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 7330] 세게적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농구 사랑 “섬세한 농구는 4악장짜리 실내악”

입력 2012-04-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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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럴한 농구팬인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한국에 있을 때면 농구경기장을 즐겨 찾는다. 경기장에서 손열음(오른쪽)이 프로농구 원주 동부의 유니폼을 입고 아버지 손창엽 씨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작은사진). 사진제공|빈체로·손열음

원주동부 열성팬…치악체육관 단골 손님
농구 직접 즐겨…필라테스는 건강지킴이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천재소녀로 명성, 15세 한국예술종합학교 조기입학, 러시아 영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 최연소 2위(1997), 오벌린 국제피아노콩쿠르 최연소 1위(2000), 독일 에틀링겐 국제콩쿠르 최연소 1위(2000), 이탈리아 비오티 국제콩쿠르 최연소 1위(2002),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 2위(2009).

여기에 손열음(26)은 2011년 제14회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 피아노부문 2위에 오르며 날개 위의 날개를 달았다. 1974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정명훈이 2위를 한 이래 37년 만의 쾌거였다.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전 세계를 무대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입상 직후인 지난해 9월에는 한 달 동안만 무려 16번의 연주회를 했을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국내 팬과 만나는 일에도 열정적인 손열음은 국내 연주회도 많다.

5월 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도 그 중 하나. ‘영국음악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와 우리 귀에 익숙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을 협연할 예정이다.

이 악단은 영화 ‘아마데우스’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 음반을 연주한 것으로 유명하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은 손열음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쳤던 곡이기도 하다. 이 콩쿠르에서 손열음은 2위 수상과 함께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손열음의 눈빛은 음악보다 자신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농구 얘기를 할 때 더욱 반짝반짝 빛났다. 고향팀 프로농구 원주 동부프로미의 열렬한 팬이다. 선수 중에서는 포워드 황진원을 가장 좋아한다.

직접 농구를 즐기기도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경기장을 찾아 목청껏 응원을 하는 일이다. “원주의 특성이 그래요. 사람들이 농구장 가는 게 영화관 가는 것처럼 자연스럽죠.”

원주동부와 안양KGC인삼공사의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 열렸던 4월 6일. 이 경기를 보기 위해 손열음은 폴란드 연주를 마치고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곧바로 원주 치악 체육관으로 달려갔다고 한다.

손열음은 농구의 매력에 대해 ‘콤팩트함’을 꼽았다. 빠르고, 압축된 느낌을 주는 농구에 비해 야구는 너무 길단다.

“음반만 듣다가 음악회장에 가보면 감동의 차원이 다르잖아요. 농구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진짜 재미를 느끼려면 경기장을 가야죠. 늘 TV에서만 보다가 경기장을 딱 가니까 감동이 막 배가되더라고요.”

음악과 비교한다면 야구는 교향곡, 농구는 실내악이라고 했다. 4악장(4쿼터)짜리 실내악. 촘촘하고, 섬세한 운동이다.

손열음은 무대에 오르기 전 뮤지컬, 연극배우들처럼 항상 스트레칭을 해 온 몸을 풀어놓는다. 이를 위해 평소 필라테스를 한다.

농구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라면, 스트레칭과 필라테스는 건강과 일을 위한 운동이다.

인터뷰 말미에 “혹시 학창시절에 별명 같은 것 있었어요?”하고 고색창연한 질문을 던져 보았다.

“있었죠. ‘닫음’. ‘열음’의 반대.”

우리 모두 ‘우하하’ 웃으며 인터뷰를 마쳤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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