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용병 이면계약, KBO만 빼고 다 알고있다?

입력 2012-12-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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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삼성에서 뛴 외국인투수 저마노는 2012시즌을 앞두고 보스턴과 계약했다. 당시 현지 언론은 ‘저마노가 삼성의 100만달러 제안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스포츠동아DB

외국인선수 몸값의 불편한 진실

몸값 치솟는데 8년째 30만달러 상한
수준급 선수 영입위해 다운계약 만연
“저마노, 삼성 100만달러 거부” 보도
“최소 40만달러”…규정 현실화 필요


한화의 ‘다운 계약’ 의혹이 불거지면서 외국인선수 몸값의 현실화 문제가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한화는 17일 메이저리그(ML) 볼티모어에서 뛴 좌완투수 대나 이브랜드(29·미국)를 계약금 5만달러, 연봉 25만달러 등 총액 30만달러(약 3억2000만원)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계약 내용에 대한 현지 언론의 보도는 달랐다. 볼티모어 지역신문 볼티모어선이 “이브랜드가 한화에서 보장금액만 67만5000달러를 받고 성적에 따른 보너스로 22만5000달러를 챙길 수 있어 최대 90만달러(약 9억6000만원)에 계약했다”고 전한 것이다. 이미 외국인선수의 이면계약은 비밀 축에도 못 낀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외국인선수 고용규정에 따르면, 외국인선수의 연간 참가활동보수는 30만달러(옵션 포함·복리 후생비 제외)를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비용으로는 쓸만한 선수를 잡아올 수 없다. 수도권 A구단 스카우트 담당자는 “최근에는 에이전트가 연봉 200만달러(약 21억원)를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치솟는 외국인선수 몸값…제 자리 걸음인 외국인선수 고용규정

야구규약의 외국인선수 고용규정은 1999년 처음 생겼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는 연봉상한이 20만달러였지만, 2004년 12월 30만달러로 개정됐다. 이후 올해까지 8시즌 동안 상한선은 제 자리 걸음이다. 2004년 당시의 상한선은 ML 최저연봉에 맞춰졌다. 그러나 2003∼2004시즌 30만달러였던 ML 최저연봉은 해를 거듭할수록 상승했다. 올 시즌에는 48만달러에 육박했다. 지방 B구단 스카우트 담당자는 “한국프로야구도 성장을 거듭하지 않았나. 한국무대에서 통하려면, 최소한 ML 40인 로스터에는 들어가 있는 선수를 잡아와야 한다. 이 선수들을 30만달러에 데려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털어놓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한국에 올 만한 등급의 선수층이 계속 얇아지고 있다. 특정 선수를 두고, 국내 구단뿐 아니라, 일본 구단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방 B구단은 최근 계약 성사 직전 일본 구단에게 유망한 외국인투수를 빼앗겼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속에서 외국인선수들의 몸값이 뛰는 것은 당연지사다. 심지어는 일천한 ML 경력의 선수조차 100만달러 이상을 요구한다. 이런 버블현상을 부추긴 것은 국내 구단이다. 굴지의 재벌그룹을 모기업으로 한 지방 모 구단은 150만달러 가까이를 베팅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 관계자들이 증언이다. 실제로 지난 시즌 삼성에서 뛴 투수 저스틴 저마노가 올해 보스턴과 계약할 때 현지 언론에선 “저마노가 삼성의 100만달러 제안을 거부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마이너리그 경험 풍부한 장신의 좌완 외국인투수 득세

그러나 KBO와 몇몇 구단은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논리로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을 옹호해왔다. “원래 우리 리그는 30만달러가 상한선이지만, 네 가치를 높게 평가해 그 이상을 주는 것”이라고 사탕발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한국 사정이 에이전트들에게 모두 알려졌기 때문에 30만달러라는 상한선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지방 B구단 스카우트 담당자는 “이미 외국인선수의 연봉은 40만∼100만달러”라고 귀띔했다.

ML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젊은 선수들은 더 큰 꿈에 도전하기 마련이다. 각 구단의 외국인선수 스카우트 담당자들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장신의 좌완투수들이 주목 받고 있다. 벤자민 주키치(LG·195cm)와 밴 헤켄(넥센·193cm), 쉐인 유먼(롯데·195cm)의 성공 사례도 영향을 미쳤다. 지방 C구단 스카우트 담당자는 “각도가 있는 공을 던지는 좌완투수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체인지업 등의 구종을 구사하며 우타자 바깥쪽을 잘 공략하는 투수들을 주목하는 추세다”고 밝혔다. 수도권 D구단 스카우트 담당자는 “일단 국내에서 보기 힘든 각도로 던지는 투수들은 희소성에 큰 점수를 준다”고 설명했다. 몸값 폭등 속에 ML 경력이 적더라도 국내무대에 맞춤형 장기를 가진 외국인투수들이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KBO 정금조 운영기획부장은 “그간에도 KBO와 각 구단이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을 실시하거나, 육성형 외국인선수를 영입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17∼18일 1박2일로 진행된 단장 워크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각도로 외국인선수 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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