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카드 정대세가 16억?

입력 2012-11-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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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2부 리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정대세가 한국행을 노리지만 거액을 요구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억 7000만원 낮은 연봉 불구 탐내는 유럽구단 없어
K리그 이적료+연봉 16억 육박…독일쪽에서 더 놀라
구단들 “K리그가 봉이냐…오려면 몸값 거품부터 빼라”


독일 2부 리그 소속의 후보 공격수가 있다. 연봉은 3억이 안 된다. 올 시즌 주전에서 완전히 밀렸다. 소속 팀에서 “겨울 이적시장 때 새 팀을 알아보라”고 언질을 줬지만 유럽에서 관심을 보이는 팀은 없다. 이 선수는 K리그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이적료와 연봉을 합쳐 16억원의 거액이 필요하다는 설이 있다. 이것이 적정 금액일까. 이 공격수는 바로 정대세(28·쾰른)다. 정대세 K리그 이적설 이면의 불편한 진실을 살펴본다.

○쾰른에서 처분 대상

정대세는 2008년 충칭 동아시아선수권에서 스타가 됐다. 북한대표팀 소속으로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연이어 인상적인 득점을 올렸다. 북한대표 답지 않은 화려한 언변과 쇼맨십으로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 정대세 신드롬이 불었다. 그가 K리그에 관심을 보이니 화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후 정대세 행보를 보면 최근 K리그행을 타진하며 오가는 몸값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정대세는 2010년 여름 독일 2부 리그 보훔 이적 후 작년 1월 보훔을 떠나 당시 1부 리그 쾰른으로 옮겼다. 기쁨도 잠시. 쾰른이 지난 시즌 2부 리그로 추락했다. 쾰른이 강등됐음에도 정대세는 여전히 벤치 신세다. 올 시즌 12경기에서 3차례 출전에 그쳤다.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됐다. 이적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쾰른 구단은 “정대세는 팀 훈련도 안 시킨다. 어디든 보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대세는 보훔에서 쾰른으로 갈 때 이적료는 약 30만 유로(4억1000만원)였고, 현재 쾰른에서는 세금을 제외하고 20만 유로(2억7000만원) 연봉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 고액이 아닌데도 쾰른에서는 “이 연봉에 정대세를 데려가려는 유럽 구단이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정대세 가치가 뚝 떨어졌다는 뜻이다.

○신드롬이 거품으로

K리그 구단이 정대세를 데려오려면 쾰른에 줘야 할 이적료가 50만 달러(5억4000만원), 연봉은 100만 달러(10억9000만원) 이상이라고 한다. 최근 경기감각도 정상이 아닌 검증 안 된 선수 몸값이 대륙을 넘으며 몇 배나 뛰었다. 한 에이전트는 “쾰른에서는 당장 이적이 안 되면 임대로라도 정대세를 처분하려 했는데, 의외로 K리그 반응이 폭발적이라 오히려 독일 쪽에서 놀라고 있다”고 비꼬았다.

수 년 전 국내에 불었던 정대세 신드롬이 한 몫 했다. 정대세의 폭발적인 파워와 강한 승부근성이면 K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평가와 마케팅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겹치면서 비현실적인 금액이 책정됐다. 또 주변에 여러 관계자가 가세하며 상황도 복잡해졌다. 정대세의 이적권리는 일본 에이전시 JSP가 갖고 있다. 쾰른 구단 위임장은 가가와 신지를 도르트문트에 데려갈 때 관여했던 토마스라는 독일 에이전트에게 있다. 이들은 K리그에 직접적인 끈이 없다. 정대세가 K리그에 오려면 국내 에이전트가 중간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혼선이 많다. 최근 언론에 오르내린 수원, 울산 말고 다른 K리그 구단 관계자는 “우리 쪽에도 정대세 이야기가 왔지만 금액도 터무니없고 상황도 복잡해 아예 관심 끊기로 했다”고 말했다.

물론 선수 몸값은 상황에 따라 조절된다. 협상 과정에서도 변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오르내리는 금액은 비상식적이다. 이대로라면 K리그는 봉이 될 공산이 크다. 정대세를 데려오더라도 거품은 빼야 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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