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들이 말하는 ‘잊지 못할 관객’

입력 2012-1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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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적도·스포츠동아DB

정성화 “결혼했다고요? 사인지 뺏어가는 그 女 관객”

●…공연을 마치고 나오는데 주차장에서 한 여성관객이 다가오더니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사인을 하는 동안 그가 “결혼하셨어요?”라고 물어, “네”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대뜸 “그거 주세요”라며 사인지를 빼앗아 사라져버렸다. 허탈하게 웃으며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원미솔 음악감독 “누나, 이름이 뭐예요?” 작업 거는 초등생

●…‘닥터지바고’ 공연 때 한 초등학생쯤 되는 남자 아이가 오케스트라석으로 다가왔다. 녀석은 “누나 되게 멋있어요”, “일은 재밌나요”라고 나에게 말을 붙였다. 1막이 끝난 휴식시간에 그는 다시 나타났다. “이름이 뭐예요”, “나도 지휘 가르쳐줘요”라고 계속 나에게 작업(?)을 하자 결국 엄마가 와서 끌고 가버렸다. 엄마에게 끌려가며 녀석이 마지막으로 소리쳤다. “아, 누나 어디 사냐고욧∼∼!”


정의욱 “맨앞 커플관객 애정 행각에 배우들 우왕좌왕”

●…‘맘마미아’ 초연 때다. 무대에서 ‘아이 해브 어 드림’을 부르는 동안 다른 배우들은 백스테이지에서 모니터로 음악감독의 지휘를 보며 화음을 넣고 있었다. 그런데 객석 맨 앞에 있던 남자가 옆자리의 여친에게 갑자기 뜨거운 키스를 했다. 이 모습이 지휘자의 어깨 너머로 그대로 보였다. 화음은 순식간에 엉망이 되고, 배우 몇 명은 웃음을 참지 못해 부스를 뛰쳐나갔다.


배성호, 유일한 관객 “공연 그만하고 술이나 합시다”

●…소극장 공연이었는데 그날 따라 관객이 한 명 밖에 없었다. 배우들이 공연을 하고 있는데 관객이 “잠깐만요”하고 중단을 시켰다. 그 관객은 “나 하나 때문에 공연을 해 고맙다. 하지만 너무 미안하니 공연은 이만 하고 나가서 술이나 한잔 하자”고 했다. 그날 관객은 배우 모두에게 술을 샀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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