^^”

이번 주 스포츠동아 카톡 인터뷰의 주인공인 대구FC 김기희(23)는 머쓱한 듯 연신 웃음 모양의 이모티콘을 전송해왔다. 지난 주말 K리그 5라운드는 흥미진진한 뉴스들이 쏟아졌다. 눈길을 끈 경기 중 하나는 3월3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대구의 승부였다. 대구는 후반 중반까지 0-2로 끌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후반 28분과 39분 송제헌의 연속 골로 균형을 맞춘 대구는 추가시간에 김기희의 헤딩 골로 짜릿한 역전극을 일궜다. 숨겨진 내용이 재미있다. 마지막 찬스가 왔을 때 대구 모아시르 감독은 중앙 수비수 김기희가 공격에 가담하는 걸 지시하지 않았다. 그는 그냥 달려갔고, 우연히 공이 머리에 맞았다고 했다. 의도하지 않았고, 지시 불이행까지 하면서 뽑아낸 프로 데뷔 첫 골이다.


○골 넣었어도…

-중앙 수비수인데 결승골 주인공이 됐죠.


“아, 생각 못했어요. 미안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사실 제가 공격 투입되는 순서가 아니었거든요. 결과가 좋았으니 망정이지…. 어휴-_-;;”


-투입 순번이 아니라고요?

“예, 제가 헷갈려서 지시 받지 못한 채 공격에 뛰어들었죠. 그리고 몸을 날렸더니 잘 됐어요.”


-모아시르 감독님이 그래도 좋아하지 않았어요?

“전혀요. ㅋㅋ. 칭찬은 전혀 없었어요. 그냥 동료들 모두 불러놓고 ‘이길 경기를 이겼을 뿐이다. 난 우리가 이길 줄 알고 있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게 끝이었죠. 뭘.”


-서운하지 않아요?

“아뇨, 조금은…. 음.”


○농익어가는 프로 2년차

-벌써 프로 무대에서 두 시즌 째이네요.


“작년에는 그냥 무조건 열심히 뛰었죠. 아무런 생각 없이 그라운드만 정신없이 누볐어요. 이젠 열심히 한다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팀에 기여도를 높일 수 있을지 궁리합니다.”


-어떻게 하는 게 기여도일까요?

“입을 쉴 새 없이 놀려대죠. 그라운드에서 가급적 말을 많이 하려고 해요. 꼭 잔소리꾼이 된 것 같아요.^^”


-무슨 말을 하는데요?

“제 위치가 최종 수비잖아요. 동료들을 뒤에서 컨트롤해야죠. 일단 경기장에 들어가면 선배와 후배 모두 마찬가지죠. 맨 마킹 선수를 놓치지 말라. 어떻게 어떻게 위치를 해라 등등 쉴 틈이 없어요.”

-이영진 전 감독님이 칭찬이 굉장했죠.

“선생님께서 절 좋아해 주셨다고요? 음, 글쎄요.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전 튀는 건 별로 몸에 맞지 않아요. 헌신하고 녹아드는 역할을 더욱 좋아하거든요. 그게 더 어울리죠.”


○스타? 되기 위해 노력 중

-올림픽대표를 오가고 있죠. 이젠 ‘준 스타급’이라는 걸 느끼나요?


“아직 느끼지 못해요. 실감도 안 나고요. 알아보는 분도 많지 않은데요. ㅎㅎ. 아, 가끔씩은 있어요. 요즘은 SNS 세상이잖아요. 제 트위터에 팔로워 숫자가 꾸준히 늘고, 페이스북에 친구로 등록되는 분들이 많아지는 게 정말 신기하네요.”


-이것만은 자신이 있다!

“제 공권? 노력하는 자세? ㅋㅋ. 너무 빤한 대답인가? 제 역할에 정말 만족해요. 제가 대학(홍익대)까지 수비형 미드필더였거든요. 작년 대구에 입단했을 때도 미드필더로 두 경기에 나갔어요. 그런데 이영진 선생님(전 감독)께서 제 포지션을 바꾸셨죠. 인생의 전환점?”


-서운하지 않았어요?

“왜 없었겠어요. ㅎㅎ. 조금 삐쳤죠.”


-스스로 부족하다싶은 건요?

“너무 많죠. 경기 출전이 아직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경기 흐름을 잡는 게 혼란스럽죠. 순간순간 상황을 캐치 못해서 당황스러울 때도 많고요. 그 때는 그냥 선배들 말 잘 따르는 게 상책이랍니다.^^;”


-올림픽대표팀 내에서 경쟁이 치열합니다.

“올림픽팀을 들락거리고 있죠. 뭘. 작년 7월 천안에 모여서 최종예선 첫 경기를 준비할 때였는데, 정말 의미가 컸어요. 그냥 매 순간이 의미있고 배우고 있답니다.”


○대구가 강등권? 천만에!

-대구가 약체라는 인식이 많았죠. 어떤 게 대구의 강점일까요?


“3라운드부터 갑자기 달라졌잖아요. 모아시르 감독님이 끝까지 저희를 믿어주시거든요. ‘재미나게 놀아보라’고 해주시고. 부담 없이 뛰고 있고. 경기 전날 카페에 모여서 형들과 대화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스플릿시스템 강등 후보라는 말이 많았죠. 어떤 생각이었죠?

“사실 민감하죠. 그것 때문에 열심히 하는 것도 있어요. 보란 듯이 잘하려고. 이젠 강등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아요.^^ 저희가 약체라고요? 지금처럼만 하면 결과는 모를 것 같은데요.”


-목표는?

“생존은 아니죠. 건방지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정말 자신 있어요. 올 시즌을 대구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 보렵니다. 기대하세요!”


김기희 프로필

-포지션 : 수비수
-생년월일 : 1989년 7월13일(부산)
-신체조건 : 187cm 83kg
-학력사항 : 장평중-부경고-홍익대
-경력사항 : 대구FC(2011∼현재, 18경기 1골) 올림픽대표팀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