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군기잡는 ‘김주찬 파워’

입력 2012-07-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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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성적은 김주찬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최근 5년간 페이스가 동조화되고 있다. 김주찬(사진)과 손아섭의 중장거리포가 2012년 여름 롯데를 살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포츠동아DB

롯데 6월 위기 딛고 7연승 선봉

집중력 떨어진 후배에겐 군기반장
7연승한 5경기서 멀티히트·9타점
리더십도 야구도 화끈하게 진화중


롯데의 5년 연속 4강이 점점 굳어지고 있다. 최악 전력에서 출발해 최선의 성과를 이뤄가고 있어 그 어느 해보다 경이롭다. 최대 고비는 6월이었다. 홍성흔 문규현의 부상 이탈, 구멍 난 5선발, 안방마님 강민호의 체력저하를 뚫고 롯데는 7연승을 해냈다. 돌이켜보면 그 7연승의 출발점이자, 롯데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순간은 6월 21일 문학 SK전이었다. 2-0으로 앞선 4회 2사 만루서 조인성의 평범한 내야뜬공을 1루수 박종윤과 3루수 황재균이 서로 미루다 떨어트린 것이다. 2사 후여서 주자 둘이 들어와 2-2 동점이 됐다. 겨우 역전은 막았지만 롯데 덕아웃 분위기가 싸늘해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순간 선수들을 소집해 분위기를 잡은 이는 ‘영원한 캡틴’ 조성환이었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는데, 조성환이 나서기 전 후배들에게 일갈한 이가 있다. 바로 야수 서열 ‘넘버3’ 김주찬(31)이다. 전열을 정비한 롯데는 이날 7-2 승리를 거뒀고, 이후 LG, 한화를 상대로 한 3연전을 내리 스윕하며 7연승을 달려 6월 대반전에 성공했다. 바깥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올 시즌 들어 롯데 안에서 김주찬이 목소리를 내며 선수단의 위계가 잡히고 있다.


○승리 키 플레이어

김주찬의 가치는 7연승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롯데의 분수령이었던 6월 21일 SK전에서 2-2로 맞선 7회 2사 1·2루서 싹쓸이 결승 2루타로 결정타를 날렸다. 이어 29일 잠실 LG전 9회 동점의 징검다리를 놓는 좌전안타에 이어 연장 10회 2사 2·3루선 2타점 좌전적시타로 승부를 갈랐다. 7연승 기간 김주찬은 5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2루타만 5방(홈런 1개)을 날렸다. 타점은 9개. 해결사 같은 1∼2번 노릇을 해낸 것이다. 그 반대로 김주찬이 9타수 무안타로 막힌 두산과의 3연전(6월 29일∼7월 1일)은 전패였다. 그러다 SK전에서 김주찬이 연 이틀(7월 3∼4일) 2루타를 쳐 다시 2연승을 거두며 롯데는 7월도 힘차게 출발했다. 6일까지 김주찬은 타율 0.305로 규정타석을 채운 롯데 타자들 중 손아섭과 유이한 3할타자다.


○숨은 팀 플레이어

롯데 안팎에선 “김주찬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예전에는 ‘자기 플레이에 충실하자’는 주의였다면 지금은 ‘같이 잘 하자’고 후배들에게 조언해주는 편이다. 정작 김주찬은 쑥스러워했지만 “조금씩이라도 얘기를 건네주면 그것이 쌓여서 좋은 관계가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조성환, 홍성흔 선배가 팀을 위해 하는 것을 보고, 그 다음 연차인 내가 해야 될 바를 느꼈다”고도 말했다. 특히 선배의 책무를 자주 들려준 홍성흔의 영향을 적잖이 받았다.

시즌이 끝나면 김주찬은 프리에이전트(FA)가 된다. “어차피 시즌이 끝나고서 얘기다. 지금은 하루, 일주일에만 집중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도루를 더 하고 싶다”는 말속에선 팀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겠다는 책임감이 묻어난다. 2000년 삼성에 입단한 뒤 2001년 롯데로 트레이드됐던 김주찬은 2008년부터 야구가 확 늘었다. 롯데가 성적이 나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양승호 감독은 “주찬이가 올해 슬라이딩을 하다 허벅지 통증을 앓고 있는데 내색하지 않고 뛰어줘 고맙다”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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