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도 심사숙고…조속한 사태수습 의지
사실상 선수생명 끊어져 “너무 가혹하다”
결정 번복 힘들어…22일 이사회서 결론
뼈를 깎는 쇄신의 노력이 담긴 중징계였다. 그러나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여론도 피할 수가 없다. 대한배드민턴협회(이하 협회)는 14일 서울 방이동 협회 사무실에서 2012런던올림픽 여자복식 ‘고의패배’ 파문의 당사자들에 대한 법제·상벌위원회를 열었다. 법제·상벌위원회는 대표팀 성한국 감독과 여자복식 담당 김문수 코치를 제명하기로 했다. 또 실격 처분을 받은 김민정(전북은행), 하정은(대교눈높이), 김하나(삼성전기), 정경은(KGC인삼공사) 등 4명의 선수에게는 국가대표 자격박탈과 앞으로 2년간 국내외 대회 출전정지 처분을 내렸다. 협회는 21일까지 징계 대상자들의 이의신청을 받아 재심의를 거친 뒤 22일 제50회 이사회에서 징계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중징계는 조속한 사태수습의 의지표현
법제·상벌위원회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한국배드민턴의 명예가 많이 실추됐다. 최대한 빨리 이 사태를 매듭짓고, 새 출발을 하자는 의지가 표현된 것”이라고 중징계의 배경을 설명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자크 로게 위원장은 이미 “이 사건의 당사자인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그 이후 IOC의 추가 징계를 결정할 것”이라며 대한체육회(KOC)를 압박했다. KOC 역시 협회에 “만약 징계가 미흡하다면 추가조치를 논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협회가 제 식구를 감쌀 경우, KOC와 IOC가 또 한번 사정의 칼날을 휘두를 것이 명확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사태수습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이에 협회는 가장 무거운 수준의 징계를 내려 조속한 재정비의 의지를 확고히 다졌다. KOC가 개입할 여지도 일거에 봉쇄했다. 한 법제·상벌위원은 “우리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뼈를 깎는 심정으로 심사숙고했음을 밝혔다.
○“너무 과한 징계다”, 여론이 변수?
성한국 감독과 김문수 코치는 제명 확정시 협회에 지도자 등록을 할 수 없다. 향후 대표팀은 물론 실업팀에서도 지휘봉을 잡을 수 없다. 자격정지 2년을 받은 선수들 역시 국내 실업팀에서 뛸 수 없다. 사실상 선수생명이 끊어지는 셈이다. 그래서 “징계가 너무 과하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외신들은 “고의패배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리그제를 강행해서 나온 결과다. 메달을 따기 위해 4년을 준비한 선수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개진하기도 한다.
협회의 한 이사는 “그간 이사회는 사실상 법제·상벌위원회의 결정을 추인하는 형식으로 진행돼왔다. 결정이 번복되기는 쉽지 않는 구조다. 다만, 대한체육회 선수보호위원회 등에서 너무 가혹한 조치라는 이의제기가 나온다면 다시 한번 법제·상벌위원회로 안건을 돌려보내 재심의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징계대상자인 하정은의 소속팀 대교눈높이 관계자는 “선수와 상의해 소명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협회 관계자는 “성 감독과 김 코치는 자숙의 차원으로 이의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