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 몸은 최소 장애 6등급…주치의들 소견

입력 2012-08-01 1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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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원희야. 너 정말 존경스럽다. 그런데 다른 놈들이 바보냐, 아니면 네가 뛰어 난 거냐."
농담처럼 말했지만 마음 한 쪽은 울컥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 한국 국가대표팀 주치의였던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장은 남자 유도 73kg급에서 금메달을 딴 이원희(용인대 교수)를 당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로 기억한다.

그 때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원희의 몸은 경기를 할 수 없는, 아니 해서는 안 되는 상태였다. 박 박사는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다 나갔다. 흔한 말로 불구였다. 그런데 외발로 금메달을 따내더라. 많은 운동선수를 봐 왔지만 원희에게 존경심과 경외심을 느꼈다"고 했다. 이원희는 그 금메달로 한국 유도 사상 첫 그랜드슬램(올림픽, 아시아경기대회,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의 주인공이 됐다.

올해 런던 올림픽에도 한국 대표팀 주치의로 동행한 박 박사는 1일 또 한 명의 '이원희'를 봤다. 이날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81kg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재범(27·한국마사회)이다.

김재범은 금메달을 딴 직후 믹스트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 몸의 왼쪽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왼쪽 어깨는 물론 팔꿈치와 손가락, 무릎까지 아팠다. 어제까지 제대로 뛰지도 못할 정도여서 진통제를 맞아가며 훈련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박 박사는 "생각보다 많이 안 좋았다. 하나가 아니라 여러 관절이 동시에 안 좋았기 때문에 왼쪽 몸을 못 쓸 정도였다고 봐도 된다"고 했다.
공동 주치의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은 "일반인 같으면 그 통증을 참아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어깨와 무릎, 팔꿈치 등은 당장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두 주치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탈골된 김재범의 어깨는 물렁뼈가 찢어져 버렸다. 그래서 어깨를 움직일 수 있는 각도와 범위가 제한된다. 연골판이 찢어진 왼쪽 무릎은 통증이 너무 심해 연골주사를 거의 매일 맞아야 했다. 왼 팔꿈치는 심각한 관절염 증세를 보이고, 양쪽 10개 손가락은 힘줄이 늘어나 완전히 펴지지도 않는다. 허리통증도 고질적이지만 다른 부상 부위에 비하면 '새 발의 피'란다.

서 원장은 "한마디로 모든 관절에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재범이는 관절이 펴지는 한에서 최대한 움직일 수 있게 주변 근력을 키웠다. 극심한 통증을 참아내면서 만들어낸 근육으로 경기를 치렀다"고 했다. 그는 또 "제대로 검사를 한다면 어깨와 팔꿈치만으로도 최저 장애 등급인 6등급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바로 그 장애의 몸으로 김재범은 금메달을 땄다. 6년 전 이원희가 그랬던 것처럼 그도 이날 금메달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런던=이헌재기자 un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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