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인사이드] 팀 연봉·승률 꼴찌 휴스턴 올 시즌 운명은?

입력 2013-02-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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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최저 연봉팀이다. 지난해 거둔 7승이 개인 시즌 최다승인 우완투수 버드 노리스가 팀 내 연봉서열 1위일 정도다. 노리스와 애스트로스는 지난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처럼 ‘성적은 연봉 순이 아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을까. 사진제공|휴스턴 애스트로스 공식사이트

■ 새 킬러B 찾을까? 또 최다패 당할까?

한땐 비지오·배그웰·벨 킬러B로 전성기
2006년 킬러B들 떠나면서 암흑기 침체

2년연속 승률 꼴찌 속 포터감독 리빌딩
‘죽음의 조’ AL 서부지구 이적 설상가상

“최악 상황 불구 ‘제2 킬러B’ 찾기 계속”


지난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메이저리그 최저인 4900만달러(약 532억원)의 연봉만을 지출하고도 아메리칸리그(AL)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최저 연봉팀의 타이틀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넘겨줘야(?) 할 판이다. 2012시즌 6000만달러(약 652억원)의 연봉으로 전체 28위에 머물렀던 애스트로스는 대대적인 리빌딩 작업에 돌입해 2500만달러(272억원) 수준으로 연봉을 줄였다. 이는 2억2000만달러(약 2389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는 LA 다저스 총연봉의 10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올 시즌 애스트로스는 마이애미 말린스와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꼴찌를 다툴 전망이다. 플로리다주 키시미에 차려진 애스트로스의 스프링캠프에 연봉이 확실하게 보장된 상태로 참가한 선수도 고작 5명뿐이다.


○1.5군 수준으로 ‘죽음의 조’ AL 서부지구로 이적한 휴스턴

1962년 창단 이후 내셔널리그(NL)에 속해있던 애스트로스는 올 시즌부터 AL 서부지구로 옮겼다. 막강 전력의 LA 에인절스, 텍사스 레인저스, 어슬레틱스 등과 같은 지구에 속해 첩첩산중인 셈. 지명타자 제도를 쓰는 AL로 이동함에 따라 애스트로스는 카를로스 페냐를 1년 290만달러의 조건으로 영입했다. 300만달러를 받는 우완 선발 버드 노리스에 이어 팀 내 연봉서열 2위다. 노리스와 페냐 외에 마무리투수 호세 베라스(200만달러), 구원투수 웨슬리 라이트(100만5000달러),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역대 21번째 퍼펙트게임의 주인공 필립 험버(80만달러) 등이 팀의 고액 연봉자다. 빅리그 잔류 여부가 불투명한 나머지 선수들은 25인 로스터에 합류한다고 해도 메이저리그 최저연봉(48만달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또 최근에는 주전 유격수 제드 로리를 지구 라이벌 어슬레틱스로 트레이드해 애스트로스의 전력은 한국식으로 1.5군 수준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킬러B’ 앞세워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중반 전성기

박찬호가 다저스에서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애스트로스는 ‘킬러B’라고 불린 크레이그 비지오-제프 배그웰-데릭 벨 등을 앞세워 NL 중부지구의 강자로 군림했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4차례나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선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며 디비전시리즈에서 번번이 무너졌다. 애스트로스의 최전성기로는 2000년대 중반을 꼽을 수 있다. 2004년 앤디 페티트, 로저 클레멘스, 제프 켄트 등을 영입했고, 새로운 ‘킬러B’ 멤버인 랜스 버크먼을 앞세워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전반기에는 44승44패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후반기에는 48승26패로 선전해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홈런을 8방이나 터뜨린 카를로스 벨트란을 앞세워 승승장구했지만, NL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3승4패로 무릎을 꿇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듬해인 2005년에는 팀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로이 오스월트, 페티트, 클레멘스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진을 앞세워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날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NL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또 다시 만난 카디널스를 4승2패로 제압하며 1년 전의 아픔을 고스란히 되갚았다.

그러나 팽팽한 접전이 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애스트로스는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4전패를 당하며 팀 역사상 첫 월드시리즈를 허무하게 마감했다.


○리빌딩 착수, 암흑기 속의 희망 찾기

2006년부터 트레이드 실패가 잇따르고, 배그웰과 비지오 등이 그라운드를 떠나며 애스트로스에는 암흑기가 찾아왔다. 결국 2011년 106패, 2012년 107패를 기록하며 2년 연속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최하위의 수모를 안았다. 지난해 9월 말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보 포터 감독은 본격적인 리빌딩 작업에 착수했다. 500만달러로 팀 내 최고 연봉자이던 좌완투수 완디 로드리게스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떠나보내고, 신예 선수들로 선발진을 재구성했다. 팀 역사상 최악의 승률을 기록한 2012시즌의 주전 멤버 9명 가운데 5명이 다른 팀으로 떠났다. 올 시즌 애스트로스는 1962년 뉴욕 메츠가 기록한 120패 기록마저 넘어설 지도 모른다.

내년까지 혹독한 리빌딩 작업을 계획하고 있는 애스트로스는 데이비드 프라이스를 확보한 탬파베이 레이스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브라이스 하퍼를 뽑은 워싱턴 내셔널스처럼 향후 2년간 신인드래프트에서 최고 유망주들을 확보해 팀 재건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맞이하는 새 시즌, 애스트로스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스타는 누가 될까? 많은 애스트로스 팬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제2의 킬러B’가 탄생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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