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빅버드 장기임대 하려면 매년 20억 내라”

입력 2012-1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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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의 블루랄라 캠페인의 성패는 수원월드컵경기장 장기임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원시는 프로야구 제10구단 유치에는 적극적이면서 십수 년 간 많은 노력을 기울인 수원 구단에는 허술한 지원을 보이는 이중 잣대를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수원 삼성

■ 수원시, 형평에 어긋난 축구지원 도마에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엔 야구장 25년 무상임대
빅버드 장기임대엔 거액 사용료 요구 다른 잣대
매점·광고운영권 제약도 수익모델 창출 걸림돌


K리그 수원 삼성은 2010년부터 시민과 거리감을 좁히고 한국 축구 문화를 높이자는 취지 속에 블루랄라 캠페인을 시행 중이다. 효과는 컸다. 팬 친화적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최초 홈 누적관중 600만 명 돌파도 임박했다. 현재 597만3732명. 하지만 수원 구단은 웃을 수만은 없다. 수원월드컵경기장(빅버드)의 장기 임대를 놓고 수원시(市)의 엉성한 지원에 어려움을 겪는 탓이다. 15년 간 국내외에 ‘수원 브랜드’를 알린 구단에 돌아온 건 매년 경기장 임대료 8∼9억 원의 청구서뿐이다.


○빅버드 장기임대에 걸린 블루랄라

최근 여자축구 수원FMC를 해체하려던 수원시는 KT를 프로야구 10구단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수원구장을 25년 무상 임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훈련장 무료, 구장 내 광고 및 매점 운영 등 수익사업도 보장했다. 2009년 12월 개정된 스포츠산업 진흥법에 따라 경기장 임대를 25년까지 늘릴 수 있는 법적 근거에 따른 지원이다.

하지만 수원 구단에는 전혀 다른 잣대를 댄다. 빅버드는 경기도와 수원시가 6대4 비율로 지분을 갖고 있는데 홈구장을 장기임대 하려면 매년 15∼20억 원을 내라고 요구한다. 현재 경기장 임대료 비율도 굉장히 높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임대료는 입장수입의 10%, 전주월드컵경기장은 15%로 책정된 반면 수원 구단은 25%다. 제주와 경남은 5%, 임대료가 아예 없는 곳(포항, 전남, 인천 등)도 있다. 심지어 수원 구단은 매점 운영을 위해 매년 1억 원 임대료를 내고, 광고 운영권도 없어 수익을 꾀할 수도 없다. 경기장 명칭 권리도 15억 원이다. 수원 구단은 ‘블루랄라’ 성패가 빅버드 장기임대에 달렸다고 본다. 임대료 상승은 곧 티켓 가격 인상을 가져오고, 결국 팬들이 그 부담을 떠안는다. 장기임대를 하면 구단은 복합 문화 파크 등 이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시민들에 양질의 여가생활을 보장할 수 있다.


○선진 축구는 어떻게?

유럽축구는 시설 사용료를 최소화하고 마케팅을 활성화하도록 지자체의 지원이 많다. 특히 축구장을 도로나 상하수도와 같은 공공 인프라로 인식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는 ‘25년’을 뛰어넘는 사실상 ‘영구 임대’ 사례를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맨체스터 시는 맨시티에 시티오브맨체스터 스타디움을 250년 간 무상 임대했고, 경기장 명칭 권리도 제공했다. 리버풀 시의회도 리버풀FC에 새 경기장을 신축한 뒤 999년 간 임대하기로 했다. 이들 구단은 올드 트래포드를 소유한 맨유나 누 캄프의 FC바르셀로나(스페인)처럼 홈구장을 소유하지 못했어도 독자적인 사업이 가능한 구조다.

남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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