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로 “마지막 코미디…이젠 웃음기 걷어내고 싶다”

입력 2012-10-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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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개봉한 영화 ‘점쟁이들’에서 특유의 코믹한 매력을 드러낸 김수로는 “이제 웃음기를 걷어내고 싶다”며 당분간 연극 프로듀서로 활동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새 영화 ‘점쟁이들’서 폼생폼사 역술인 열연한 김수로

애드리브의 제왕? 100% 준비된 멘트
코믹연기는 다 보여줘 액션물 등 욕심
드라마 제의 마다하고 연극 제작 선택
“내 목표는 공연계의 제리 브룩하이머”

“엄청난 결정”이라고 배우 김수로는 말했다.

밀려오는 드라마 출연 제의를 마다하고 연극 프로듀서를 맡아 대학로 무대로 돌아간 질문 뒤였다. 가족도, 주위 사람들도 말렸던 선택. 하지만 김수로는 “상황이 좋을 때 하는 공부가 진짜”라며 “어려울 때 공부한다면 불안해서 제대로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8월 막을 내린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여자가 꿈꾸는 로맨티시스트의 매력을 발산하며 새삼 주목받은 김수로는 여세를 몰아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는 대신 연극 무대로 향했다. 연기자인 아내 이경화를 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말렸다. 누군가는 “똘기가 있는 거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김수로에게 ‘그런데 왜?’라고 다시 물었다.

“지금 가장 멋진 선택이 뭘까…. 늘 생각해야 하는 나이다. 언제나 하는 말은 ‘나는 부족해’이다. 이왕 공부할 거면 잘 되고 있을 때 해야 좋잖아.”

‘신사의 품격’이 끝난 뒤 김수로에게는 드라마 출연 제의가 ‘쏟아지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았을 때에도 그는 어느 방송사로부터 걸려 온 드라마 섭외 전화를 받고 있었다. “솔직히 돈을 욕심낸다면 이런 출연 요청을 거절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돈은 아니다. 연극을 선택하기까지 용기도 필요했다.”

김수로는 ‘신사의 품격’을 시작하기 전부터 연극 무대로 돌아갈 계획을 세워뒀다. 9월 초 시작해 현재 전국 투어 중인 소극장 연극 ‘발칙한 로맨스’는 김수로가 제작하고 프로듀서로 나선 작품. 대학로에서 공연이 한창이던 9월 말까지 그는 때론 무대에 올라 직접 배우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언젠가 나를 더 이상 불러주지 않는 순간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부족함을 늘 느낀다. 부족한 걸 채우지 않고 운 좋게 떠먹고 싶지 않으니까. 승부는 봐야지.”(웃음)

김수로는 내년 3월까지 연극에 몰입할 계획. ‘발칙한 로맨스’ 외에도 내년 무대에 올리는 ‘유럽 블로그’도 준비 중이다. 시장 조사를 위해 이달 말 유럽으로 떠난다. 연극에서도 프로듀서의 역할이 강해져야 한다고 말하던 그는 결국엔 “공연계의 제리 브룩하이머! 그게 내 목표”라며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런 그만큼 대중 친화적인 배우도 드물다. 활동 무대가 영화인데도 폭넓은 대중과 꾸준히 소통해 왔다. 그 힘은 이른바 ‘대박’ 터지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온다.

‘점쟁이들’에서 ‘폼생폼사’ 역술인 역할을 맡은 김수로. 사진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


‘신사의 품격’ 인기 덕에 김수로는 코미디를 벗고 멜로의 매력을 입었다. 김수로 자신도 “코미디로는 거의 다 보여준 것 같다”며 “다른 장르에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첩보물의 대명사 ‘쉬리’ 같은 강한 액션, ‘아마겟돈’처럼 찡한 감동이 곁들여진 장르가 지금 원하는 영화다.

“이제 웃음기를 걷어내고 싶다”는 김수로에게 어쩌면 3일 개봉한 영화 ‘점쟁이들’은 마지막 에너지를 쏟아 부은 작품. 전국의 유명 점쟁이들이 바닷가 마을에 모여 벌이는 모험담을 그린 이 영화에서 김수로는 인물들을 이끄는 ‘폼생폼사’ 역술인이다. 관객의 웃음이 터지는 장면에는 어김없이 김수로가 있다.

“웃기려고 하는 대사와 상황은 대부분 애드리브다. 그게 즉석에서 나오느냐고? 절대 아니다. 시나리오 보면서 미리 준비한다. 글로 적어 놓고 생각해야 촬영 때 흐름이 끊기지 않으니까. 얼마나 체계적으로 준비한 애드리브인데….”

김수로는 ‘점쟁이들’로 내심 흥행 욕심도 내고 있다. 드라마로 이룬 높은 시청률을 흥행까지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좋은 연기와 대중의 관심이 맞아 떨어지면서 늘 ‘킵 고잉’ 하고 싶다. 그렇게 해야 50살이 돼도 ‘신사의 품격’ 같은 붐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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