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TE가 뭐길래, 낯 뜨거운 이통사들의 경쟁

입력 2012-08-10 17: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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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에 제작된 김달웅 감독의 ‘이수일과 심순애’ 속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더란 말이냐?”라는 명대사는 지금도 많이 희자화되곤 한다. 대사 속 ‘다이아몬드’의 상징을 여러 비유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VoLTE(VoLTE, Voice over LTE) 상용화 시작을 알리는 이통사들에게 이 대사를 빌려 “세계 최초가 그렇게 좋더란 말이냐?”라고 전하고 싶다. 반쪽짜리 서비스를 가지고 이 난리법석이다. 결국 방통위의 경고로 까지 이어진 이번 사건은 웃기지도 않은 해프닝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번 사건 속에서 더 아쉬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실 아직 일반인들은 VoLTE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VoLTE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상황에서 다짜고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밀어붙이는 꼴이다. 기존 서비스와 비교해 다른 점은 무엇인지, 이용하면 얻는 혜택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이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은 뒷전이다. 그저 VoLTE는 놓칠 수 없는 ‘차기 먹거리’니 어떻게 해서든 먼저 시작하고 보겠다는 느낌이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VoLTE란?

LTE는 기존 3세대(3G) 이동통신과 비교해 음성통화 서비스하는 방식이 다르다. 3G의 음성통화는 서킷 교환(Circuit switching, 회선 교환)으로 이뤄지는데, 서킷 교환은 교환망을 거치면서 발신자와 수신자를 1대 1로 연결된다. 때문에 통화를 하고 있지 않아도 쌍방간에 계속 회선을 유지해 통화 품질이 보장된다.

반면, LTE의 음성통화는 패킷 교환(Packet switching)으로 이뤄진다. 패킷 교환은 데이터를 일정한 단위(패킷)로 구분해 전송하는 방식이다. 패킷을 전송할 때만 통신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지만, 혼선의 가능성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주로 데이터 다운로드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같은 대용량 데이터 전송에 많이 쓰인다.

LTE는 모든 데이터 및 음성 전송 방식이 IP 기반의 패킷 교환 방식이다. 때문에 음성통화 품질이 기존 서킷 교환 방식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제기되었다. 비슷한 예로 인터넷 전화(VoIP, Voice over IP)를 생각하면 된다(관련기사: http://it.donga.com/openstudy/5623/). 과거 인터넷전화가 통화품질에 대해 많이 떨어진다라는 문제제기가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관련 기술의 지속적인 발달을 통해 이러한 불만을 상당부분 해소해 나가고 있다.

긍정적인 장점도 있다. VoLTE가 정착되면 과거 3G에서는 불가능했던 음성통화에 데이터 통신을 접목해 여러 부가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통화 중 상대의 말을 바로 번역해주거나 게임을 즐기는 도중 음성 채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통화 도중 음악, 동영상 같은 파일을 바로 전송해줄 수도 있고, 자신의 위치 정보나 약속 장소도 상대방에게 바로 보낼 수 있다. PC를 이용해 통화를 하면서 많은 것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참고기사: LTE 상용화 1년, 이통사의 다음 목표는 VoLTE - http://it.donga.com/newsbookmark/9685/

실수는 잊고, 다음을 준비해야

VoLTE는 시대의 흐름이다. 사실 웃기는 일이다. 데이터 통신은 LTE망을, 음성통화는 3G망을 통해서 하는 지금의 현실이 말이다. 더 빠른 이동통신망을 구축해 놓고 이전의 것을 그대로 유지하는 상황이라니. 이전 3G망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무시 못한다. 단순 계산만 해봐도 인력 2배, 장비 2배가 투자되는 것과 같다. 얼마 전, 사용자 수가 적어져서 더 이상 사업으로서의 매리트가 없었던 2G 서비스를 종료한 KT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당시 여러 잡음이 많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실리도 추구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VoLTE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확실한 기준이 필요하다. 현재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이건 수박 겉 핥기에 불과하다. 같은 통신사끼리만 음성통화를 할 수 있단다. 아직 영상통화는 불가하다. 문자도 안된다. 무엇이 서비스 시작이란 말인가.

해당 내용에 대한 기준도 없다. 앞서 언급했지만 VoLTE는 모든 것이 데이터 방식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잘 알겠지만, 현재 스마트폰 요금제는 음성통화와 문자, 데이터가 따로 구분된다. 음성통화는 시간으로 문자는 건수로, 데이터는 몇 백MB하는 용량으로 말이다. 하지만, VoLTE는 모든 것이 데이터다. 음성으로 1분간 통화하면 몇 십KB가 소모되는 식이다. 물론, 이통사가 지금처럼 일괄적으로 관리해 줄 수는 있겠지만, 원칙적으로는 데이터가 소모된다. 문자도, 영상통화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SK텔레콤대로, LG유플러스는 LG유플러스대로 제공하고 있다. 두 이통사간의 기준 협의가 끝나야 호환이 된다. 뒤늦게 VoLTE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KT의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이건 국내로 한정했을 경우에만 해당하는 얘기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VoLTE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다. 3G시대의 포문을 연 ‘IMT-2000’이라는 표어도 궁극적인 목표가 전세계 주파수를 통일하자는 뜻이었다. 쉽게 말해 국제 로밍을 쉽게 하자는 것. 하지만, 지금 현실은 국제 표준의 논의 단계에 있다. 국내 업체들간의 논의도 끝나지 않은 상황. 이대로라면 해외에 나갈 때마다 사용하는 휴대폰을 아예 교환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래저래 불편한 현실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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