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Let’s Go Baseball] 보라스 뒤에 숨은 추신수-류현진 “WBC 입장 직접 밝혀라”

입력 2012-1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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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메이저리거 추신수(왼쪽)와 예비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내년 WBC 참가 여부는 국내 야구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일단 추신수와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불참 입장을 드러낸 상태다. 스포츠동아DB

“신수·현진 WBC 불참”…보라스 발언 통해 본 선수와 에이전트 관계

대리인 통해 발표는 스포츠맨 답지 않아
사생활 물의 등 자격미달 에이전트 급증
선수 이익 대변자 선택해야 해외서 롱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메이저리그(MLB)가 주도적으로 창설한 대회다. MLB에서 배당금 배분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탓에 내년 제3회 대회를 앞두고 일본은 선수회의 보이콧 결의 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우리나라도 제10구단 창단과 관련해 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불참 의사를 밝혔다가 한발 물러선 바 있다. 개인사업자인 프로선수에게 WBC 대표팀 유니폼을 입히다보니 이런저런 일이 생기고 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처럼 선수가 참가하고 싶게끔 만드는 메리트(병역면제혜택)도 적다. 반면 우리 팬들은 WBC를 프로야구의 월드컵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선수들로선 참가 여부 결정이 부담스럽다. 자칫 국가의 부름을 외면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도 있어서다. 내년 WBC를 앞두고 추신수(클리블랜드)와 류현진(한화)의 움직임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WBC를 외면한 일본의 해외파 선수들

요즘 일본 야구계는 해외파들의 WBC 불참에 애가 탄다. 에이스 다르빗슈 유(텍사스)가 대리인을 통해 불참을 확정했다. 투수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와 유격수 가와사키 무네노리(전 시애틀)는 야마모토 고지 대표팀 감독에게 전화로 불참의사를 전했다. 다른 선수들도 일본야구기구(NPB)의 출장 여부 질문에 즉답을 미루고 있다. 사실상의 불참선언이다. 일본사회는 이들의 불참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만일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추신수와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13일(한국시간) 운을 뗐다. 불참한다고 했다. 두 사람의 입을 통해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추신수는 14일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즉답을 하지 못했다. 추신수는 구단과 계약연장협상이 불발되면서 신분이 불안정한 형편이다. 이해는 된다. 에이전트와 상의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군 입대를 앞두고 마지막 기회였던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출전 기회를 잡기 위해 애를 태우고 여러 경로를 통해 대표팀 입성을 추진했던 과정을 기억하기에 지금의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다. 다르빗슈처럼 대리인을 내세우지 말고, 못 나갈 상황이면 이를 스스로 밝히는 것이 운동선수답다.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아직 LA 다저스와 입단협상도 마치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이 먼저라는 것을 팬들도 잘 안다. 못 나간다고 비난할 상황도 아니다. 어떤 결정이 나오건 스포츠맨답게 하는 게 옳다. 외국행 비행기를 타는 순간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선수들이 많았기에, LA로 떠나는 추신수와 류현진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에이전트 또는 심부름꾼

1994년 박찬호가 다저스와 입단계약을 맺었다. 1995년 말 선동열이 우여곡절 끝에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이 때를 계기로 한국야구에는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다. 에이전트다. 우리 프로야구는 선수와 구단간의 대면계약만 인정했기에 다른 종목과 달리 에이전트가 들어설 틈이 없었다. 선수들의 연봉과 계약금도 적어 에이전트가 뛰어들 만한 시장환경도 아니었다.

그러나 해외로 시장이 확대되면서 에이전트가 하나 둘 등장했다. 이들은 아마추어 유망주들을 미국으로 보내는 데 앞장섰다. 선수들은 푸른 꿈을 안고 신천지로 갔지만, 맞닥뜨린 현실은 암담했다. 에이전트가 말해준 환상의 땅은 없었다. ‘돈만 날리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야구실력도 줄어 후회막급’이라고 했다. 창피해서 못 돌아오는 선수도 있다. 좋은 말로 에이전트지, 일확천금을 노리고 달려든 불나비들이 많았다. 이들에게 선수의 미래는 관심 밖이었다. 외국 회사에 붙어 심부름꾼 역할을 하는 정도이면서, 엄청난 능력의 에이전트처럼 굴기도 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구단 단장과 만나 협상을 할 정도의 위치나 능력이 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럴싸한 명함이나 번듯한 사무실을 믿어선 큰 일 난다. 심부름꾼과 에이전트는 다르다.

일본에서 활약한 우리 선수들 곁에도 에이전트, 통역 또는 대리인이 있었다. 자신의 선수를 위해 열정을 바치고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닌 경우도 많았다. 돈 문제, 여자문제로 선수 얼굴에 먹칠을 했던 사람도 있었다. 문제는 선수가 그들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았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주위에 사람을 잘 둬야 한다. ‘제2의 류현진’을 꿈꾸며 능력 있는 에이전트를 찾는 선수와 부모들이라면 더욱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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