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도루’ 빌리 해밀턴, 제2의 리키 헨더슨 되나?

입력 2012-07-06 10: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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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해밀턴 성적. 사진=마이너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도루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OPS의 시대가 열리면서 도루의 가치는 추락했다. 하지만 아웃카운트를 소비하지 않고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는 매력에 도루의 가치는 다시 상승하고 있다.

최근 마이너리그에 번개 같은 스피드를 자랑하는 선수가 나타났다. 마치 100m 스프린터를 보는 듯하다. 신시내티 레즈의 상위 싱글 A에서 뛰고 있는 빌리 해밀턴(22)이다. 해밀턴은 지난해 싱글 A에서 103개의 도루를 성공시켜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번 시즌에는 한 단계 위인 상위 싱글 A에서 불과 80경기 만에 101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2년 연속 100도루를 달성한 것. 도루 실패는 21개다. 마이너리그인 점을 감안해도 엄청난 도루생산능력과 성공률이 아닐 수 없다.

해밀턴의 등장으로 1987년 빈스 콜먼(109도루) 이후 25년 넘게 사라진 100도루 달성에 야구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밀턴은 유격수를 맡고 있고, 3할이 넘는 고타율을 기록 중이다. 국내 프로야구로 따지면 1994년의 이종범과 비슷하다. 당시 이종범은 유격수를 맡으면서 84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메이저리그처럼 162경기를 치렀다면 100도루를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다른 흥미 거리도 있다. 해밀턴의 이름이 메이저리그 역대 도루 3위의 기록을 갖고 있는 빌리 해밀턴과 이름이 같기 때문이다. ‘슬라이딩 빌리’라는 별명을 가졌던 빌리 해밀턴은 1800년대 활약했던 선수. 본명은 윌리엄 로버트 해밀턴이지만 빌리 해밀턴으로 선수생활을 했다. 이 선수는 1889. 1891시즌 111개의 도루를 성공했으며 통산 914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신시내티의 해밀턴은 약 110년 전 빌리 해밀턴이 환생한 듯하다.

혜성 같은 해밀턴의 등장 이전 가장 최근에 마이너리그에서 한 시즌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유격수 겸 1번 타자 라파엘 퍼칼이다. 퍼칼은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1999년 2개의 리그에서 96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퍼칼은 메이저리그에서 50+도루 시즌을 한 번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2005년 달성한 46개의 도루가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이다.

지난 1980년대만 하더라도 리키 헨더슨과 빈스 콜먼이 그라운드를 휘저으면서 100도루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면서 100도루는 넘을 수 없는 벽이 됐다. 1990년대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마퀴스 그리솜이다. 그리솜은 몬트리올 엑스포스 소속이었던 1992년 78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최근인 2000년대에도 78개의 도루를 기록한 선수가 있다. 2000년대 최고의 스피드 가이 호세 레이예스. 폭발적인 스피드와 순발력을 자랑하는 레이예스는 2005년부터 3년 연속 도루왕에 올랐다. 2007년 78도루로 그리솜의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78도루는 지난 20년 동안 나온 가장 많은 도루다.

현재 해밀턴은 현재 100도루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아직 22살에 불과하고 메이저리그로 가기까지 많은 과정이 남아 있지만 이번 시즌 퓨처스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훌륭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더 발전한다면 100도루를 넘어서 지난 1982년 리키 헨더슨이 달성한 130도루를 넘어서지 못할 것도 없다.

또한 해밀턴은 탬파베이의 더블 A에서 뛰고 있는 이학주의 라이벌이 될 수도 있다. 리그는 다르지만 두 선수 모두 메이저리그를 이끌어갈 유격수 유망주로 평가 받고 있다. 해밀턴의 경우 외야 전향설도 있지만 현재까지는 유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학주 역시 스피드에서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며 28도루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동아닷컴 조성운 기자 madduxl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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