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끝에서 뛰어내리다, 초음속 사나이 펠릭스의 이야기

입력 2012-10-16 15: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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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외신과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헬멧에 뿌옇게 김이 서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다. 이대로라면 펠릭스 바움가트너(Felix Baumgartner)는 또다시 다이빙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는 헬륨기구가 상승하는 동안 지상의 레드불 스트라토스(Red Bull Stratos)팀과 끊임없는 설전을 펼쳤고, 결국 다이밍을 강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헬륨기구는 예상했던 곳보다 다소 높이 올라갔다. 지상으로부터 약 39km. 헬륨기구가 올라갈 수 있는 한계점이다. 바움가트너는 여기서 뛰어내려야 한다. 잠시 시간이 지난 뒤 그는 캡슐의 압력을 낮춘 후 문을 열었다. 발 아래로는 푸르스름한 지구가 보이고, 머리 위로는 암흑뿐인 우주가 펼쳐진다.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와봐야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알 수 있죠. 이제 집으로 갑니다(Sometimes you have to go really high to see how small you are. I am going home)." 마지막 말을 마치고, 그는 허공 속으로 몸을 던졌다.



이제 바움가트너의 고독한 싸움이 시작됐다. 하얀 점이 된 그를 적외선 카메라가 뒤쫓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숨을 죽이며 지켜봤다. 기압이 낮은 곳에서의 다이빙은 통상적으로 몸이 무섭게 회전하는 플랫스핀(flat spin)을 동반한다. 이 어지러움을 이겨내지 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 그에게는 언제든지 낙하산을 펼칠 수 있는 버튼이 있었지만, 그 버튼을 누르는 순간 도전은 끝나고 만다. 그는 침착하게 플랫스핀을 견뎌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정적으로 자유낙하에 돌입했다. 이제 목표했던 초음속에 도전할 때다.
4분여의 자유낙하 시간 동안 가속도는 점차 붙었다. 최대 시속은 음속인 1,224km를 넘어서 무려 1,342km에 달했다. 인류 최초로 맨몸 초음속 낙하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이로써 그는 최고도 낙하산 점프, 기구 탑승 최고도 상승, 항공기에 타지 않은 상태에서의 음속 돌파 등 3개 부문에서 신기록 보유자가 됐다. 그는 총 9분이 넘는 다이빙을 마치고 무사히 땅에 내려왔다.



바움가트너의 도전기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고, 730만 명의 사람들이 영광의 순간을 함께 감상했다. 후원사인 레드불은 비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테스트 다이빙까지 합치면 몇 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입은 수트 가격만 1만 2,442유로(한화 약 1,800만 원)에 달한다. 그러나 레드불이 얻은 홍보 효과는 비용을 만회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는 대체 왜 뛰어내렸을까




그는 왜 이렇게 무모한 도전을 한 것일까. 레드불 스트라토스는 '과학적 가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주비행사들이 높은 곳에서 사고를 직면했을 때 안전하게 탈출하려면 우주복이 충분히 버틸 수 있는지, GPS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낙하산은 안전한지 등의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 또한 향후 우주여행이 대중화된다면 우주여행객들을 위한 대피 시스템 건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이유를 제외하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했던 조지 리 멀러니도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오른다"라고 답하지 않았나.

위험하지는 않았나




39km 상공에서 뛰어내리는 일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바움가트너와 레드불 스트라토스가 대비한 위험 요소는 크게 플랫스핀, 체액비등(blood boiling), 한기, 충돌 4가지다.
강한 플랫스핀은 다이버의 혈액을 한 곳으로 몰리게 만든다. 눈에 몰릴 경우 일시적으로 실명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눈보다 더욱 위험한 것은 혈액이 머리로 급격하게 몰리는 상황이다. 뇌출혈 등 치명타를 입게 되면 되돌릴 수 없다. 바움가트너도 정말로 위험했던 순간으로 플랫스핀을 꼽았다. 그는 "도전을 포기해야 할지 계속 참아야 할지 판단하기가 정말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체액비등은 기압이 매우 희박한 곳에서 혈액이 공기거품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이렇게 혈액이 거품으로 변하면,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치명적인 상황으로 치닫는다. 또한 체액비등이 갑자기 해제되는 상황에도 폐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수트 착용이 필수적이다. 1960년 31km 상공에서 다이빙에 성공했던 조셉 키팅거(Joshep Kittinger Jr.)도 장갑에 문제가 발생해 손이 부어오르는 현상을 겪었다.
매서운 추위도 유의해야 할 요소다. 체온이 28도(섭씨) 이하로 내려가면 보통 의식을 잃고, 21도 이하로 내려가면 사망한다. 이를 대비해 레드불 스트라토스는 영하 23도에도 견딜 수 있는 캡슐을 만들었다. 바움가트너가 입은 수트도 영하 67도까지 신체를 보호해준다.
마지막 위험 요소는 낙하산을 펴지 못하고 그대로 추락하는 경우다. 아무리 베테랑 다이버라고 할지라도 의식을 잃으면 추락 위험을 피할 수 없다. 이를 대비해 바움가트너는 의식을 잃으면 자동으로 펴지는 낙하산을 착용했다. 하지만 낙하 지점을 조절하지 못한다면 의도하지 않은 장소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바다 한가운데로 떨어진다면 생존률은 희박해진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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