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다저스 포수 엘리스 “류현진은 이미 최정상급 투수”

입력 2013-05-04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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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 엘리스(32·LA 다저스). 동아닷컴

[동아닷컴]

류현진(26·LA 다저스)이 빅리그 진출 이후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우며 시즌 3승 달성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삼진 12개를 잡아내며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의 공을 받아낸 선수는 훈남 포수 A.J. 엘리스(32). 엘리스는 특A급 선수는 아니지만 투수와 야수들을 편안하게 리드해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프로 진출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13개)을 터뜨려 타자로서의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올 시즌 다저스에는 연봉 110억 원 이상을 받는 선수가 9명이나 된다. 하지만 엘리스의 연봉은 22억 원이다. 작년에는 빅리그 최저연봉(5억 4천만 원)을 받았다. 미국 현지 언론은 다저스에서 연봉대비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선수로 엘리스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눈에 뛰는 스타급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투수 리드가 좋고 부상 위험도가 높은 포수임에도 잔 부상 없이 꾸준한 활약을 펼치기 때문이다.

그의 4할대 도루 저지율은 3일 현재 리그 6위에 올라있다. 특히 투구동작이 느려 도루 허용률이 높은 조시 베켓, 테드 릴리의 공을 주로 받아내며 이뤄낸 결과라 더 눈에 띈다.

엘리스는 지난 2003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다저스에 지명(18라운드)돼 프로에 진출했다. 2008년 빅리그에 데뷔했지만 그 후에도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던, 단 한 번도 유망주 목록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는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인내하기 쉽지 않은 시간. 하지만 엘리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길고 긴 인내의 시간은 결국 지난해 다저스 주전 포수라는 감동을 그에게 안겨줬다. 시즌이 끝난 10월 말에는 셋째 아이까지 태어나 기쁨이 두 배였다.

동아닷컴은 국내 언론 최초로 전형적인 ‘대기만성형’포수 엘리스를 최근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A.J. 엘리스(32·LA 다저스). 동아닷컴


다음은 엘리스와의 일문일답.

-시즌이 시작됐다. 몸 상태는 어떤가?

“아픈데도 없고 매우 좋은 편이다.”

-경쟁이 심한 메이저리그에서 자신만의 생존비결이 있다면?

“잘 알겠지만 나는 마이너리그에서 무려 7년이란 긴 시간을 보냈다. 쉽지 않았던 그 기간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참을성과 인내가 필요했다. 아울러 내 포지션이 포수이다 보니 나보다는 항상 팀이 우선일 수 밖에 없다. 투수 리드는 물론이고 나아가 야수들의 수비 위치 선정 등 포수는 할 일이 많은 포지션이다. 그러다 보니 내 개인의 성적과 영예보다는 팀 승리가 우선일 수 밖에 없다. 나의 노력과 희생으로 팀이 승리할 수 있다면 그게 더 좋다.”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시즌 목표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쉽게 말하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려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게 우선이다. 알다시피 시즌 162경기를 치르다보면 숱한 변수가 발생한다. 게다가 실력이 뛰어난 팀도 많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포스트시즌 진출이 우선이라고 본다.”

-야구는 맨 처음 언제 시작했나?

“다섯 살 때였던 것 같다. 당시에 미주리 주(州)에 살았는데 아버지가 퇴근해서 집에 오면 함께 인근 공원에 가 캐치볼도 하고 T볼로 배팅 연습을 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켄터키 주 출신으로 나오던데?

“미주리 주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성장했다. 그러다 볼티모어 메릴랜드 지역으로 이주해 한 5년간 살다 켄터키 주로 이주했다. (웃으며) 본의 아니게 비교적 이 곳 저 곳 많이 돌아다닌 편이다. 지금은 밀워키에 산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팀과 롤모델은 누구였나?

“롤모델은 나의 아버지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A.J. 엘리스(32·LA 다저스). 동아닷컴


-당신 아버지도 프로야구 선수였나?

“아니다. 프로야구 선수는 아니었지만 (웃으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날 믿어주시고 성원해 주시는 분이다. 내가 프로야구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아버지의 힘이었다. 지금도 아버지를 가장 존경하며 나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아빠가 되고 싶다. 아버지는 지금도 나에게 포수로서 개인의 성적보다는 팀을 우선시 하라고 일깨워 주신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팀은 시카고 컵스였다. 내가 유치원에 다닐 때 컵스는 주로 낮 경기를 많이 했는데 유치원에 다녀와 집에서 낮잠을 한 숨 자고 일어나 TV 중계를 통해 컵스의 경기를 보곤 했다.”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가장 행복했던 때라… (웃으며) 너무 많아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잠시 생각하더니) 올 개막전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개막전 포수로 출전하게 된 것도 좋았고 특히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호흡을 맞춰 완봉승을 합작해 매우 기뻤다.”

-그렇다면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

“남들보다 길었던 마이너리그 시절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7년이란 긴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그랬고 자주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던 아픔을 이겨내는 일도 쉽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투수를 상대했다. 가장 공략하기 힘든 투수를 꼽자면?

“(웃으며) 누구라고 한 두 명만 콕 집어 말할 수 없을 만큼 메이저리그에는 뛰어난 투수가 너무 많다.”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는가?

“자녀가 세 명이다 보니 주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기자가 세 자녀가 있는 유부남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젊어 보인다고 하자) 내 아내한테는 그런 소리 하면 안 된다. 하하.”

-만약 프로야구 선수가 되지 못했다면 지금쯤?

“프로야구 선수가 되지 못했어도 코치라든지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내가 성장하면서 아버지라든지 주위 사람들에게 받은 재능이나 사랑 등을 타인에게 나눠주며 살고 싶다.”

-당신도 별명이 있나?

“아직 없다. (웃으며) 혹시 한국 팬들이 마음에 드는 별명을 지어준다면 고맙게 사용하겠다. 좋은 별명이 생기면 꼭 알려달라. 하하.”

A.J. 엘리스(32·LA 다저스). 동아닷컴


-야구선수들은 징크스가 많다. 당신도 그런가?

“그런 편이다. 하지만 남들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다. 경기 시작 전 같은 일을 정해진 시간에 하는 것과 같은 옷을 반복해서 입는 등의 징크스가 있다.”

-당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세 가지만 꼽자면?

“우선 아내와 아이들을 포함한 내 가족 그리고 종교(기독교)를 꼽을 수 있다. 그리고 남은 한 가지는 역시 야구이다.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야구를 향한 내 열정만큼은 단순한 일 이상일 만큼 내겐 너무 소중하고 특별하다.”

-엘리스 당신에게 ‘야구’란?

“음,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에세이를 써 제출해야 할 것 같다. 하하. (잠시 생각하더니) 나에게 야구란 직업이다. 하지만 단순한 직업 그 이상으로 멋지고 훌륭한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훗날 빅리그에서 뛰고 싶어하는 어린 꿈나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아버지가 나한테 해줬던 조언을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야구는 단체운동이다 보니 나보다 팀을 우선시해야 된다. 그리고 어린 선수들은 아직 갈 길이 먼 관계로 현재 자신의 실력이나 위치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울러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어려움과 난관 등을 이겨낼 수 있는 참을성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말도 해주고 싶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당신과 다저스 팬들을 위해 한 마디 해달라.

“류현진의 입단으로 인해 한국에도 다저스 팬들이 많이 생긴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 류현진은 사람도 좋지만 정말 뛰어난 투수이다. 클럽하우스에서 류현진은 항상 나를 웃게 만드는 유쾌한 동료이다.

아직까지 야구장 밖에서는 류현진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조만간 류현진을 따라 한국 식당에도 가볼 생각이고 나 또한 그를 데리고 미국 식당에 가서 류현진에게 미국 전통 음식도 소개해 줄 생각이다.

류현진은 이미 세계 정상급 투수이기 때문에 미국에 왔다고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고 본다. 그가 한국에서의 활약 처럼만 해 준다면 분명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 류현진과 다저스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한국에서도 많이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고맙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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