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커브가 안먹혀…공인구는 ‘고민구’

입력 2013-0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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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공인구가 투수들을 괴롭히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참가국 투수들도 미끄러운 공인구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송승준처럼 변화구를 잘 던지는 투수가 특히 고생이다. 스포츠동아DB

실밥 폭 넓고 밋밋…미끌미끌 WBC 공인구
크기는 더 커…커브·슬라이더 구사 어려움
송승준 “손에서 쑥 빠져…커브 포기 고민중”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투수들에게 ‘커브 경계령’이 떨어졌다. 미끄러운 WBC 공인구 때문이다.

WBC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WBC 조직위원회가 지정한 공인구를 사용해야 한다. WBC 공인구는 미국 롤링스사의 제품으로, 국내 공인구보다 실밥의 폭이 넓고 밋밋한 편이다. 한용덕 대표팀 투수코치는 “투수들이 투구할 때 공의 실밥을 이른바 ‘챈다’는 느낌으로 던지는데, WBC 공인구는 원래 사용하던 국내 공인구보다 실밥이 도드라져 있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며 “표면도 미끌미끌해 투수들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WBC 공인구는 크다. 손시헌(두산), 강정호(넥센) 등 정확한 송구가 필요한 내야수들도 “일반 공보다 큰 느낌이다. 공을 던질 때 조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투수들은 특정 구종을 구사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표적 구종이 손가락에 실밥을 걸쳐 던지는 커브와 슬라이더다. 노경은(두산)은 “슬라이더는 기존 그립에서 조금 바꿔 잡았더니 원하는 대로 던져졌는데, 커브는 조금 어렵더라. 미끄러워서 그런지 손에서 너무 빨리 빠져나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송승준(롯데)도 “손에서 쑥 빠져나간다. 커브는 던지면 안 될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고, 차우찬(삼성) 역시 “대부분의 형들이 포크볼은 쉬운데 커브가 좀 힘들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물론 다른 나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도 WBC 공인구는 원래 사용하는 공보다 밋밋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누가 얼마나 빨리 새 공에 적응하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박희수(SK)는 “새 공이 많이 미끄럽지만 경기 때 쓰는 공은 ‘흙(러빙머드·rubbing mud·특수진흙)’을 묻혀 나오고, 거기에 로진까지 바르니 투구하는 데 불편함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장원삼(삼성)도 “공인구에 자체적으로 흙을 묻히면서 훈련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좀 많이 미끄럽고 손에서 빠지는 느낌이지만 적응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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