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엽 “14개월 만에 2집 완성…난 게으른 뮤지션”

입력 2012-12-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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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리스트 정엽이 추운 겨울 슬픈 서정을 담은 노래로 돌아왔다. 사진제공|산타뮤직

■ 새 음반 ‘2집 파트2:우리는 없다’로 돌아온 정엽

데뷔 10주년…알다가도 모를 음악
파트1이 슬픔이라면 파트2는 즉흥


이젠 흥행 연연 안해…욕심 버렸죠
내 노래 듣고서 한숨 한 번 내쉬길

보컬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엽은 새 음반을 기획할 때마다 늘 고민스럽다. 예술성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로서 ‘음악적 자아’를 위한 음악과, 대중가수로서 대중이 좋아할 만한 음악을 찾는 것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런 고민을 안고 음반 작업을 해도 한창 녹음 중에 더욱 더 괴로운 고민에 맞닥뜨리곤 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음악이 과연 내가 하고 싶은 게 맞나” 하는 회의, “대중이 원하는 음악도 사실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자괴감이 그것이다.

정엽이 12일 발매한 ‘2집 파트2:우리는 없다’도 이런 고민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앨범이다. “다양한 장르를 마음껏 시도해 보자”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지만, “어렵지 않으면서 결코 평범하지 않은 느낌들”을 담아내고자 했다.

이번 앨범은 작년 10월 ‘2집 파트1 : 미’ 이후 14개월 만에 내놓은, 2집의 나머지 ‘반쪽’이다. 정엽이 “게으른 뮤지션”이기도 하지만, MBC ‘나는 가수다’ 시즌2에 출연하면서 공백이 길어졌다.

파트1이 ‘슬픔’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한 앨범이었다면, 4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선 슬픈 발라드, 리듬감 좋은 훵키, 상큼한 팝 넘버, 도시적 느낌의 네오솔 등 곡마다 다른 장르를 시도했다. 1년간 많은 고민을 거듭하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들을 즉흥적으로 많이 시도했지만, “무엇이 과거와 달라진 것인지, 어떤 음악이 정답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치열한 고민 끝에 작품 하나를 끝냈지만, 그는 여전히 ‘정엽의 음악’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찾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2003년 브라운아이드소울 1집 이후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았지만, 음악은 여전히 그에게 “알 수 없는 존재”다.

“지금도 음악을 모르지만 10년 전엔 더 몰랐다. 조금 알 것 같아 한 발짝 다가가면, 음악은 더 뒤로 한 발짝 물러나더라. 음악을 보는 관점은, 처음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

이경돈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인 정엽의 ‘2집 파트2’ 앨범 재킷. 사진제공|산타뮤직


정엽은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이 더 어렵지만, 음악에 대한 이해가 더 커지며 ‘욕심’을 버리게 됐다고 한다. 지난 파트1 앨범은 ‘대박’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실망하기보다 ‘마음대로 될 것이란 욕심은 버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내놓은 이번 앨범은 “흥행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은” 작품이다.

“점점 더 투명하게 음악과 만나면서 (히트곡에 대한)욕심을 덜 갖게 된다. 음악을 조금 알수록, (히트를 위한)계산을 하는 음악과는 더 멀어져야겠다고 생각한다. 꼭 많은 사람들이 알아줘야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타이틀곡 ‘우리는 없다’가 후렴구에서 몰아치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사람들에게 외면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만족한다. 차트 1위를 못하더라도 내가 표현하고 싶은 느낌대로 불렀다. 제 노래 듣고 그저 한숨 한 번 내쉬셨으면 좋겠다.”

내년 브라운아이드소울로 일본에 진출하는 그는 “아이돌 그룹이 한류에 앞장서고 있지만 우리 같은 발라드·솔 그룹이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면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라며 “열심히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나는 가수다’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졌음에도 “지난 10년간 나는 (스타로)떠본 적도 없고, 뜨지도 않았다”며 “앞으로도 내 길을 천천히 가고 싶다”고 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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