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전’에 이어 2년 만에 영화 ‘후궁:제왕의 첩’에서 진한 노출 연기를 펼친 조여정은 발랄하면서도 단아한 매력을 지닌 배우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굴곡진 여인의 삶 표현하며 성장통 앓아
감독에 대한 신뢰·자신감으로 작품 택해
노출만 보지 말고 혼신의 연기 봐줬으면
제일 섹시할 때요?
샤워한 뒤 촉촉한 내 모습이죠ㅋㅋ
배우가 새로운 작품을 선택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잣대가 있다. 시나리오 완성도, 출연료, 감독과 배우들의 면면, 그리고 자신을 돋보이게 할 그 무엇….
6일 개봉하는 영화 ‘후궁:제왕의 첩’(제작 황기성사단, 이하 후궁)을 신작으로 삼은 조여정은 “굴곡진 삶을 살아간 한 여인의 모습”을 꼽았다. 한 마디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인 셈. 곧 자신의 연기로 인물의 생생함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이를 채워 줄 감독과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스태프에 대한 신뢰도 컸다.
‘후궁’은 사랑하는 남자를 지키기 위해, 오로지 살기 위해 궁에 들어간 뒤 자신을 흠모한 왕을 둘러싼 권력과 욕망과 음모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도 또 다른 비극을 몰고 오는 한 여인의 이야기. 여인은 탐욕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극한의 욕망으로 치달아 가고야 마는 굴곡진 운명을 산다.
김민준 조여정 김동욱(왼쪽부터)은 영화 ‘후궁:제왕의 첩’에서 각각 급변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사진은 지난달 11일 서울 경희궁에서 열린 쇼케이스에 참석한 모습.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조여정은 바로 그 여인을 그려가며 “성장통”을 앓았다고 했다. “매우 복합적이고 매우 다층적이며 또 그만큼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배우로서 앓은 ‘즐거운 고통’은 “촬영이 끝난 뒤 한 달여 집안에 틀어박혀 있어야” 했을 만큼 지나치기 쉽지 않았다.
1997년 데뷔 이후 그토록 앓아본 적이 있었을까. 2010년 자신을 온전히 관객에게 각인시킨 ‘방자전’을 거쳐 조여정은 이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을 세상에 내보이게 된 셈일까.
이미 ‘방자전’에서 세인의 시선을 모은 노출 연기 이후 또다시 ‘후궁’을 통해 자신의 몸을 드러내야 하는 부담감을 선택하기도 했다. “노출에만 시선이 집중되는 것도 일종의 관심”이라며 ‘그게 뭐 어떠냐’는 표정을 지은 조여정은 “김대승 감독님도 ‘방자전’ 이후 이런 작품을 하겠느냐며 시나리오를 주지 않았다. 제작사가 건넨 시나리오를 읽고서야 김 감독님을 만나기로 했다”고 돌이켰다. 배우와 감독 사이에 오간 신뢰는 이미 그때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셈. 그런 신뢰가 아니었다면 노출과 진하고도 격렬한 몸의 연기는 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터이다.
“결국 영화를 본 관객의 평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 관객은 내 선택을 믿어주지 않겠느냐.”
노출 연기에만 관심이 쏠릴 수도 있는 그 ‘부담감의 선택’을, 이렇듯 에둘러 경계할 줄도 조여정은 알았다. 그런 에두름의 세월도 조여정에게는 짧지 않았다. 1997년 잡지 모델로 데뷔한 이후 ‘방자전’이 아니었다면, 그저 주·조연급 연기자로서만 남았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때론 조급하기도, 때론 일과 사람이 남긴 상처에 울기도 했다.
에두름의 기다림을 견뎌 내고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은 끝에 조여정은 ‘후궁’이란 작품을 만났고 또 선택했다. “영화 촬영을 끝내고 이것저것 남은 진한 아쉬움”은 곧 “아! 그 장면을 왜 그렇게 연기했지?”라는 또 다른 조바심으로 이어졌다.
조여정은 이제 제법 그런 욕심을 낼 수 있게 된, 하지만 욕심을 욕심으로 내버려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또 있는 그대로 몸과 말과 표정으로 표현해낼 줄 알게 된 듯했다. 조목조목,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면서 조여정은 ‘가장 섹시하다고 느낄 때가 언제냐’고 묻자 “씻고 난 뒤 촉촉이 젖은 머리칼을 늘어뜨리고 거울을 볼 때”라며 호호 웃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tadada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